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는 야구는 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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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는 야구는 안하고…”
  • 김종국 기자
  • 승인 2007.01.0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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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주로 불리던 야구선수들, 모텔서 만취한 여성 집단 성폭행 “충격”

구랍 31일 새벽 3시, 묵을 해와 새 해가 교차되는 신성한 그 시각, 광주의 한 모텔에선 집단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다. 광주 동성고 야구부 출신의 동창 세 명이 술에 취한 열아홉 살 박모양을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한 것이다.

다음날 광주 동부경찰서 형사들에게 긴급 체포된 이들은 성폭행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야구팬들과 네티즌의 맹비난이 쏟아지면서 각 프로야구 구단은 자기 선수가 아니라며 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는데…<매일일보>이 사건의 전말을 짚어봤다.

지난달 31일 새벽 1시 40분, 광주시 동구 충장로의 D나이트크럽에서는 광주 동성고등학교 야구부 출신 동창 3명이 음주가무와 더불어 ‘부킹’(즉석만남)에 열중하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각자의 야구인생을 시작하게 된 이들은 정해년을 코앞에 두고 즐거운 신년 파티를 이어갔다. 87년생으로 동성고를 함께 졸업한 이들은 비록 2군이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유망주로 손꼽히는 선수들이다.

서울에서 내려 온 김00(19)군은 서울 소재 대학 A야구부 선수이며, 박00(19)군은 B 프로구단에서, 장00(19)군은 C 프로구단 소속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부킹이 이어지면서 김군은 직장인인 박00(19)양과 마음이 맞아 학동에 위치한 모텔 밀집 지역으로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학동에 위치한 모텔촌은 평소 젊은 연인들의 음주 후 직행코스로 유명한 곳. 술집이 몰려 있는 D나이트클럽에서 도보로 3~4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새벽 3시가 넘어가고 있던 시각, 박양은 만취해 모텔 침대에 드러누웠다. 김군은 그대로 박양을 능욕했다.
박양을 성폭행한 김군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관에 남은 방이 있으니 여기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김군의 말을 듣고 D모텔로 찾아간 박군과 장군. 방문을 열자 옷을 벗고 알몸으로 누워있던 박양을 보게 된다. 순간 욕정을 일으키며 흥분한 이들은 차례로 번갈아 박양을 성폭행했다.

다음날 1일 광주동부경찰서 강력2팀은 김군 등 현역 야구선수 3명을 ‘박양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붙잡아 조사를 벌였다.
조사과정에서 김군은 “박양과는 합의 후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계속 주장했다. 성폭행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군은 성폭행을 시도했고 친구들을 범행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등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며 구속 영장을 신청해 김군을 구속했다.
그러나 집단 성폭행에 가담한 동창생 박군과 장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불구속 입건하는데 그쳤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김군이 이번 사건의 주범이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던 것이고, 박군 등은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점 등을 고려해 검찰에 불구속 의견을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팬들 “강력한 처벌” 요구…구단 “재판 결과에 따를 것”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불거져 나온 프로야구 선수들의 파렴치한 성폭행 사건에 대해 네티즌과 야구팬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또한 피해자를 욕보인 세 명 모두에게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어 영장 신청의 일관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B구단의 열성팬인 최병한씨는 “아무리 나이가 어린 열아홉 살 선수라 해도 프로야구단에 입단하면 프로선수이자 공인이다. 이것은 선수가 유니폼을 입으나 벗으나 상관없다”면서 “스스로 공인 이길 포기하고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처벌되는 것을 거부한다면 그들은 팬들의 박수를 받을 권리도 없고 보통의 샐러리맨들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수억의 연봉을 포기해야 한다”고 가해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야구팬 김기철씨도 “이런 사건이 메이저리그나 일본에서 벌어진다면 우리나라처럼 구단차원에서 유야무야 덮어 버리기 급급하거나 선수 개인의 과실로 치부하진 않을 것”이라며 “구단의 신인선수에 대한 적극적인 소양교육(공인 마인드)과 KBO(한국야구위원회)차원의 강력한 처벌 및 재발방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성원씨는 “야구에 죽고 사는 내가, 만약에 B, C 구단의 팬이었다면 영원히 야구를 등졌을 것”이라면서 “어떻게 술 마시고 친구들을 불러다 돌아가며 성폭행한 놈들을 녹색 그라운드에서 응원할 수 있겠냐! KBO, 선수협, 해당 구단은 그냥 이번 사건을 묻어 갈 생각하지 말고, 확실한 공개 징계조치를 취하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현재 해당 구단 측은 구단 이미지와 선수 보호 등의 이유로 어떠한 입장도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있지 않다. 다만 B구단의 한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일이라 물 밑에서 구단측 입장을 계속 준비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항은 재판 결과가 나와야봐 안다”고 말을 아꼈다.

이렇듯 해당 구단에서는 일말의 사과 성명서도 내고 있지 않는 가운데 광주를 연고지로 둔 ‘KIA타이거즈’를 선두로 해서 ‘LG트윈스’, ‘SK와이번스’는 일제히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공지를 내고 팬들의 의혹을 일소시켰다.

한편 문제의 B구단은 지난해 4월에도 야구선수 윤00(당시23)씨가 성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윤씨는 서울시 이태원동의 모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이00(23)양을 자신의 승용차로 유인해 성폭행하고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 여성을 진료한 의사 진술 등에 비춰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가 인정되지만, 가해자가 전과가 없고 피해여성과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혀 네티즌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야구규약 제14장 제147조 2항에 따르면 감독ㆍ코치ㆍ선수ㆍ심판위원 또는 구단 임직원이 경기 외적인 행위와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등 프로야구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판단된 경우, 총재는 영구 또는 기한부 실격처분.직무정지.출장정지.야구활동정지.제재금.경고처분 기타 적절한 제재를 과할 수 있다.
이에 따른 해당 구단과 KBO의 발 빠른 대처와 신속한 징계를 야구팬들과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김종국 기자<jayzaykim@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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