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사망사고 은폐ㆍ조작 사실로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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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사망사고 은폐ㆍ조작 사실로 드러나
  • 김종국 기자
  • 승인 2006.12.1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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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다른 방도(?)를 찾아야…”

단순 사망 사건으로 종결됐던 82년 김하사, 96년 박이교 사망건에 대한 진상이 ‘구타에 의한 사망’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대통령 직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이해동, 이하 군의문사위)는 지난 12일, 82년 강원도 제1야전군 사령부 복무 중 사망한 김모 하사(당시 20세)와 96년 강원도 한 교도대에서 자살한 박모 이교(당시21)의 사망사건 조사 결과 폭력 및 가혹행위에 의해 숨졌다고 발표했다.

군의문사위는 기자회견에서 “두 사건 모두 군수사당국의 부실한 수사와 해당 부대의 사건 은폐 사실이 드러난 전형적인 군의문사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82년 김하사, 주먹으로 가슴 맞고 쇼크사

82년 당시 김하사 사망사건은 '회식 자리에서 마신 술로 구토하던 중 기도가 막혀 질식사한 것'으로 처리됐다.
그러나 군의문사위는 동료 부대원들의 진술과 법의학 검토 결과 김하사는 회식을 한 뒤 선임하사에게 주먹으로 가슴을 3대 맞고 ‘심진탕’ 또는 ‘원발성 쇼크’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해당 부대의 모 상사는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 다른 방법으로 처리하자, 타살로 처리되면 국립묘지 못 가니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겠다. 함구하고 있어라”하고 사건을 은폐 종용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이번에 진상이 규명된 박이교 사망건도 ‘내성적 성격과 얼굴 피부병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투신자살’한 것이 아니라 경비교도대 내의 일상적 가혹행위로 인해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96년 박이교, 성추행까지 당해

96년 사건 당시 박이교가 자살한 모 교도소 경비교도대의 선임병들은 날마다 술판을 벌이고, 후임 병에게 원산폭격, 깍지 끼고 엎드려뻗쳐, 가슴 구타 등의 폭력을 행사했다고 군의문사위는 설명했다.

또한 박이교는 심지어 상의를 벗기고 가슴을 만지는 등의 성추행까지 당해 극도의 스트레스로 우울증 증세가 악화돼 자살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군의문사위 이해동 위원장은 “박씨는 경비교도생활 4일 동안 지속된 선임들의 폭행과 욕설, 암기강요, 식사강요 등 가혹행위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판단돼, 직무수행 중 사망한 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60% 가량 자살로 처리된 군 당국의 조사는 사망사건을 한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국가의 책임을 면하려 한다”고 지적한 뒤 “군내 자살처리자에 대한 국가차원의 합당한 처우를 위한 제도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종국 기자jayzaykim@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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