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논란속, 미래없는 집창촌 여성들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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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논란속, 미래없는 집창촌 여성들 ‘한숨만’
  • 매일일보
  • 승인 2007.01.0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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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 성매매 집창촌 업주들이 최근 서울 5개 지역 집창촌 7만3000여평을 재개발 한다면 성매매를 그만두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여성시민단체들은 이들에게 재개발에 따른 이익이 돌아가서는 안된다고 반발하고 나서는 등 집창촌 재개발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하지만 집창촌 업주와 시민단체간 갈등 속에서 정작 이곳에서 불법적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성매매 여성들은 관심밖이다. 이들은 미래없는 불안감에 한숨만을 내쉬며 한명의 남자라도 더 붙들기 위해 밤마다 몸부림을 치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 "우리는 이것밖에 할 수 있는게 없는데…"

6일 저녁 서울의 대표적 집창촌인 일명 미아리 텍사스촌. 업주들은 영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장사가 되지 않아 차라리 재개발 사업을 통해 보상금을 받는 쪽으로 기울었지만 성매매 여성들은 할 말을 잃은 채 침울 한 표정으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몇몇 업소만 불법 영업을 하며 검은색 커튼으로 가린 채 이곳을 지나는 남성들을 부르며 한 사람이라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좁은 골목 사이도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장촌 업소는 모두 이제 30여 곳만이 문을 열고 있다. 지난해 9월, 성매매 특별법 단속이 약화된 후 60여 곳 업소가 영업을 하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성매매 여성 지연씨(24.가명)는 "저는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라며 "이것마저 하지 못하면 굶어 죽으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고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심경을 토로했다.

서울 시내 또 다른 집장촌인 영등포역 일대는 아직 본격적인 영업을 하기엔 이른 시각이지만 환한 홍등 불빛아래 성매매 여성들은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 지역도 얼마 전 서울 시내 집장촌으로 유명한 곳이었으나 재개발 사업이 진행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서서히 업소가 줄어들더니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업소는 급속하게 줄었다.

5년 전 200개 업소 800여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술에 취한 남성들의 유혹했지만 이제는 30여 곳 안팎의 업소만 영업중이다 .

"오빠 놀다가"라고 웃으며 말하며 손짓과 몸짓을 모두 동원해 한 사람이라도 더 잡으려는 웃음 뒤에는 집장촌 재개발과 관련해 별다른 대책과 보상도 없는 성매매 여성들의 절박함이 묻어 나왔다.

또 다른 성매매 여성 유리씨(27.가명)는 "집장촌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많이 혼란스러운 건 사실이다"며 "업주들은 빨리 재개발을 진행해 보상금을 받기 원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는 보상은 커녕 미래가 어떻게 되든 관심 밖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새벽 0시20분 화려한 불빛과 현대적인 건물이 있는 서울 1호선 용산역을 뒤로 하고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성매매 업소가 홍등의 불빛아래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용산역 집장촌도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현재 50여개의 업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150여명의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호객꾼들이 "6만원까지 해줄게 아가씨들 얼굴한번 보고 가"라며 한 사람이라도 아쉬운 듯 적극적인 호객이 이어졌다.

그러나 많은 업소들이 재개발 사업 등으로 인해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겼고 답답한 호객꾼들은 깊은 한숨을 내쉈다.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업주와 호객꾼들은 아쉽지만 보상금이라도 받아내겠다는 모습이지만 성매매 여성들의 앞날을 아직도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은 불안한 마음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며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특별한 말보다 어두운 그녀들의 표정이 복잡한 심경을 대신 말해 주고 있었다.

성매매여성 주연씨(34, 가명)는 "실제로 일하고 고생하는 사람들은 성매매 여성들이다"며 "업주들의 미래도 중요하지만 우리들의 미래도 중요하기 않은가... 최소한 자립할 수 있는 대책은 마련해 줘야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용산역의 주위의 불빛은 화려하지만, 길가를 따라 늘어선 업소 안 홍등 불빛에 비친 여성들의 얼굴에서 불안한 미래가 스쳐지나간다.

비슷한 시각 서울 청량리역 집창촌 밤 거리. 한창 업소의 분위기와 여성들의 호객행위로 시끄러워야 할 시간이지만 불 켜진 업소들은 예전에 비해 찾기 어려워졌고 캄캄한 업소들의 문은 자물쇠로 꽁꽁 채워져 있다.

한 20대 남성은 친구와 함께 자신의 고급 승용차를 몰고 집창촌 골목으로 들어가 천천히 서행을 하며 업소 안을 들여다 보고 , 업소 앞에는 승용차에 탄 남성들이 여성들을 한 번 훑어보고 간다.

술에 취한 남성들은 비틀거리며 성매매 여성들과 흥정을 한뒤, 업소 안으로 들어가지만 예전에 비하면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 돼 버렸다.

간혹 외국인들이 업소 주위를 기웃 거리고 성매매 여성들도 예전처럼 남성들에게 달려들어(?) 호객행위를 하지 않고 문 앞에 나와 있지도 않았다.

서울 청량리역 부근에는 100여 개의 성매매업소가 있었으나 집장촌 재개발 시행 이후 업소의 수가 줄어 현재 60여개 업소들만이 남아있다.

업주들은 계속되는 불황과 영업난으로 사업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떠난 지 오래이고 ,갈 곳 없는 성매매 여성들은 이 곳에 남아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다.

청량리 성매매업소 호객꾼은 " 집창촌 재개발 시행 이후 장사는 안되고 계속 불황에 시달리니까 이제는 이 곳의 업주들은 차라리 빨리 집장촌 재개발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내가 볼 때 업주들은 어떠한 보상이라도 받기 위해 버티고 있는것 같다"고 말했다.

한 성매매 여성은 "청량리의 업주들은 건물주에게 보상을 받거나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재개발에 찬성하지만 우리는 이 곳이 없어지면 밥은 어떻게 벌어먹고 살고 살 길이 막막해진다"며 "업주들은 영업 수익의 10%를 우리에게 떼어준다는데 그렇게 할 지 의심스럽다 집창촌이 없어지면 가장 손해보는 것은 만만한 우리들이 아니겠느냐?"며 푸념을 늘어 놓았다.

계속되는 불황속에 업주들은 보상금과 재개발을 찬성하며 청량리를 떠났지만, 성매매 여성들은 어떠한 대책도 없이 그저 이 곳에 앉아 남성들만을 기다리고 있다.

▲업주와 토지.건물주간 갈등 집창촌 재개발 난항

지난 2002년부터 논의되기 시작된 서울시내 미아리텍사스와 청량리, 용산, 영등포, 천호동 등 서울시내 5대 집창촌 지역에 대한 재개발 바람은 2004년 성매매특별법시행 이후 본격으로 불어 닥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건축 규제까지 완화해 층고 제한이나 용적률을 기존보다 30%이상 완화시켰고, 재개발 기대심리에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속칭 '미아리 텍사스' 일대는 2003년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된 후 땅값이 4~6배 정도 뛰었다.

인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000년 만해도 평당 500만원선이었던 곳이 지금은 평당 2000~2500만원선까지 폭등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집창촌 개발은 복잡하게 얽힌 땅 주인들과 포주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좀처럼 진행되지 못했다.

이에 지난 4일 전국 10개 집창촌 업주 대표로 구성된 '한터전국연합'은 서울 5개 지역 집창촌 재개발사업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업주들은 보상 문제를 하루빨리 매듭짓고 본격적인 재개발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영업권에 대한 보상도 받겠다는 판단이다.

이제는 집창촌을 찾는 사람은 평일 1~2명 정도에 불과하고 아예 사람들의 발길이 없어 문을 닫는 집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을 계속 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또 계속적으로 문을 닫고 있는 업소가 늘면서 권리금이나, 임대료를 내지 못해 손해가 늘면서 업주들은 보상을 통해 손실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한 업주는 "성매매특별법 때문에 영업도 못하는 상황에서 계속 문을 열고 있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업주들은 하루 빨리 보상 문제를 매듭짓고 이곳을 뜨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물주나 토지주들은 재개발 문제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개발 이야기가 거론되고부터 땅값이 폭등하고 있기 때문에 건물주와 토지주 입장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내 600여개 성매매 업소 가운데 재개발에 동의한 200여개 업소들 중 토지주와 건물주가 포함된 곳은 극히 저조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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