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전체
HOME 오피니언 데스크칼럼
[데스크칼럼] 이명박(5000) 박근혜(3000) 문재인(4000)
공인호 금융팀장

[매일일보 공인호 기자]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CLSA)

이전 정권의 적폐 청산 기대감을 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주식시장에서도 이슈 메이커가 되고 있다. 통상 새 정부가 출범하면 국정운영에 대한 다양한 관측과 해석,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해 증시를 전망하는 보고서는 늘상 쏟아져 왔다.

이번 정부 들어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은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낙관적이라는 점이다. 이런 장밋빛 전망은 주로 외국계 증권사들이 주도하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홍콩계 CLSA는 '코스피 4000으로 가는 길을 다지는 문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서는 '저평가'라는 말이 너무 자주 언급돼 왔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임기말인 2022년 코스피 전망을 4000포인트로 제시했다.

CLSA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문형표 전 국민연금 이사장의 구속 등을 언급하며, 부패세력을 척결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모습이 기대감을 갖게 한다고 소개했다.  

앞서 일본계 증권사도 비슷한 늬앙스의 보고서를 내놔 눈길을 끈 바 있다. 노무라증권은 19대 대선 직전인 지난달 20일 '2017년 대선 이후 거시정책과 주식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주주 권리가 강화돼 코스피 배당성향이 현재 20%에서 일본의 50% 수준까지 높아질 경우 코스피지수가 3000까지 높아질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시선을 끄는 부분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공약 등을 내세운 '진보 성향'의 정부가 출범한다는 전제였다. 그동안 국내 증시의 장밋빛 전망을 공약으로 내건 대통령들이 '보수 성향'의 후보들이었다는 점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분배보다 성장을 중시해온 이념 특성이 반영된 탓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말 후보시절 당시 1900선이었던 코스피지수를 임기내 5000포인트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했고,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눈높이를 크게 낮춰 3000포인트를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지수는 보수정권 10년간 2000선을 하회하는 박스권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은 물론 취임 이후에도 증시와 관련된 언급은 삼갔다. 이전 정권의 공약(空約)이 반면교사로 작용했을 수 있고, '경제는 보수'라는 프레임이 부담이 됐을 수 있다. 대신 소액주주들의 권리 강화를 통한 재벌개혁과 함께 경제민주화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공약집에 담았다.

한 나라의 증시는 국가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안보 등 다양한 복합요인이 혼재돼 반영된다. 특히 소규모 개방경제이자 외국인투자자의 시가총액 비중이 30%를 차지하는 한국 증시는 국내경제에 대한 대외 평가가 고스란히 반영돼 왔다. 적폐 청산을 강조한 외국계 증권사의 메시지를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국내 증권사들의 복지부동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 들어 급등하는 코스피지수를 넋놓고 바라보다 부랴부랴 지수 상단을 올려잡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더욱이 국내 증권사들은 자국에서 치러진 대선임에도 불구하고 CLSA와 노무라처럼 정작 우리 내부 문제에 대한 날카로우면서 뼈아픈 분석도 내놓지 못했다.

현 시점에서 3000이든 5000이든 코스피 전망치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사회 분야와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의 고질적 적폐를 청산하고 국내 증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동안 당연시 여겨왔던 비정상적 경제관념부터 청산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공인호 기자  ihkong79@naver.com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