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에 채무탕감…은행권, 새 정부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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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에 채무탕감…은행권, 새 정부 '눈치보기'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7.05.2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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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국내 주요은행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일괄전환 방침에 이어 보유 중인 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전량 소각하겠다는 방침을 잇따라 밝혔다. 새 정부의 민생공약에 발맞추기 행보라는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지나친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상반된 평가도 나온다.

◇ 연체채권 소각 등 서민금융 강화

28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사회취약계층의 제도권 금융복귀와 정상적인 경제활동 재기 발판 마련을 위해 1만8835명이 보유한 특수채권을 지난 25일 전량 소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각은 기초생활 수급자 및 고령자 등 사회취약계층 등을 포함한 개인 대상으로 이뤄졌다. 2013년 이후 소멸시효 기일이 도래한 개인채무자 1만8835명의 연체대출 원금과 이자 등 특수채권 1868억원 전액이 소각됐다.

대상 고객들은 향후 전산처리 절차를 통해 계좌 지급정지가 해제돼 통장거래를 재개할 수 있게 된다. 연체정보 또한 삭제돼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이번에 일괄 소각된 특수채권 외에 향후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채권에 대해서도 즉각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지난 3월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각각 9800억원(9만7000명), 4400억원(1만9424명) 소각했다. 2개월여 만에 13만5259명의 채무자가 1조6086억원의 채무를 탕감받았다.

소멸시효 완성 채권이란, 채권자가 돈 받을 권리를 소멸시효 기간 안에 행사하지 않아 채무자의 갚을 의무가 사라진 것을 말한다. 금융사의 채권은 5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변제 의무가 사라진다. 

그러나 채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금융사들은 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임의로 대부업체나 다른 금융사에 매각해 왔다. 이로 인해 서민 등 채무자들은 채권자가 다른 금융사나 대부업자로 일방적으로 변경돼 부당한 채권추심행위에 노출되는 등 피해가 발생해 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일부 제한하고 불법채권추심에 노출되기 쉬운 서민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매각 금지에 나선 바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미 회수 불가능 채권으로 분류했기 때문에 소각하더라도 추가 손실은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 소각은 기존에도 은행에서 꾸준히 진행해 왔다”라며 “오히려 은행 입장에서는 회수 불가능한 채권을 가지고 있을 경우 관리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새 정부의 뜻과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일부 은행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한 바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침을 밝힌 곳은 씨티은행이다. 씨티은행은 무기 일반사무 전담직원과 전담창구직원 등 약 3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올해 안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들은 전환 이후 정규직 행원과 동일한 직급인 정규직 5급 대우를 받게 된다.

신한은행도 사무인력 170여명 가운데 60~7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월말 기준 신한은행 직원 중 기간제 근로자는 781명으로 임원을 제외한 전체 근로자의 5.4% 수준이다.

◇ "진정성 찾기 어렵다" 지적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눈치보기'일 뿐, 진정성 없는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앞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지난 3월 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대규모로 소각한 이유는 개정된 신용정보법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개정된 신용정보법 20조2항에 따르면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은 5년 안에 소각해야 한다. 소멸시효 완성 채권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10년까지 보관하도록 돼있지만, 올해 4월부터는 그 기간이 5년 단축으로 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잇따라 지난 3월 보관기간이 5년이 넘는 채권을 소각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는 보관기간이 5년이 넘어도 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종전대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 개정된 신용정보법 20조2항의 예외항목을 두고 금융회사마다 해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예외항목에는 ‘다른 법률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보관기간 5년을 넘겨도 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결국 이미 진행됐어야 할 일들이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진 셈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개정된 신용정보법이 시행된지 몇 달 되지 않아 관련 판례나 유권해석이 없어 은행별로 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언제까지 보관할 수 있는지 판단이 엇갈렸던 것이지 일부로 시기를 늦춘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은행권의 정규직 전환 역시 일반 제조업과 달리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KB금융은 지난해 대규모 명예퇴직으로 올 1분기 600억원가량의 인건비를 줄였고, 하나금융도 인건비를 포함한 판매관리비에서 520억원가량을 아낀 상황.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은 일찌감치 대부분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던 터라 남아 있는 비정규직은 시간제 근로자나 전문 계약직이 대부분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기계약직 등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은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꾸준히 논의돼 왔던 문제"라며 "정부 정책에 맞춰 사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기 계약직이나 기간제 근로자들은 일반 정규직 사원들과 업무 성격과 근무량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일률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인력 운용 면에서 효율성도 떨어진다”며 “정규직 전환으로 인해 회사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신규 채용 규모가 감소하는 등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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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주 2017-05-29 17:40:32
고객들에게 예금금리는 조금 주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올리고 직원들 성과급은 잘도 주는구나 정부에서는 뭐하는지

유지니 2017-05-28 16:24:57
회사에서 얼렁뚱땅 표현하는 군요, 계약직을 무지계약직으로 바꾸는 것이죠,,,, 즉 급여는 정규직의 30% 밖에 못받는건 독같다는 뜻이죠,,, 그냥 2년에 한번 계약서를 쓰던걸 안쓰는거고 급여차이는 그대로 두면서 일은 정규직처럼 시키려는 것을 방송에선 정규직으로 포장하고 있는 거구요,
기자님,,,, 정말 급여도 정규직으로 바꾸는 건지,,,,, 호봉도 정규직처럼 6급 아니면 5급으로 올리는 건지도 확인해주셔야야죠,,,, 참고로 무기계약직은 26등급입니다,............. 10등급도 아닌 26등급,,,,, 이렇게 하고 정규직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