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또다시 사라지는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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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또다시 사라지는 여자들
  • 한종해 기자
  • 승인 2007.01.15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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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째 무려 3명 실종, '떨고 있는' 화성
경기 화성시의 같은 면지역에서 중년여성 3명이 잇따라 실종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250여명의 경찰병력이 비봉면의 한 야산을 수색하고 있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미해결 사건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발생지역인 화성시 부근에서 한 달 사이에 노래방 도우미 2명을 포함해 여성 3명이 연쇄 실종돼 화성주민들은 “또, 화성이야?”라며 불안에 떨고 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화성 연쇄살인사건’과 공통점이 속속들이 발견됨에 따라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는 실정이다.

▲ 경기 화성시의 같은 면지역에서 중년여성 3명이 잇따라 실종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250여명의 경찰병력이 비봉면의 한 야산을 수색하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공통점은 장소, 피해대상, 마지막으로 휴대전화 전파가 끊어진 지점이다. 실종 장소가 화성이고 피해자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휴대전화의 전파가 끊긴 지역이 모두 화성시 비봉면 일대라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자 경찰은 “아직 피살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화성연쇄살인과의 연관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양과 군포, 수원 등 3개 시에 따로 거주하는 여성들이 잇따라 행방불명됐고 휴대전화 전파가 같은 지역에서 사라진 검은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연이야 필연이야

지난 1991년 4월 3일 밤 9시께 화성시 동탄면 반송리 야산에서 권모(69ㆍ여)씨가 성폭행 당한 뒤 스타킹에 목이 감겨 숨진 채 발견된 것이 ‘10차 화성연쇄살인사건’이었고,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난해 4월2일 자정을 기해 끝났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지난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화성시 태안(현 병점동 일대)과 정남, 팔탄, 동탄 등 태안읍사무소(현 화성 동부출장소) 반경 3km내 4개 음ㆍ면에서 13~71세 여성 10명이 잇따라 살해된 사건.

특히 1990년 11월15일 오후 6시 30분께 태안읍 병점5리(현 병점동)소나무 숲에서 학교 수업 후 집으로 가던 김모(당시 13세)양이 성폭행 당한 뒤 목 졸려 살해당한 9차 사건은 최연소 희생자였던데다 가장 잔인한 범행수법이어서 영화 ‘살인의 추억’에 인용되기도 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이른바 ‘11차’로 재연된 시점은 지난해 12월14일 새벽.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배모(45ㆍ안양시)씨가 비봉면 자안리에서 동료와 휴대전화 통화를 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배씨는 이날 오전 2시쯤 군포시 금정역 인근 노래방에서 나왔다. 그런데 경찰이 배씨의 휴대전화를 추적한 결과 비보면 양노리(비봉면사무소 부근)일대에서 최종기지국에 확인 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10일 뒤인 24일 새벽에는 역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박모(37ㆍ수원시)씨가 남자친구와 제부도에 갈 예정이라는 음성 메시지를 가족에게 보낸 뒤 연락이 끊겼다. 박씨 가족은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과 최종 위치는 4시 30분 서해안 고속도로 비봉인터체인지 부근이었으며 이후 휴대전화는 계속 꺼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오후 5시30분께 화성시 신남동 모기업 경리 계장인 박모(52ㆍ군포시)씨도 퇴근길에 실종됐다. 경찰의 휴대전화 추적 결과 박씨의 휴대전화는 회사에서 10km떨어진 화성시 비봉면 양노리 인근에서 전원이 꺼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달 14일 처음 실종된 노래방 도우미 배모씨의 경우 마지막 통화자가 전 애인이었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결혼을 앞 둔 배씨가 전애인 A씨와 14일 오전 3시55분께 통화를 했고 특히 A씨와는 금전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오전 4시30분께 휴대전화가 끊긴 다른 노래방도우미 박모씨의 경우는 실종 2시간 전인 오전 2시30분께 친구에게 “남자친구와 제부도로 갈 예정”이라고 전화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자의로 화성지역에 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밖에 지난 3일 퇴근하다가 실종된 회사원 박모씨는 마지막 통화자가 교회 성가대 동료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동일범 소행 추정은 무리”

경찰은 지난 9일 수사본부가 차려진 금정파출소(금정 치안센터)에서 브리핑을 열어 “현재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하기에는 사건의 연관성이 적다”며 “화성에서 휴대전화 전파가 사라진 것은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러나 실종여성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대조, 같은 사람과 통화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등 동일범 소행의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는 않았다.

경찰의 입장과 달리 3명의 실종여성들이 안양과 수원, 군포로 전혀 다른 곳에서 생활하고 직장도 틀리지만 화성시 비봉면 일대에서 모두 마지막으로 휴대전화가 끊긴 점은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3명 모두 아직 가족에게 협박전화가 걸려오지 않았고 신용카드도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실종사건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열린우리당 민병호 의원은 지난 2005년 8월17일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2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해당법안은 아직도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일지◆

1차 = 1986년 9월15일 오전 6시20분 태안읍 안녕리 목초지. 이모씨(71)
    ▶ 하의가 벗겨지고 다리 X자형으로 복부에 밀착됨.
2차 = 1986년 10월20일 오후 8시 태안읍 잔안리 농수로. 박모씨(25)
    ▶ 나체상태로 수로에 유기되고 가슴에 흉기자국.
3차 = 1986년 12월12일 오후 11시 태안읍 안녕리 축대. 권모씨(24)
    ▶ 스타킹으로 양손결박하고 머리에 팬티를 씌움
4차 = 1986년 12월14일 오후 11시 정남면 관항리 농수로 뚝. 이모씨(23)
    ▶ 스타킹으로 결박하고 음부난행.
5차 = 1987년 1월10일 오후 8시50분 태안읍 황계리 논바닥. 홍모양(18)
    ▶ 스타킹으로 결박.
6차 = 1987년 5월2일 오후 11시 태안읍 진안리 야상. 박모씨(30)
    ▶ 솔가지로 은닉.
7차 = 1988년 9월7일 오후 9시30분 팔탄면 가재리 농수로. 안모씨(52)
    ▶ 블라우스로 양손 결박해 음부난행.
8차 = 1988년 9월 16일 오전 2시 태안읍 진안리 가정집. 박모양(13)
    ▶ 피의자 검거
9차 = 1990년 11월15일 오후 6시30분 태안읍 병점5리 야산. 김모양(13)
    ▶ 스타킹으로 결박해 음부난행.
10차 = 1991년 4월3일 오후 9시 동탄면 반송리 야산. 권모씨(69)
    ▶ 하의만 벗겨지고 음부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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