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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장작 쌓았지만 불씨 없는 국내증시
김현정 경제부 기자

[매일일보 김현정 기자] 화려한 폭죽이 타원형 무대 가장자리를 타고 뿜어져나온다. 무대 특수장치의 효과가 잠잠해지자 전자 현악기를 든 연주자가 강렬한 비트의 전자음악에 맞춰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여느 록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공연이 열리는 곳은 다름아닌 핀란드의 스타트업 발표행사 ‘슬러시(Slush)’ 개막식이다.

창업을 위해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무대로 나와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청중들에게 발표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다. 매년 개최되는 슬러시 행사에 참가하는 한국인들도 늘고 있다. 국내 블로그 등지에서 슬러시 참가후기 또는 참관 감상평을 남긴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스타트업 또는 벤처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과 코넥스 시장 제도를 도입하고 서울시·경기도 등 시·도 차원에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을 활발히 가동 중이다. 그런데도 보는 것만으로도 함께 역동성을 느낄 수 있는 슬러시와 같은 행사를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폐지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는 와중에 이러한 해외 행사를 접하다보면 씁쓸함마저 밀려온다. 저금리·저성장 기조 속에 중수익을 추구하는 대안 투자상품으로 떠오른 ETF도 거래 침체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되기 일쑤다. 증시의 허리인 중소형주가 부진한 탓이다. 

코스피200지수를 좇는 ETF에만 자금이 쏠리고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ETF에는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지고 있다. 극히 일부의 대기업 대장주가 질주하지 않으면 국내 증시가 ‘올스톱’ 위기에 처해지는 현상은 늘상 반복된다.

사실 대기업에 의존적인 국내증시의 한계는 어제오늘 거론된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도 좀처럼 개선될 기미 없이 증시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국의 통상압박 등 글로벌 불확실성과 급변하는 산업구조에 대기업들마저 중장기 성장동력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장기 불황 터널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단순한 기우로 치부하기에는 지금의 경제상황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얘기다. 

다만 이같은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해답은 이미 나와있다. 경제의 허리격인 중견기업을 많이 배출하는 일이다. 정부도 기술력 있고 성장기반이 탄탄한 중소기업과 벤처, 스타트업이 제대로 클 수 있도록 중장기적 안목으로 정책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래야 국내 증시의 대기업 의존증도 개선될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의 역동성이 표출되면서 국내 증시에도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하루빨리 정착되길 기대해본다.

김현정 기자  hjkim1222@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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