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인터넷전문은행 포비아(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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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인터넷전문은행 포비아(공포증)
  • 공인호 기자
  • 승인 2017.04.17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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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호 금융팀장

[매일일보 공인호 기자] 최근 국내 금융권에서의 핫이슈로는 단연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출현이 꼽힌다. 더 세다는 '카카오뱅크'도 하반기 출격을 앞두고 있다니 올 한해는 이들의 독무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케이뱅크는 출범과 동시에 1000억원의 예금이 몰리며 개점효과를 톡톡히 맛봤다. 첫 인터넷전문은행장에 입성한 심성훈 행장마저 '놀랐다'고 했을 정도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인허가를 놓고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러쿵 저러쿵 소란스러웠으니 당연한 결과라 평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근래 인기가 주춤해졌다고는 하나 인터넷전문은행은 출현과 동시에 그 존재감을 충분히 각인시켰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부분도 남는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바라보는 시각이 지나치게 편향됐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은 물론, 미국보다는 무려 20년이나 늦었다는 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은 반길만하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만능은행'인 것마냥 치부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은행 민영화 외에 변변찮은 성과 탓에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사활을 걸다시피 해온 금융당국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창한 구호와 함께 '메기론'을 내세우며 아낌없는 지원에 나서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직접 '옥동자'라는 애칭까지 붙이며 인터넷전문은행이 2400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 2월 공청회 당시 카카오측이 제시한 7500개(2026년까지)보다 보수적이기는 하지만 뚜렷한 근거는 없다.

시중은행 수장들도 인터넷전문은행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불과 한달 전까지 1등 은행을 이끌었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은행 DNA'로는 먹고살기 힘들다고 했고,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기존 은행업을 전면 부정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리딩뱅크 탈환'을 외치며 비은행 부문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윤종규 KB국민은행장도 2000억원(자본금)짜리 케이뱅크를 주요 경쟁자로 언급했다. 사실 현재까지 내놓은 케이뱅크 서비스는 대다수 시중은행들이 이미 출시했거나 검증이 부족한 서비스들이 태반이다.

물론 신중론도 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1년 이후의 모습이 궁금하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의 리스크관리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고, 이경섭 농협은행장도 기술로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의 온기'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비대면 채널의 확산기조와 함께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경계태세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친 불안감이 가져올 역효과 역시 경계해야 한다. 은행권의 경쟁적 인력감축 행보가 대표적이다. 최근 수년간 국내 대형은행들이 매년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천명까지 인력을 줄여 왔다.

급기야 한국씨티은행은 연내 133개인 영업점을 30여개까지 줄이겠다는 파격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항아리형의 고질적 인력적체와 수익성 악화가 주된 원인이지만 수백조의 자산을 굴리는 은행이 비용절감에만 지나치게 목을 멜 경우 리스크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 영업점에 금융사고 '경계령'을 내린 것도 무관치 않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제 2의 저축은행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부동산 PF 부실사태로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수십만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사태가 불과 5년 전 일이다. 그렇다고 작금의 경제상황이 당시보다 나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당시 900조였던 가계빚은 이미 1300조원대로 불어났다.

시중은행에는 가계대출을 옥죄고 대포통장을 줄이라며 팔을 비틀면서도, 인터넷전문은행에는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금융당국의 행보는 어찌보면 '모순(矛盾)' 그 자체다. 4차 산업혁명 물결과 함께 등장한 '핀테크'는 피할 수 없는 거센 파도임에는 틀림없지만, 금융이 가장 강력한 규제산업인 이유는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혁신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금융의 본질을 훼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얼마 전까지 '사람이 금융'라며 조직을 다독여왔던 금융권 수장들 역시 일희일비 하기보다 냉철한 경영판단과 조직관리에 더 힘써야 할 때다. 우리 금융시장의 대표주자인 시중은행의 진짜 경쟁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아닌 해외 글로벌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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