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경금회'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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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경금회'를 경계한다
  • 공인호 기자
  • 승인 2017.05.11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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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호 금융팀장

[매일일보 공인호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말 달라질까. 국내 금융사들도 '적폐 청산'을 앞세워 정권교체에 성공한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감이 과거 어느 때보다 커보인다.

선진국과 달리 역사가 미천한 우리 금융의 최대 적폐로는 '관치금융'이 꼽힌다. 영국과 미국 등 수백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 금융산업의 꽃을 피운 선진 시장과 달리, 한국 금융은 정부 주도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재벌기업의 돈줄 혹은 권력유지의 수단 쯤으로 여겨져 왔던 것이 현실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금융인맥으로 입길에 오른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관(官)은 치(治)를 위해 존재한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지만, 관치가 시장 자율성을 저해하고 정권 줄대기 등 다양한 폐해를 불러왔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10일 금융노조도 문재인 정부 출범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10만 금융노동자들은 국민들의 바람대로 적폐를 청산하고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강력한 감시자이자 견인차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작게는 금융산업에 켜켜이 쌓인 관치금융의 적폐부터 크게는 극단의 양극화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이 해결해나가야 할 책무는 무겁고 크다"고 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금융권 안팎에서는 소위 문 대통령의 금맥(金脈·금융인맥)이 거론되고 있는 점은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벌써부터 '경금회'(경남고·경희대 출신 금융인 모임)라는 말까지 나돈다. 문 대통령이 나온 경희대부터 경남중·고교 동문들까지 그 대상만 십수명에 이르며, 관료 출신부터 신한금융, 하나금융, NH농협금융, 삼성화재, 한화생명, SC제일은행 등 민간 금융사의 전현직 임원들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이런 분위기는 소위 '4대 천황',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등 이전 정부의 폐습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4대 천황은 이명박 정부 시절 산업은행(舊 산은금융·강만수), KB금융(어윤대), 우리은행(舊우리금융·이팔성), 하나금융(김승유) 1인자 자리를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인맥이 줄줄이 꿰차면서 생겨난 말이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는 '서금회'가 주목을 받으면서 민간출신이 수출입은행(이덕훈), 산업은행(홍기택) 등 금융공기업 수장 자리에 올라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일부 인사는 오랜 금융경력과 전문성을 갖고 있어 낙하산 인사로만 치부하기 힘든 측면도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임기 내내 능력·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이같은 낙하산 인사는 '줄서기' 문화로 이어져 조직을 망가뜨리는 핵심 원흉이 되기도 했다.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에야 '잃어버린 10년'(KB사태)에서 탈출한 KB금융은 한국 금융역사상 관치금융의 최대 피해자로 인식되고 있다. 또 무려 16년만에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은 오랜 관치로 인해 올초 치러진 민선 1기 은행장 인선에까지 줄대기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 근절' 등의 내용을 담은 정책협약을 맺은 것은 나름 평가할만 하다. 각계 각층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대통령으로서는 보은(報恩)인사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로서는 두달째 삐걱대고 있는 수협은행장 인선이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물론 금융권 적폐를 비단 관치금융으로만 한정해서는 안된다. 관치금융 철폐를 주장해온 금융권 노조 역시 '귀족 노조'라는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정책적 균형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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