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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취업 안 되니 결혼 늦고…출산은 언감생심
이상민 경제사회부장

[매일일보 이상민 기자] 대한민국이 성장 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거창하게 국가경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서민들의 삶이 팍팍하기만 하다. 결혼을 하고 아내와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고, 서로를 쏙 빼닮은 아이를 키우며 알콩달콩 늙어가는 것도 쉽지 않은 사회가 됐다.

초등학교를 입학하기도 전부터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사교육시장을 전전하지만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을 들어가기는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

대학 가는 방법이 3000가지가 넘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복잡하고 객관성에 의심을 받는 대학입시 제도를 뚫고 어렵사리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그 이후의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바늘구멍 뒤에 더 좁은 바늘구멍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이라는 대학 진학보다 몇 배는 힘겨운 또 다른 좁은 문을 뚫어야 한다. 최근 10%에 육박하는 사상 최고치의 청년 실업률이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암울한 상황을 단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비싼 등록금에 취업을 위한 각종 자격증 취득과 해외 연수 등 최소한의 스펙을 쌓기 위해 알바 시장을 전전해 보지만 그로 인해 늘어나는 빚은 청년들의 목을 옥죄고 있다. 취업이라도 잘 된다면야 빚을 갚아나갈 수 있겠지만 취업난 속에 대다수의 청년들이 졸업 후에도 빚을 갚기는커녕 빚이 되레 늘어가고 결국에는 신용불량자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요행히 취업을 해도 삶의 기본인 의식주를 해결하기에도 빠듯하다. 집값이 오르면서 덩달아 전세값도 치솟는다. 목돈인 전셋값이 없다보니 월세로 살아야 하고 월급은 모일 틈도 없이 들어오는 순간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린다.

결혼을 하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두 사람 몸을 뉠 제대로 된 집 한 채 없이 오직 두 사람만의 사랑으로 살아내기에 사회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출산은 언감생심(焉敢生心) 꿈도 꾸지 못한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빠듯한 살림에 ‘입’이 하나 더 는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출산과 육아로 단절되는 여성의 재취업과 불이익은 아이 낳기를 꺼리게 만드는 또 다른 주범이다.

여기에 직장을 갖고 자신에게 투자하는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이른바 골드미스들이 늘어나면서 불을 보듯 뻔한 고생길로 들어설 여성들도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악순환 속에 결국 대한민국은 활력을 잃고 늙어가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지난 10여 년간 출산율을 높이겠다며 80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이 올라가기는커녕 되레 뒷걸음질 치고 있다.

그나마 차별화된 전략으로 비싼 비용에도 문전성시를 이루던 강남의 VIP 산부인과들의 잇딴 폐점 소식도 들린다. 저출산 세태에 경영의 어려움을 겪던 병원은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고 한다.

취업난, 만혼, 저출산 등 우리사회의 고질병에 대한 보다 근복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이상민 기자  marineboy@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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