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통규제, 기자와 소비자 모두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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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통규제, 기자와 소비자 모두 원하지 않는다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7.05.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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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준 경제사회부 유통팀장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축하의 말을 전한다. 새 대통령이 당장 해결해야하는 문제들은 일일이 거명하지 않아도 너무나도 많고 무거운 것들이 많아 보인다.

더욱이 이번 대선은 사상 첫 보궐선거로 치러졌다. 이 때문에 당선자는 개표 종료 후 그 즉시 바로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두 달 정도 준비 기간을 가지고 취임한 이전 대통령들과 달리 촉박한 일정이다.  

특히 한국이 현재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새 정부는 강단 있게 국정을 살펴야 할 것이다. 특정 진영, 종파에 휘둘려서도 안되며 당선인의 공약에 힘을 실어준 국민을 생각해 좌고우면 않고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국회 구성 역시 과반에 한참 미달하는 상황이다보니 ‘협치’는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상이 ‘국민’의 입장으로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라면 다음은 ‘기자’로서 느끼는 점이다. 

내수를 대표하는 유통업계는 새 정부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주요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업계에 대한 규제 강화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 대형마트에만 적용되는 의무휴업을 복합쇼핑몰 등으로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일부는 현재 월 2회의 휴업 일수를 늘릴 방침이다. 

유통업계는 최근 대규모 점포 관련 출점 제한으로 성장이 정체된 상황의 돌파구로 복합쇼핑몰을 꼽고 있어 이 같은 규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여기에 규제 실효성도 문제다. 주요 후보들의 대형 유통업체 규제 공약의 배경은 소비자들을 지역 소상공인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같은 효과 대신 오히려 편의점과 SSM 등으로 소비자들이 향하는 풍선효과만 커진 것이 실상이다.

기자가 아닌 ‘소비자’로서 바라본다 해도 이러한 규제들은 그 방향성 면에서 잘못됐다. 같은 돈을 주고 사는 것이라면 편하게 쇼핑하기를 원하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까지 전통시장을 찾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규제에만 기대는 것은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낳게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효과 소비자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지역소상공인 보호 정책적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소비 위축을 야기해 민간소비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주의국가에서 어떤 분야의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데 있어서 정부가 반영하는 ‘의견’들은 실제 효과보다 여론과 옳고 그름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받아들인다. 

다만 아무리 그것이 다수가 원하는 것이라 해도 실제 효과가 어떨지에 대해 따져보지 않고 여론에 휩쓸려서 집행되는 정책이라면 애초에 기대했던 효과를 얻기는 너무나도 어려울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새 정부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목적이 지역 소상공인의 자립을 위한 것이라면 직접적인 지원을 해야지 경쟁 업체의 규제로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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