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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LPGA 첫 메이저도 접수…‘한국 낭자의 힘’
이상민 경제사회부장

[매일일보 이상민 기자] 스포츠는 언제나 재미가 있다. 여기에 스토리가 더해지며 재미를 넘어 감동까지 준다. 그래서 스포츠는 살아 있다.

3일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도 각별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며 또 하나의 역사가 되었다.

LPGA에서 열리는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라 더욱 관심을 모았던 이번 대회의 우승 트로피는 4억5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또 한 명의 자랑스러운 한국낭자 유소연 품에 안겼다. 한국낭자들은 올 시즌 열린 6개 대회에서 벌써 5승을 쓸어 담았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감격에 겨워 눈물을 훔치던 유소연의 뒤에서 소리 없이 다른 의미의 눈물을 닦는 또 한 명의 선수가 안타까움을 더 했다. 그 주인공은 3라운드에 유소연 등 공동 2위에 3타를 앞서며 신바람을 내던 미국인 골퍼 렉시 톰슨.

톰슨은 이날 12번 홀까지 전날의 기세를 몰아 여유 있게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12번 홀이 끝나고 톰슨에게 4벌타가 통보되었다. 물론 자신의 부주의 때문이라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할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22살 여인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음은 분명하다. 이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면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톰슨은 전날 3라운드 17번홀에서 40cm 퍼트를 남겨 놓고 마크한 후 볼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퍼팅을 하기 위해 다시 공을 그린 위에 놓으면서 원래 위치에 놓지 않았고 결국 오소 플레이로 2벌타를 받았다. 이로 인해 전날 제출한 스코어카드가 잘못돼 2벌타가 추가되며 순식간에 4벌타를 받은 것이다.

골프는 ‘신사의 경기’다. 그래서 심판이 없다. 오직 자신의 양심에 따라 경기를 한다. 그래서 벌타도 스스로 부과한다. 뒤늦게 신사답지 못한 플레이가 들통 났을 경우 더욱 가혹한 처벌이 뒤따른다.

요즘엔 방송 카메라가 모든 경기를 밀착해서 담다보니 선수들의 비양심은 물론 사소한 부주의까지 시청자의 눈에 걸리기 십상이다. 선수들이 룰 적용에 더욱 엄격해야 하는 이유다.

벌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PGA를 호령하고 있는 남자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이다. 2번의 메이저대회에서 벌타 때문에 화제가 됐던 존슨은 한번은 눈물을 삼켰고 한번은 활짝 웃었다. 지난해 US오픈에서는 퍼팅을 하기 위해 놓은 공이 바람에 움직이면서 1벌타를 받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하며 메이저 챔피언에 올랐다.

이는 4년 전의 쓰라린 경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 다른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마지막 날 17번홀까지 1타차 선두를 달리던 존슨은 벙커에서 클럽을 댔다는 이유로 2벌타를 부과 받으며 눈물을 삼켜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갤러리에 둘러싸인 조그마한 모래 구덩이를 벙커로 인식하지 못한 존슨이 샷을 하기 전 헤드를 땅에 댔고 즉시 2벌타가 주어졌다.

흔히 골프를 인생에 비유한다. 잘 나갈 때 전혀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해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것도 인생과 비슷하고 비온 뒤에 땅이 굳듯 그것이 자양분이 되어 더욱 강해지는 것도 삶과 닮았다.

톰슨도 존슨처럼 하루빨리 활짝 웃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상민 기자  marineboy@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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