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암호 같은 보험 용어, 이제는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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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암호 같은 보험 용어, 이제는 개선해야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7.06.05 16: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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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 금융팀장

[매일일보 김형규 기자] 운용자산, 원수보험금, 원수손해율, 예치금, 예치금이자, 요구불예금, 위탁수탁금, 풋옵션, 콜옵션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픈 금융 용어다. 이중에서 풋옵션과 콜옵션이라는 외래어 빼고 모두 한자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한자어 비중은 35%라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어려운 말만 골라 금융권에서 사용하는 듯하다. 처음 금융권에 출입하는 기자들조차 이곳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몰라 애를 태우곤 한다.

금융권 관계자에게 “왜 금융 용어는 이렇게 어려운가. 쉽게 풀어쓰면 안 되나”라는 질문을 던지면 돌아오는 답은 항상 같다.

“최대한 순화하고 싶은데, 손을 대면 고칠 곳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일본식 한자어도 많은데 그것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용어가 금융소비자가 직접 마주하게 되는 금융사의 약관에도 그대로 쓰인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 약관의 경우 그것을 설명해주는 보험설계사와 고객 간의 온도차는 불완전 판매와 민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분명 보험설계사는 해당 내용을 전달했다지만 고객은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용어의 이해도에서 오는 차이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보험 판매가 CM(사이버 마케팅)채널을 통한 계약이 늘어나면서 보험용어에 대한 순화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에서도 몇 해 전부터 보험사가 약관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도록 유도하는 일환으로 ‘보험 약관 이해도 평가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 여전히 ‘암호’ 수준의 보험약관이 수두룩하다.

이는 과거 보험사들이 자사에 불리한 약관 해석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고객에게 불리한 약관을 숨기려던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보험 상품이 세분화되다 보니 어려운 전문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면서 “상품을 통합적으로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보험시장은 수입보험료 기준 세계 6위에 오를 만큼 외형적인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보험소비자의 만족도는 세계 30위권이라고 한다. 이런 결과에는 분명 어렵고 복잡하기만한 보험 약관이 한몫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보험업계에서 당장 용어 순화를 획기적으로 바꾸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이 있다. 약관에 쓰이는 용어가 워낙 방대하며, 법률 용어를 바꾸기 위해서는 법조계와의 공조도 필요하다.

쉽지는 않겠지만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대체 용어 발굴과 개선에 노력을 멈추면 안 된다.

“무엇이든 짧게 써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명료하게 써라. 그러면 이해될 것이다.”

기자를 시작하면서부터 듣고 따라야 했던 말이다. 읽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료하게 쓰는 것이 정보 전달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보험약관. 그것은 고객 신뢰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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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 2017-06-06 11:10:41
“무엇이든 짧게 써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명료하게 써라. 그러면 이해될 것이다.”

공감합니다.
기자님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