[데스크칼럼] 김석동 대책반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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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김석동 대책반장의 추억
  • 공인호 기자
  • 승인 2017.06.1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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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호 금융팀장

[매일일보 공인호 기자] 금융관료 가운데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만큼 세간의 평가가 극으로 갈리는 인사도 드물거라 여겨진다. '관치(官治)의 달인' 혹은 '관치의 화신'은 그나마 우호적이다. 론스타 사태의 주역이라는 비판을 넘어 '매국노'라는 원색적 단어까지 등장한다.

최근 김 전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첫 금융 수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에 금융권 노조는 물론 일부 시민단체들까지 눈에 쌍심지를 켰다. 지난 1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문재인 정부는 금융을 포기했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10만 금융노동자들은 참담한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금융노조는 김 전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의 관치금융 수장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새 정부의 금융정책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이자 '트로이 목마'에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 근절을 약속한 마당에 관치금융의 대명사 격인 김 전 위원장이 가당키나 하냐는 경고다. 금융노조는 특히 한국 금융사의 최대 오점으로 기록된 '론스타 사태'의 주무 책임자로 김 전 위원장을 지목하며 '또다른 재앙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한발 더 나아가 '금융부패 황제 김석동의 귀환을 기대한다'는 제목의 긴급성명을 통해 김 전 위원장이 당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김앤장과 공모해 외환은행의 불법매각에 가담했다며, 저축은행 사태 등과 관련해서도 추가 고발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들 노조와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김 전 위원장의 과거 행적을 더듬어보면 사안의 중대성만큼이나 여러 논란을 낳은 게 사실이다. 특히 론스타 사태의 경우 한국 정부가 '먹튀' 론스타로부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당하는 등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불보듯 뻔한 잡음에도 불구하고 김석동 내정설이 불거진 배경은 무엇일까. 새 정부의 인사 스타일상 문 대통령과 경남중 동문(경금회)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인 듯 하다.

이른바 '대책반장'이라는 김 전 위원장의 별칭에서 답을 찾는 게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갖은 논란 만큼이나 한국 금융사에서 잔뼈가 굵은 경제통으로 꼽힌다. 과거 1990년대 후반 IMF 환란 이후 무려 30년 금융격변기 동안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금융개혁법안 등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금융 관련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한국 금융사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신용카드 대란의 소방수로 활약했고, 지난 2005년에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강화를 뼈대로 한 8.31 부동산 대책을 내놔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은 2008년 초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관직에서 물러났지만, 저축은행 사태의 해결사로 다시 관가로 복귀했다. 김 전 위원장으로서는 MB정부의 관치수장이라는 평가가 다소 억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 설(說)에 불과하지만, 만약 새 정부에서 '대책반장의 귀환'을 복심에 두고 있다면 김 전 위원장의 업무 추진력과 리스크관리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새 정부의 금융정책이 1400조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과 부동산 연착륙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점에서 대책반장 카드는 패착이 아닌 묘수가 될 수 있다.

최근 파행이 계속되는 인사청문회가 보여주듯 이해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인사는 없다. 다만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 새 정부 첫 금융수장 역시 논란과 갈등의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검증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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