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로봇투자 시대, AI 윤리부터 정립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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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로봇투자 시대, AI 윤리부터 정립돼야
  • 김현정 기자
  • 승인 2017.03.2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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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경제부 기자

[매일일보 김현정 기자] 산업화 이후 많은 번거로운 일들을 로봇이 대신 처리해주면서 인간의 삶의 질도 향상됐다. 그러나 인간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지던 판단과 사고 영역까지 로봇이 넘보는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로봇에 따른 대량 실직 위기가 블루칼라뿐만 아니라, 화이트칼라까지 위협하고 있다.

19세기 초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기계에게 빼앗긴 방직공장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한 러다이트 운동이 산업혁명의 큰 물결을 막지 못했듯이, ‘생각하는 컴퓨터’로 인한 사무 노동자들의 박탈감만으로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4차 산업혁명의 큰 흐름을 바꿀 순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바람직한 쪽으로 인간의 가치판단이 AI 영역에 도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령 펀드매니저가 아닌 로봇이 투자한다면, 통상 ‘먹튀’와 같은 모랄해저드에 대해서도 ‘수익 추구 극대화’라는 잘못된 인식을 할 공산이 크다. 로봇은 단순히 ‘이익’만을 추구하므로 정해진 파이를 두고 어떻게 적절하게 나눠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나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떻게 하면 파이의 많은 부분을 독식할 수 있을까의 고민만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윤리라는 인간 고유의 영역에 대한 관념이 로봇에 없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의 올바른 사용에도 인간의 가치가 개입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 가령 최근 스마트기기의 보급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경우, 연령대·성별 사용률과 같은 ‘공적’ 부문으로 생각되는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4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고 등의 여파로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관련 자료 제공이 원천 봉쇄됐다.

적확한 예가 아닐 수도 있으나 이렇듯 모두에게 이로울 주식거래 시스템의 발전을 위한 정보 공유는 개인정보보호 규제에 따라 제한되면서, 수익 추구를 위한 로봇 투자에만 투자자 빅데이터가 활용된다면 갈수록 공공의 이익과 사적 이익 간의 불균형은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의 윤리적 문제를 다룬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관련 이슈를 논의해야 할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더 이상 AI 관련 윤리적 사고가 발생한 뒤 피해를 일부 수습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에 그치기보다는 예상되는 윤리적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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