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재학…과욕을 경계하고 검소함을 밝힌 유좌지기(宥坐之器)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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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재학…과욕을 경계하고 검소함을 밝힌 유좌지기(宥坐之器)의 정신
  • 김재학 서초소방서장
  • 승인 2017.02.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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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학 서초소방서장

[매일일보]일찍이 공자(孔子)가 주(周)나라 환공(桓公)의 사당(祠堂)을 찾았다. 사당 안에는 의식 때 쓰는 그릇인 의기(儀器)가 놓여 있었다. 이것을 본 공자가 물었다. "저것은 무엇에 쓰는 그릇입니까?" 사당지기는, 환공이 항상 곁에 두고 본 그릇인 유좌지기(宥坐之器)라고 답했다. 이는 ‘가득 채우려들면 기울어 넘쳐흐르지만 적당한 양을 채우면 반듯이 서는 그릇’으로, 환공이 천하를 제패하고도 물이 절대로 넘치지 않는 그릇을 곁에 두고 늘 자신의 과욕을 경계했다는 것이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물욕, 권세욕, 명예욕 등 여러 욕심들이 생겨나기 마련인데 이런 욕심들은 성장에 자극제가 되거나 추진력이 되기도 하나, 반대로 욕심이 지나칠 땐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는 함정이 되기도 한다. 조금은 비어 있는 상태, 약간은 부족한 상태를 유지하면 오히려 삶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우리가 행복하기 위한 조건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첫째,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재산 둘째,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외모 셋째,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절반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넷째, 남과 겨루어 한 사람은 이겨도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다섯째, 연설했을 때 듣는 사람의 절반 정도만 박수를 보내는 말솜씨   위에 언급한 조건들의 공통점은 바로 약간의 부족함이다. 즉, 진정한 행복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만족하는데서 얻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에, 욕망에 제어를 걸어주는 건 타인의 원망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어 현재 상황을 굳건히 지켜주는 역할도 한다. 흔히, 결핍은 불편한 상태라고 생각되지만, 오히려 결핍이 현재를 유지시켜주는 원천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욕에서 비롯되는 파멸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나 자신을 올바르게 다스릴 수 있는가?”를 항상 고민해 보아야 한다.

우리 시대의 올바른 공직자로서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하고, 스스로를 가다듬기 위해 서초소방서 현관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유좌지기’를 설치하였다. 이는 공직자로서 원칙을 지키고, 늘 균형 잡힌 태도를 갖추고자 하는 우리의 강력한 의지로 이미 오가는 이들의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공직자에게 첫 번째로 요구되는 덕목은 ‘청렴’이라고 했다. 서초소방서 전 직원은 욕심을 경계하고 검소함을 밝히고자 오늘도 유좌지기를 곁에 두고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고 있다.

겁에 질린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라 해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입술과, 내 등 뒤편에서 시민이 불러도 아무 망설임 없이 이제껏 걸어온 길을 뒤돌아 달려가 안아 줄 넓은 가슴, 시민들의 외침 하나하나 마다 아무런 조건 없이 기꺼이 호응할 수 있도록 영원히 닳지 않는 ‘맑은 눈’과 ‘밝은 귀’,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공직자들의 당연한 법도이자 유좌지기에 서려있는 고귀한 정신일 것이다.

유좌지기(宥坐之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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