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천안함 영웅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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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천안함 영웅들에게
  •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
  • 승인 2017.03.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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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 7년전 오늘 21시 22분, 대한민국을 수호하다 산화한 천안함 영웅들에게.

PCC-772 천안, 1999년 NLL을 넘어 공격해온 북한함정 10대를 단 14분만에 격퇴시킨 제1차 연평해전에 참가하고서도 당당히 돌아왔었습니다. 그러나 그날의 기습어뢰공격 이후 두 동강이 난 채, 수많은 젊은 장병들을 잃은 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다시는 이렇게 가슴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국방위원장으로서 무엇이라도 해야 했습니다.

지난 20일부터 3박5일의 짧은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를 다녀왔습니다. 국군 통수권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빈틈없는 한·미 군사대비태세 유지를 위해 급히 일정을 잡았습니다. 다행히 미국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 하원 외교위 테드 포 테러·비확산·무역 소위원장 등 의회에서의 국방책임자와, 미국 국방부 로버트 워크 부장관, 합동참모본부 차장인 폴 셀바 장군 등 미군 지도부가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 면담에 적극 응해주었습니다.

모든 면담자들은 하나같이 “북한 위협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동문제 등 다른 많은 국제관계 이슈가 있을텐데도 말입니다. 또한 사드는 사람의 생명을 지키고 영토를 지키는 방어무기체계인 만큼 정치적인 논쟁을 벗어나 안정적으로 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21일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넋을 기리기 위해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체험학습을 하러 온 미국의 중고등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과 한쪽 벽면에 새겨진 “FREEDOM IS NOT FREE" 글귀를 배경으로 참전기념비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헌화했습니다.

첫 면담자로 미 하원 외교위 테드 포 소위원장을 만났습니다. 테드 포 의원은 지난 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고, 이번 김정남 암살사건까지 포함한 수정법안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테드 포 의원은 때마침 저와의 면담 직전 본회의에서 ”KIM JONG-UN IS A TERRORIST”라는 제목의 발언을 했었습니다. 그와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북한 내에서의 인권침해 실태,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 등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향후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 정보를 계속 교환하기로 했습니다.

다음으로 미국의 베트남 전쟁 영웅인 상원 매케인 군사위원장을 만났습니다. 매케인 위원장은 북한의 위협을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으로 당면하는 위기(First crisis)'라 평가하며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또한 북핵문제와 사드배치 문제에서 중국의 실질적인 역할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중국의 말보다 실천을 강조하면서 "Actions speak louder than words"라는 말도 한 바 있습니다.

매케인 위원장은 저를 만난 자리에서 사진 한장을 보여주며 그가 겪었던 일을 들려주었습니다. 매케인 위원장은 베트남전에 해군 비행사로 참전했을 때, 하노이 상공에서 포탄에 격추되어 포로로 붙잡히게 되었습니다. 매케인의 부친이 당시 태평양사령관이었던 것을 알고있던 베트콩들은 매케인을 풀어주어 對미 심리전에 활용하려 했으나, 그들의 계획을 알고있는 매케인은 석방을 거부해 스스로 4년 동안의 포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편한 길이 있지만 조국을 위해 기꺼이 험한 길을 감수했던 것입니다.

이날 저녁은 한국에서 근무했던 미군의 주요인사들과 만찬에서도 편한 길보다 험한 길을 가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만찬에는 월터 샤프 전 한미연합사령관, 챨스 헤플바워 전 7공군사령관, 스티브 우드 전 7공군사령관, 애쉬톤 옴스 전 군사정전위원회 UN측 대표가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차기 한국대통령이 통일보다 북한에 대한 자금지원으로 김정은이 계속 집권하며 신무기 개발을 할까 걱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북한과 대화를 하며 지원을 해준다면 잠시 평화적일 수는 있지만, 통일과는 멀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군과 ‘연합사령부’가 존재하는 한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함께 걱정해주는 ‘지한파’를 한국에 돌아가서도 잘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겠다는 다짐도 하였습니다.

앞서 들었던 ‘편한 길보다 험한 길’을 가야하는 것은 지금의 대한민국도 같습니다. 사드 배치 번복, 북한과의 조건없는 대화는 당장 갈 수 있는 평화로운 길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대들이 겪었던 천안함 피격과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끔 하기 위해서라도 어렵고 험한 길을 가야만 합니다. 대한민국을 흔들고, 한미동맹의 틈을 만들려는 세력에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을 보여주어야만 합니다. 제가 지난 17일 긴급현안질의에서 제안한 외교안보 대연정 협의체(The Diplomacy Security Grand Commission)를 구성해 어떤 정권에서도 외교안보정책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22일은 펜타곤에서 국방부 로버트 워크 부장관, 합참차장 폴 셀바 장군을 면담하며 시작했습니다. 워크 부장관은 이번 트럼프 행정부 정책결정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직전 오바마 행정부와는 달리, “트럼프 정부는 주요 외교안보에 대한 의사결정 방식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방식이라 알려줬습니다. 즉 국무장관, 국방장관, 백악관 외교안보 보좌관 등으로 구성된 PSG(Principal Small Group)가 가이드라인을 정하면 아래에서 실무그룹이 실행 방법을 논의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일정의 마지막으로는 트럼프 정부 구성에 깊이 관여하고있는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에 들러 월터 로만 아시아연구센터 소장,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 등 전문가들과 토론을 했습니다. 이날 토론에서는 사드배치의 당위성, 북한 추가 제재의 필요성,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압박, 한미FTA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해 함께 고민했습니다. 한국의 많은 현안들이 얼마나 많이 미국과 맞닿아있고, 그만큼 미국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공감대를 형성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안함 희생장병 여러분,

2009년 미국 하와이 태평양 공군사령부를 방문했을 때, 사령부 건물외벽에 구멍들이 남아있고 부서진 곳이 그대로 있어서 사령관에게 물어봤습니다. 사령관은 대답했습니다. “저 자국들은 일본이 진주만 공격을 할 때 쏜 총탄과 폭격 흔적들입니다. 우리 병사들은 매일 아침 구보를 할 때 저 총탄자국들을 보면서 역사적인 그 날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평택 2함대 사령부와 제 가슴에 남아있는 천안함을 보며 저 또한 그대들을 한시도 잊지 않겠습니다.

보고의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그대들의 이름을 애달프게 불러봅니다.

준위 이창기, 원사 최한권, 원사 남기훈, 원사 김태석, 원사 문규석, 상사 김경수, 상사 안경환, 상사 김종헌, 상사 민평기, 상사 최정환, 상사 정종율, 상사 신선준, 상사 박경수, 상사 강 준, 상사 박석원, 중사 임재엽, 중사 손수민, 중사 심영빈, 중사 조정규, 중사 방일민, 중사 조진영, 중사 문영옥, 중사 박보람, 중사 차균석, 중사 이상준, 중사 장진선, 중사 서승원, 중사 서대원, 중사 박성균, 중사 김동진, 하사 이용상, 하사 이상민(88년생), 하사 이재민, 하사 이상희, 하사 이상민(89년생), 하사 강현구, 병장 정범구, 병장 김선명, 병장 안동엽, 병장 박정훈, 병장 김선호, 상병 강태민, 상병 나현민, 상병 조지훈, 정태준 일병, 장철희 일병, 그리고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한주호 준위...평안히 잠드소서.

2017.3.26

국회 국방위원장 김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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