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국 현대시의 한 전형, 강재남 『이상하고 아름다운』 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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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한국 현대시의 한 전형, 강재남 『이상하고 아름다운』 시집 출간
  • 강세민 기자
  • 승인 2017.04.0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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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남 시인과 시집 '이상하고 아름다운'의 책표지.(사진=경상대학교)

[매일일보 강세민 기자] 통영 출생이자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해 활동하고 있는 시인 강재남의 첫 시집 『이상하고 아름다운』(서정시학 시인선 132)이 최근 발간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시집에는 시 <입체주의 소나기> 등 60편이 20편씩 3부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그간 발표될 때마다 ‘웹진광장’ 등에서 우수작으로 올려졌거나 ‘올해의 우수작 100편’ 등에 뽑혀 화제가 된 시편들 곧, <입체주의 소나기>, <고답적인 너의 나라>, <구름을 빙자하여>, <아를르로 간 흰 당나귀>, <눅눅한 진언>, <참꽃과 헛꽃에 대해 생각하는> 등이 수록되어 있어 젊은 독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집의 해설을 쓴 인하대학교 최현식 교수는 “강 시인에게 저 그림과 음률과 언어는 취미나 취향 충족을 위한 미적 대상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시인이 세상을 읽고 해석하며 또 자신의 삶과 언어가 조직되는 동시에 펼쳐지기를 갈망하는 또 다른 실존의 장입니다.”고 하여 강 시인의 시가 갖는 이상한 것인 동시에 아름다운 것이라는 독특한 대립의 현장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수복 시인(단국대 부총장)은 강 시인의 시편을 두고 “상상과 환상의 트랙을 도는 시이면서도 하나의 범주를 형성하는 일관성이 있어 오늘의 시가 갖는 난해의 늪을 명징한 이미지로 헤쳐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강 시인의 시는 오늘 현대시의 교과서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고 말하면서 “나로서는 조금 더 부연하면 이상(李箱)의 지적 탐색과 백석(白石)의 감성적 탐구 너머에 그의 시는 자리잡습니다.”고 이어 평가했다.

강재남 시인은 ‘머리말’에서 “구름의 형상을 읽어낼 수 없어서 칸트를 탐독하는 일, 칸트를 읽어낼 수 없어서 에밀을 탐색하는 일”이 자신의 시라고 지적하여 대상에 접근하는 방법이 과거에 있었던 것이 아님을 설명해주고 있다.

한편 경상대 대학원 국문과 1학년에 재학 중인 김희준 씨가 최근 월간 『시인동네』로 데뷔하여 신선한 시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는데 그 김희준 씨가 바로 강 시인의 장녀로 알려져 또 다른 화제로 이어지고 있다.

▶ 강재남 대표시 <고답적인 너의 나라>

이상하고 아름다운 너의 나라에서 한 시인의 생을 베끼느라 밤을 밝히네 한낮의 태양이 가면을 쓰고 그 밤은 조직적이네 비루한 반역자의 이마로 언어가 굴러다니네 어둠은 한낮의 뿌리를 옮겨 적네 그는 공정한 필경사라네 이상하고 아름다운 너의 나라에서 새벽 세 시에 편지를 써야 했네 방울새의 둥지에 대해서 둥지를 이고 있는 나무에 대해서 하지만 올리브빛 새를 본 적 없다 나는 말하네 이상하고 아름다운 너의 나라에서 시인이 시를 쓴다는 것은 단어를 무너뜨리고 표현의 착란을 일으키는 일이네 저 너머 육체의 문을 열어야 하는 일이네 그런 지독한 당위성이 필요한 건지 어떤 건지 독창성과 고답성이 충돌하는 지점은 감각이 마비되는 시점이네 나의 모국어가 팽개쳐지는 순간이네 그것들을 툭 툭 건드리며 내가 하는 이 짓이 무엇인지 알 수 없네 어둠을 쪼는 방울새 날개깃에 새벽이 깃드네 둥지를 튼 나무는 제자리에 제발 두게, 이상하고 아름다운 너의 나라에 보내는 새벽 세 시 협박문이네 고답적이라 여긴 새벽 하늘은 뜻밖에 고전적이네 구름층을 두텁게 만들어 엄격하게 때로 구속된 방식으로 여름을 가두고 통점을 동반한 비가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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