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전자팔찌제' 시대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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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전자팔찌제' 시대 열리나
  • 김종국 기자
  • 승인 2006.12.26 11: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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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장치부착에 관한 법률 수정안’ 발표 뒤 찬반논란 거세져

지난 19일 법무부는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팔찌) 부착에 관한 법률' 수정안을 발표했다. 수정안에 따르면 상습적인 성폭력 범죄자와 13세 미만 어린이를 상대로 한 성범죄자 중 재범 위험성이 있는 사람은 전자팔찌를 착용해야 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이르면 내년 여름, 늦어도 2008년까지는 시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인권ㆍ시민단체는 일제히 ‘이중처벌 금지’ 조항과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설왕설래 하는 것은 누리꾼들도 마찬가지다. ‘인권을 유린한 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과 성범죄자 뿐 아니라 ‘성매매 종사자와 꽃뱀에게도 팔찌를 채워야 한다’는 억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작년부터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켰던 ‘전자팔찌제’, 과연  수정안이 국회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정부는 상습적 성범죄자, 성폭력 재범자, 강간ㆍ강제추행자, 미성년자 간음 및 추행자 등 사실상 성폭력과 관련된 모든 범죄자에 대해서 전자팔찌 착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성범죄 발생건수는 1만3천여 건, 유죄 판결을 받은 4천여 명 중 1600명이 19세 미만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특히 이 중 670명은 13세 미만 어린이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성폭력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자팔찌제 도입은 지난 2005년 4월 한나라당 박근혜 최고위원에 의해 처음 제안됐고, 이후 박세환 의원이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팔찌) 부착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상정하면서 구체화됐다.

‘전자팔찌’ 착용, 빠르면 내년 여름, 늦어도 2008년까지

법무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 통과를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법무부 수정안은 원안보다 전자팔찌 착용 대상ㆍ기한 면에서 훨씬 강력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 의원 원안은 형 집행 이후 출소자에 한해서만 전자팔찌를 부착하도록 했지만 수정안에서는 징역형 이후 단계, 가석방 단계, 집행유예 단계에서 각각 전자팔찌를 부착하도록 했다. 또 재범 위험이 높은 범죄자에게는 최대 5년까지 전자팔찌를 착용토록 수정했다.

GPS로 범죄자 원격 감시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제도는 미국 뉴멕시코주 지방법원의 러브 판사가 지난 1983년 보호관찰대상자들을 상대로 처음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점 과밀화되는 교도소의 공간 문제를 해결해 수용비용을 절감하고, 범죄자의 심리적 검열을 통한 범죄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이후 이 제도는 출소자 보호관찰을 위해 적용됐고 범법자가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장소에 있는지를 전자팔찌나 전자발찌 속에 내장된 위치추적장치(GPS)로 확인했다. 한마디로 범죄자 원격 감시 수단인 셈이다.
현재 이 같은 시스템을 운영해 출소자를 관리하는 나라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스웨덴, 뉴질랜드 등 10여 개국이다. 프랑스의 경우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 한 관계자는 "외국의 사례처럼 전자팔찌를 부착하면 성폭력 범죄가 재발했을 때  발각될 가능성이 커 사전 범죄 예방효과와 심리적 검열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전자팔찌는 위치추적 기능 뿐 아니라 착용자의 심장 박동수가 평소보다 빨라질 경우 이를 관찰 기관에 통보하는 기능까지 갖출 전망이다.

하지만 인권·시민단체들은 “이번 법안은 범죄자의 이중처벌 금지 조항에 위배되며 사생활 침해는 물론  실효성도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의 법안을 폐기하라’고 주장해온 참여연대 사회인권팀은 “이중처벌의 위헌성과 과도한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 및 적용대상에 대한 법적 명확성의 부재”를 지적하고 “법안의 실효성과 전자감시제도의 확장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해 왔다.

또 참여연대는 “엄격한 양형기준의 적용을 통해 성범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과 단순한 격리가 아닌 적극적인 형사정책의 집행 및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참여연대의 주장대로라면 오늘날 성폭력 범죄의 발생과 재발이란 악순환의 원인은 법원의 관대한 법집행과 수형자에 대한 교화정책의 실종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와 합의나 보석, 증거불충분 및 가해자의 사회적 지위ㆍ병명ㆍ연령 등을 모두 고려해 그 처벌이 대폭 축소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형선고라고? 대부분 관대한 ‘송망방이’ 처벌

실례로 작년 1월 한 초등학생을 15차례나 성폭행하고 임신시킨 50대 경비원은 징역 6년을 선고 받았고, 재작년 12월 밀양의 여중생을 성폭행한 수십 명의 학생들은 현재 대부분 석방됐으며, 지난 8월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낙태까지 하게한 아버지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된 실정이다. 이밖에도 자신이 수사하던 여고생에게 술을 먹이고 성폭행한 경찰은 징역 4년을, 4ㆍ5세의 영아를 성추행한 60대는 징역 2년 6개월을, 13세의 조카를 강간하고 성추행한 30대는 징역1년을 선고 받은 것이 고작이었다.

참여연대는 위의 사례처럼 “엄정하고 단호한 법집행을 통해 교도소에 수감돼 있어야 하는 범죄자가 집행유예와 같은 법원의 관대한 처벌로 자유롭게 풀려나 재범 확률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법에 정해진 대로 엄격한 처벌기준을 적용하고 성범죄자에게 파렴치한 범행에 대한 사회적 대가를 강력히 각인시키면서 동시에 사회화 교육과 치료를 병행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안을 추진해온 한나라당 의원들과 성폭력 피해자 부모들의 입장은 시민사회단체와 다르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성범죄율이 매년 증가(23%) 추세에 있고 성범죄의 특성상 신고율이 저조한 것까지 감안하면 공식 통계보다 훨씬 더 많은 성범죄가 우리사회에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이어 “어린이ㆍ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이 지경인데도 피해자 인권과 가해자 인권을 동등한 선에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기뿐 나쁘다”고  말했다. 재범률이 80%가 넘는 성범죄자에겐 특단의 조치(전자팔찌제 도입)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아동성폭력피해자가족모임의 송기운씨는 “우리나라의 경우 아동ㆍ청소년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년수가 너무 짧다”면서 “길어야 1년 6개월, 좀 더 많으면 3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송씨는 “외국은 최하가 15년이고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성범죄자에게 거세약물을 투여하고 사진과 신상을 완전 공개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전자팔찌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처벌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솜방망이 판결이 인면수심의 범죄자를 다시 활개 치도록 한다는 것이다.

찬, “재범률 80% 넘는 성범죄 자에게 특단의 조치 필요”
반, “이중처벌 금지와 프라이버시 침해”

전자팔찌제 시행을 앞두고 각계가 설왕설래하는 가운데 누리꾼들도 법무부 게시판과 각 포털 사이트의 토론방을 이용해 자신의 입장을 털어 놓고 있다.

법무부 홈페이지의 누리꾼 심흥술씨는 “작금에 이르러 사법기관 및 인권 운운하는 자들이 범죄자의 인권은 하늘 받들 듯 모시고 피해자 인권은 허접 쓰레기로 취급해 피해자는 피해회복은 고사하고 어디에도 울분을 하소연 할 곳이 없어 폐인이 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출소자에 대한 강력한 범죄예방시스템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경식씨는 “전자팔찌 부착은 명백한 신체훼손죄”라며 “사람은 노예가 아니다. 전자팔찌제는 이라크전 등 전쟁 후 식민국가의 국민들의 감시ㆍ처벌하고 노예화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위험한 제도”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유명 포털 사이트의 ‘아OO’토론방에서도 찬반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아이디 ‘지나가던 길에’는 현재의 가벼운 징벌을 15년 등으로 늘리되 감옥에서 나온 사람에게 다시 전자팔찌를 채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전자팔찌는 범죄자의 가족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혀 ‘범죄자 가족’으로 낙인찍히게 하는 역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팔찌를 착용하면서 출소자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반사회적 성향이 강해져 결국은 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아이디 ‘인간늑대’는 범죄자가 사회적으로 비난받고 사회에서 힘들게 사는 것은 당연하다, 인권은 무한대가 아니다, 공익을 위해선 가해자의 인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맞섰다.

아이디 ‘놀부’는 전반적인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서 불법 성매매를 하는 ‘창녀와 꽃뱀에게도 전자팔찌를 착용시켜야 된다’는 이색적인 논리를 펼쳤다. 그렇게 된다면 불법 성매매와 사기사건이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그는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누리꾼들은 ‘비교 대상이 전혀 맞지 않다’고 일축했지만, 한 누리꾼은 전자팔찌의 도입은 결국 모든 범죄자로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언젠가는 전 국민이 전자칩 하나 정도는 몸에 달고 다닐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가운데 강원대 홍성열 교수(심리학)는 성범죄에 대해 조금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강 교수는 “어떤 제도가 만들어져도 성폭력의 근절이나 완결해결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성폭력을 그나마 줄이기 위해서는 성폭력자들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자면 성폭력자들은 어릴 때부터 짙은 성적 환상에 빠져 있었던 이들로, 현실과 환상 사이에 경계가 약하고 성적(性的)으로 강하지 못할뿐더러 조루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나약한 성적 능력을 평가할 수 없는 어린이나 할머니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다. 이것은 성적인 만족감보다는 힘의 과시와 통제감에서 오는 쾌락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또한 성폭력자는 시각적 쾌락을 즐기고 동일한 성행위 패턴을 추구하며 충동적이라는 것이다. 홍 교수는 “성폭력자들의 특성을 일일이 파악하고 그 원인을 규명해 치유하는 것이 일단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무조건 법률적 절차에 따라서만 사건을 처리하는 현 실태를 개탄하며 성범죄자들에 대한 정신의학적 문제를 감안하라고 촉구했다.

대국민 마인드 컨트롤 음모?!

앞으로 도입될 범죄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은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GPS는 지구를 하루에 두 번 선회하는 24개의 위성으로 편성돼 있고 날씨와 관계없이 세계 어디서든 하루 24시간 작동한다. 성범죄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인권침해 논란이 있지만 미국 23개 주에서는 이 시스템을 적용해 성범죄로부터 자녀를 안전하게 보호하자는 사회방위 논리가 여론의 지지를 더 받고 있다고 한다. 성범죄자들은 재범률이 높고 성 도착적 습벽이 완치되지 않는 한 스스로 범행을 억제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범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인권단체 등 일각에선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적용하겠다던 전자감시통제시스템이 머지않아 전 국민을 상대로 확장되는 것이 아니냐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대국민 마인드 컨드롤 음모’가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

현재 열린우리당도 한나라당과 전자팔찌제에 대해서만큼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 제도가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적용될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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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희남 2008-08-28 10:00:26
범죄자의가족으로 낙인찍혀살아가는 일은 정말로 힘든일입니다. 범죄예방을위해서 전자팔
찌방법도 좋지만 그사람 교도소에 한번 같다왔다는 사람으로 다 인식해서 모든사람들이 선입견을 갇고 대하게 대면 더 나쁜 일을 하지 않을까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시면 안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