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소상공인 잡는 ‘뜬구름’ 공약, 더 이상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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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소상공인 잡는 ‘뜬구름’ 공약, 더 이상 안 된다
  • 이종무 기자
  • 승인 2017.04.2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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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무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이종무 기자]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대선 후보들이 앞 다퉈 ‘중소상공인 공약’을 내놓고 있다.

정의로운 경제확립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중소상공인 이슈 선점을 위한 ‘공약 전쟁’은 점점 깊어지는 분위기다.

역대 대선을 톺아보면 모든 공약 자체가 법제화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매번 중소상공인들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에게 중소상공인 정책은 ‘우이독경(牛耳讀經)’이었다.

같은 일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 11일 소상공인연합회는 국회도서관 지하 대강당에서 ‘대선 후보 초청 소상공인 정책 공약 발표 및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지방 중소상공인들도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지만 후보들이 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달랐다.

문 후보는 한 달 전부터 참석 여부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4일 전에 불참 의사를 밝혔고 홍 후보는 당일에 불참을 통보했다. 유 후보도 4일 전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 안 후보와 심 후보는 당일 행사 참석 시간에 대한 양해를 구했지만 안 후보는 행사 30분이 지나서야 도착했고 심 후보는 50분이 지나서 참석했다. 행사는 한 달 전부터 준비됐고 모든 후보들에게 당일 상세 계획까지 전달됐다. 누군가에게는 절실할 수 있는 행사였다.

특히 올해는 역대 여느 선거 때보다 후보들의 중소상공인 정책에 관심이 집중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 격상을 필두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모두 중소기업, 중소상공인, 전통시장 보호를 내걸었다.

하지만 중소상공인들에게 이들의 공약은 그저 ‘뜬구름 잡는 소리’일 뿐이다. 그들을 대하는 태도에 비춰 봐도 그렇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행사부터 살뜰히 챙겨야 했다.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했다. 진정 중소기업과 중소상공인을 위한다면 공약만 쏟아내기보다 관련 정책을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깊이 고민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했을 것이다. 그들의 공언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과거 역사를 들춰 봐도 그간 중소상공인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현안들은 정책 후순위로 밀리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폐지되거나 수정을 거듭하면서 법사위에서 장기 표류하는 등 문턱을 넘지 못했던 것이 다반사였다.

각 후보들의 중소상공업계 공약이 절박한 심정에 있는 중소상공인들의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사전 영향에 대한 조사·평가를 시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최근 기자가 만난 인천의 소규모 비닐 가공 업체 대표도 이런 얘기를 했다.

“비닐 하나를 가공해도 면밀히 검토하고 결정해 제작하는데 정작 대통령이 될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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