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명' 성공한 가정간편식, 영양·질도 쇄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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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명' 성공한 가정간편식, 영양·질도 쇄신하길
  • 최서영 기자
  • 승인 2017.04.0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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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서영 기자] 지난해부터 유통·식품업계에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바로 가정간편식, 혹은 HMR(Home Meal Replacement)이다. 집밥을 대체하는 간편·배달·반조리 식품을 뜻한다.

사실 가정간편식이란 용어는 ‘개명된 이름’이다. 가정간편식이 부상하면서 시장에서 슬슬 자취를 감춘 용어가 있다. 바로 ‘레토르트’다. 레토르트는 플라스틱이나 금속 봉지에 식품을 살균해 넣고 밀봉한 상품을 뜻한다. 이마트 피코크·편의점 도시락 등 가정간편식 히트작 태반은 죄다 레토르트다.

사실 레토르트는 빈곤한 음식의 대명사였다. 나트륨과 지방 등은 많고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소 등은 그다지 함유하고 있지 않아서다. 보존제도 많이 포함해 허기만 때우는 저질 음식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 레토르트는 ‘개명’을 통해 전성시대를 맞았다. 가정간편식 시장은 1인·맞벌이 가구 증가세에 힘입어 급격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2년 9600억원 규모던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어지간히 특이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레토르트 먹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가정간편식은 다르다. 많은 누리꾼들이 과시의 공간인 SNS, 블로그 등지에 신제품 간편식 개봉 후기, 반조리 상품 요리 과정을 공개한다. 이 정도 이미지 쇄신이면 ‘개명의 마법’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그러나 ‘개명’ 후에도 가정간편식의 문제는 그다지 해소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나트륨 권장량은 하루 2000mg이다. 가정간편식 한 끼에 포함된 나트륨은 2000mg에 근접한다. 이들 식품에는 과채류는 적고 가공육과 탄수화물 일색이라 많이 먹으면 비만과 배변장애 위험이 있다. 간편식에 든 조미료와 유지류, 보존제 등도 건강에 좋을 리가 만무하다.

가정간편식의 실상이 이렇기에 결국 사먹는 자들은 부자보다는 빈자일 가능성이 높다. 부자들이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고급 먹거리를 소비하는 동안, 결식아동은 지자체로부터 급식카드를 받아 편의점 등지 도시락을 사먹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빈곤 비만’의 위험성에 노출된다. 칼슘은 적고 지방이 많은 식단은 몸집을 위보다 옆으로 키우기 때문이다.

이름과 이미지가 달라진 만큼 영양과 질도 개선된 가정간편식을 기대한다. 좋든 싫든 가정간편식은 식품업계 대세기 때문이다. 가정간편식이 앞으로는 쓸쓸하고 빈곤한 식단 대신 간편하고 풍성한 식단의 대명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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