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잠못 드는 밤’… 3월 위기설 모락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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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잠못 드는 밤’… 3월 위기설 모락모락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7.02.03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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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한달 사이에 ‘하락 또 하락’…“이대로 주저앉는가?”
‘라이벌’ 박근혜, 조용한 ‘상승’국면, 이명박측 ‘긴장’ 역력
X파일로 이명박 지지율 하락시 후보교체론 터질 가능성도

‘대선’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중순께 언론보도 내용은 대략 이렇다.

대선이 정확히 1년이 남은 시점에서 현재 거론되는 대선 후보 가운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40%를 넘거나 육박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1등을 유지하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2위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1월초 뉴스 보도내용을 분석하면 이렇다.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고건 전 총리에 뒤졌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여전히 다른 후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나가고 있고, 이에 따라 일부 언론에선 ‘쏠림 현상’이라며 그 원인을 찾고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이들 언론은 여권의 거듭되는 실정과 분열 등에 대한 실망감과 서울시장 재직시절에 보여줬던 성과 및 실적에 따른 기대심리가 반영된 복합적인 결과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하며 ‘이명박 대세론’을 얘기했다.

문제는 이런 보도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후보가 정해지지 않아 유동성이 크기 때문에 ‘아직은 이르다’는 점과, 특히 범여권 후보의 단일화 여부, 야권의 분열 가능성 등이 현재의 판세를 뒤흔들 수 있다며 이명박의 지지율이 언젠가는 ‘주춤할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존재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분석이 정말로 현실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변수와 변화가 많은 게 한국정치라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질 정도다.

지난 달 16일 고건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 이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반사이익을 얻어 지지율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세간의 분석과 달리,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주춤세를 보이고 있고 오히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간접적으로 수혜를 얻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최근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은 47.4%(4일), 46.5%(11일), 45.9%(16일 긴급조사), 44.8%(18일), 44.5%(25일)로 지난 한 달 내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반대로 박근혜 전 대표는 21.1%(4일), 21.5%(11일), 23.7%(16일 긴급조사), 22.5(18일), 24.1%(25일)를 기록하는 등 점차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계속 상승하면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달 26일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2~23일 조사한 결과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24.1%로 같은 달 17일 조사에 비해 1.6%포인트 높아졌는데 이는 두 번 연속 상승이다. 반면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44.5%에 그쳐 0.3%포인트 하락했으며 같은 달 9일 이후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9일 46.5%, 16일 45.9%, 17일 44.8%)

<SBS>가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해 집계된 여론조사 결과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명박 ↓ 박근혜 ↑

SBS는 지난 1일 방송을 통해 여론조사 결과를 수치로 보여준 뒤 “고건 전 총리 불출마 선언 이전인 한달 전 조사에 비해, 다른 사람(대권주자)들은 모두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정동영 전 의장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등 열린우리당 지지층에선 상당한 순위 변동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한겨레>가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플러스’와 함께 지난 달 22∼23일 광주와 전주 두 곳에서 40대 남자 9명과 7명을 대상으로 각각 ‘표적집단 심층좌담’(FGD)을 실시한 결과를 같은 달 29일 보도한 내용은 더욱 흥미롭다.

참석자들은 “범여권 대선후보로 누가 나서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광주에선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범여군 진영으로 옮겨오기를, 전주에선 이 지역 출신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여권 대표 주자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은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반응. 이들은 좌담회 초반 ‘이명박 지지’를 피력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하반기 가면) 민심이 또 바뀐다”며 ‘이탈 가능성’을 강하게 드러내 호남지역에서 이 전 시장은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세론 무너진다

이에 대해 임상렬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이번 좌담회를 통해 호남인들도 겉으론 ‘이명박 대세론’에 휩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마음은 여전히 ‘새 인물’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고건 전 총리의 대권도전 포기선언 이후, 이명박 전 시장에게 일시적으로 집중됐던 지지층이 열린우리당의 도미노식 탈당 및 신당 창당 분위기 속에서 박근혜, 손학규, 정동영 쪽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물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전체 대선주자 가운데서는 여전히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면서 독주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모든 여론조사를 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있는데, 바로 ‘이명박 대세론’의 거품이 꺼지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세론, 이제 거품이 서서히 빠지는가?
이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은 범여권의 후보가 아직 결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열린우리당 탈당파, 민주당, 국민중심당을 중심으로 중도통합 후보가 선출돼 호남과 충청의 표결집 현상이 본격화될 경우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은 빠른 속도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당내에서 후보와 후보간의 이념과 정체성 논란이 격화돼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경우, 한쪽은 반드시 치명타를 입게 되는데 그게 바로 이명박 전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이념, 정체성 논란시 이명박 치명타?

실제로 이번 대선의 3대 쟁점으로 경제와 여권의 정계개편 그리고 ‘X파일’이 꼽히고 있는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당내 강력한 라이벌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해 직접 검증하겠다고 나서고 있고, 박근혜측은 이명박과 비슷한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서 숨겨둔 ‘이명박 X파일’을 꺼내들 가능성도 있어 이 전 시장 캠프에서는 후보 검증을 위한 TFT팀이 꾸려졌다는 말을 할 정도로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는 3월에 이명박 관련 X파일이 터릴 것이라는 소문도 정치권에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종합적인 상황에서 만약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범여권의 결집으로 새로운 후보가 선출되고 X파일 등 다양한 변수로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의 ‘급속하락’이 현실화된다면, 이에 따라 야기되는 문제는 한나라당 내에서 ‘후보 교체론’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이 같은 교체론에 반발해 반기를 들 경우, 한나라당은 ‘분당’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빠져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명박 지지율 하락은 그렇지 않아도 이념적 정체성을 문제삼아 특정 대선주자에게 경선 포기를 요구하고, 색깔론 공세를 지속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한나라당 분당 가능성도

지지율 2위를 유지하고 있는 박근혜측은 자신이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보수층에 지지를 호소하며 1위 탈환을 노리고 있고, ‘불안한 1위’ 이명박은 개혁중도 이미지 속에서 잇따른 돌출발언 등을 통해 일부 지지층이 이탈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등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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