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 돈잔치하는 공기업 '국민은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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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로 돈잔치하는 공기업 '국민은 봉'
  • 황지혜 기자
  • 승인 2007.01.3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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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생 복지' 건강공단, 성희롱 피해직원 위로휴가 5일 ???

과거 '춘향뎐'의 이몽룡은 흥청망청 연회를 질기던 관리들을 질타하며 시를 읊었다.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 촉루낙시(燭淚落時) 민루낙(民淚落)이요. 가성고처(歌聲高處) 원성고(怨姓高)라.

(금동이의 아름다운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 옥소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았더라.) 그런데 이몽룡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이 우리시대 공무원들에게는 전해지지 못했나 보다.

그간 방만한 운영과 비리로 비판을 받아온 공기업의 실태가 또 한번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많은 공공기관이 '후생 복지'라는 명분아래 아랑곳하지 않고 민간기업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방만한 경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런 방만한 경영의 뒷감당은 국민의 혈세(血稅)로 채우고 있다.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휴가
기획예산처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11월 27일에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회 회의록을 살펴봤다. 이날 공단측은 제일 먼저 인센티브 성과급 지급 기준안을 도마 위에 올렸다.

몇몇 사외이사들이 우회적으로 임금 인상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공단측 관계자는 복잡한 회계 과정을 설명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이사들을 설득했다.

이어서 팀제 도입, 현행 문제은행식 승진 시험에 우수직원 선발을 위한 면접 시험을 병행하는 방안 등 향후 경영 운영에 필요한 안건이 올라왔지만 노사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는 이사들의 지적과 매년 시험을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는 공단측의 변명으로 삭제됐다.

이후 회의장은 공단측이 "성희롱을 당한 직원에게 정신적 상처를 치료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성희롱을 당하거나 자녀를 입양한 직원에게 각각 7일의 휴가를 주도록 하는 안건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극에 달했다.

이에 김영배(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사외이사는 "자녀를 입양하는데 1주일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면 연차휴가중 필요한 7일은 미리 쓸 수 있다"면서 "최근 기업들이 '목적 휴가'의 신설은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특정한 목적을 가진 휴가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은 포괄적으로 주어지는 연차휴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마당에 공단에서 이런 휴가를 신설하게 되면 민간 기업은 물론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미쳐 목적휴가가 남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민간 기업이라면 기자회견감"이라고 분개했다.

그러나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 28일 이사회에서 성희롱 휴가는 일수를 줄여 5일간의 휴가를 준다는 안건이 통과됐다. 경영에 필요한 안건들은 삭제시키고, 노조의 입김대로 안건이 통과된 셈이다.

공기관의 휴가 남발은 앞서 8월에 열린 근로복지공단 이사회에서도 지적됐다. 공사측은 창립기념일 대체휴가 1일, 사회봉사의 날 대체휴가 1일, 태아검진 휴가 8시간을 인사복무 규정에 반영시키는 안건을 회의에 상정했다.

그러자 이날 당연직 이사를 대신해 참석한 김재훈 기획처 노동여성재정과장은 "창립기념일 대체휴가, 사회봉사의 날 휴가는 남발의 느낌이 있다"면서 "유급으로 휴가를 부여하는 것이 봉사의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고, 공단 창립일이 휴일이라고 해서 다른 날에 쉰다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사측은 윤리경영 차원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 안건 역시 이사회에서 통과되지 않았지만 노조와 합의한 단체협약에 따라 현재 시행되고 있다.

이같은 공기관의 복지수준은 일명 '귀족 노조'라 불리는 현대차 사내 복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연봉면에서 현대차 연봉평균 5500만원(2005년 기준)에 비해 공기업의 경우 약 4772만원대(평균연봉 최고1.7배)으로 다소 떨어지지만 현대차 근무자가 특근을 포함해 한해동안 약 270일 정도 근무하는데 반해 공기업은 약 217일 정도 근무한다. 한해 공식휴가만 140일이나 된다.

현대차가 기본적인 휴일, 공휴일을 제하고 노조창립일, 회사창립일, 여름휴가가 전부인데 반해 공사는 특별 휴가 만들기에 혈안이 돼 있다.

현대차가 업종 특성상 특별복지로 직급 근속 연수에 따라 차량 구입때 30%할인 혜택이 주고 있으나 공사는 각종 교육비, 활동비 지원은 물론 금융권에서 준 공무원급 대우를 받는 것도 덤이다.

#세금으로 위로금·상여금 잔치
지난 5월에 열린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이사회에서는 배우자가 외국에서 근무하거나 유학을 할 경우에 최대 4년까지 휴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인사규정 개정안이 등장했다. 공사측 인력개발처장은 "공무원의 경우 임용권자 결정에 따라 최대 5년까지 휴직을 할 수 있고, 공기업중에는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공사가 있다"면서 이를 추진했다.

이밖에도 공사측은 직원 상여금 지급건에서도 최하위인 11등급에 대해서도 330%를 적용하는 등 성과 등급이 낮은 직원에게도 지나치게 많은 상여금을 지급했다. 이에 대해 최종연 사외이사는 "상여금은 보수의 성격이 아닌 성과에 따른 상여금이므로 평가결과에 따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지난해 6월에 열린 이사회에서 본인, 배우자의 부모에게 사망위로금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고, 조부모부터는 모계쪽은 제공하지 않는 후생복지규정 개정안을 제시해 통과시켰다.

이전까지 본인은 물론 부인의 외조부모 사망 시에도 기본급 수준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철도공사 직원들의 기본급 평균은 200만원 정도로 민간기업의 경우 부모가 사망해도 30만 원 안팎의 위로금이 지급되고 있는데 반해 큰 차이가 난다. 공사측 역시 사망위로금이 다른 곳에 비해 많은 편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외에도 업무 수행중 순직하거나 사고를 당해 퇴직한 직원들의 배우자, 자녀 외에 형제를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안건을 놓고 이사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시장경제나 자본주의에 맞지 않은 제도라는 지적에도 공사는 다수의 공공기관에서 같은 제도를 시행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며 안건을 통과시켰다.

또 지난해 11월에 열린 공무원연금공단의 이사회를 통해 공무원 본인과 자녀의 국내, 해외 대학 등록금을 무이자로 빌린 대여장학금 규모는 548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것도 모자라 공단측은 추가 금액으로 퇴직수당지급액 986억4300만원, 대여장학금대부액 138억8500만원이 소요된다고 추가안을 내놨다. 대여장학금에 소요되는 비용은 국가 또는 지자체가 부담한다.

국민의 혈세로 온갖 혜택을 누리는 데에는 공무원인 국회의원도 빠지지 않는다. 최근 서울시의회 4개 상임위원회 의원 105명 가운데 44명이 '선진도시의 우수 행정을 배운다'는 명목으로 남미와 유럽으로 무더기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그러나 실상 이들의 연수 일정은 크루즈 여행,벨리댄스 관람부터 사파리 관광,삼바쇼 관람,신전 견학에 플라멩고 쇼까지 모두가 관광 일정이다. 의원 한 사람당 320만원씩에다 수행직원 16명의 여비까지 모두 2억 원이 넘는 서울시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 혁신 노력은 뒷전
공기관의 사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노력에 비해 경영 혁신을 위한 노력은 늘 뒷전이다. 한국도시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3월에 열린 이사회에서 2006년에 필요한 전체자금 4조8939억원 가운데 1조3917억원을 채권으로 조달한다고 밝혔다.

공단의 재무팀장은 "현재까지 채권발행액은 모두 6조1112억원이며 이는 교특융자가 1조3938억원, 국내채권 4조5300억원, 해외채권 1874억원"이라면서 "원금 상환시까지 이자부담액은 모두 2조2252억으로 원리금 전체로는 8조3364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병도 사외이사는 "일반 기업에서 채권발행시 원리금 상환계획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공단은 정부기관이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면서 "공단의 수입을 따져보면 원리금 상환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립학교 교직원연금관리공단의 경우에도 강원 설악산 오색호텔의 투자했다가 부지의 감정가격은 2003년 평당 93만 원에서 지난해 5월 현재 83만 원으로 떨어져 공단자산에 큰 손실을 끼치는 무리한 투자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이 호텔에 매년 2억 원 이상의 유지비를 쏟아 붓고 있다.

#국민들의 성난 목소리
이에 국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공기업이라고 인심 펑펑 쓰면서 정작 공무원 연금 개혁은 미루고, 국민 세금을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다니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 "앞으로 건강보험료, 세금 내기가 싫어진다.", "국민으로부터 부당 착취해 날이면 날마다 자기 배 채우는데 급급한 공기업, 공무원의 모습에 질렸다."

반면 차분한 목소리도 눈에 띈다. "모든 공기업이 매도 돼서는 안 된다. 민간 기업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시장경쟁 못지 않은 경영활동으로 적정 순이익 이상의 성과를 거둔 공기업도 많다. 다만 적자에 헐떡거리면서도 온갖 수당과 복리후생금 받아 챙기는 그런 공무원 집단과 공기업을 철저히 구조조정해 퇴출시켜야 한다"

더불어 공공기관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지적하고 있다. 이종수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대표는 "한국 공기업의 총부채는 2005년 말 기준으로 122조 원에 이르는 실정인데 이는 중앙정부 일반회계 예산과 맞먹는 천문학적 규모로 모두가 국민의 빚"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기업 경영 난맥상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관례화된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정부 여당에서 흘러 들어온 낙하산 인사가 기관장과 감사 자리에 앉아있는 한 해당 기관의 경영혁신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 그것을 감독해야 할 공적 책무가 있는 정치권력과 관료, 그리고 노조가 경쟁적으로 서로의 몫을 다투는 주인 잃은 먹잇감이 돼 버렸다"고 허탈해 했다.

또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이 되풀이 돼 온 것은 제대로 된 감시자가 없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공기업의 경영 실태를 지적, 감시하기 위해 임명된 사외이사도 그 역할을 해내기 어렵다.

김주일 한국농촌공사 사회이사는 "요즘 우리 이사회 분위기를 보면 사측에 우호적인 성향이 강한데, 우호적인 발언이 내부적으로 좋은 것만 아니다"라면서 "정부로부터 임명받아 국민세금으로 보수를 받는 만큼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으므로 사외이사들은 날카롭게 내용을 파악하고 공사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배국환 예산기획처 공공혁신본부장은 "지금까지 공공기관의 이사회는 허울뿐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4월부터 시행되면 이사회 지적이 실제로 공공기관 운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 정부, 공기업 도덕적 해이 대수술
결국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바로 잡겠다는 취지 아래 총리실까지 나서 공기업 운영 실태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1일 한명숙 국무총리는 "국정감사 때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많은 지적을 받았다. 총리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공기업에 대한 특별 감사를 지시했다. 조사 대상은 한국전력과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등 공기업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지적된 정부 산하 출연연구기관 등 공공기관 약 25개다.

총리실은 2월중 조사를 마무리하고 해당 공기업과 감독관리 부처에 결과를 통보, 관련자 문책이나 형사고발, 시정요구 등을 지시하는 한편 공기업과 정부 산하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 착수할 방침이다.

매달 월급봉투를 받을 때면 누구나 "대한민국에선 월급쟁이가 봉이지"하고 푸념을 늘어놓기가 일쑤다. 국민들의 돈을 물 쓰듯 쓰는 공기업, 공무원들이 있는 한 꼬박꼬박 월급에서 떼인 세금이 아깝게 느껴지는 것은 앞으로도 되풀이 될 것이다.

<토요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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