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원주 혁신도시는 유령도시?…“주말엔 유령도 안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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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원주 혁신도시는 유령도시?…“주말엔 유령도 안 산다”
  • 이종무 기자
  • 승인 2017.02.20 17:27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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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과장 “남편 만나러 서울로”…부동산 시장 ‘공실’에 파격 조건까지
원주 혁신도시는 지난 2007년 3월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조성됐다. 2008년 3월 착공돼 오는 4월 국립공원관리공단을 끝으로 13개 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된다. 사진=이종무 기자
[매일일보 이종무 기자] 봄을 재촉하는 비가 예보된 19일 원주, 잔뜩 흐린 날씨에 하늘도 잿빛이다. 원주 반곡동 일대 혁신도시, 한 쪽에는 거대하고 누런 둔덕이 펼쳐진다. 그곳에서 흙을 퍼 나르는 트럭들로 분주하다. 희뿌연 것이 안개인지, 먼지이지도 모르는 그곳에서 홀로 남은 소나무 한 그루가 이곳이 과거 푸른 숲이었다는 것을 짐작케 해준다.

근처 A 아파트 단지, 도시의 여느 단지와 다를 바 없는데도 인기척은 없다.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지만 뛰어노는 아이들은 없다. 마스크를 쓰고 홀로 걷고 있던 중년 남성에게 물었다.

손녀딸이 초등학교에 다닌다는 김승현(62)씨는 “주말이면 딸애가 애 데리고 남편이 있는 서울에 가”라면서 “여기는 주말 부부들이 많아”라며 귀띔한다.

원주 혁신도시는 지난 2007년 3월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조성됐다. 2008년 3월 착공돼 오는 4월 국립공원관리공단을 끝으로 한국관광공사, 한국석유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13개 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된다. 국가 균형 발전과 수도권 인구 분산을 기치로 걸었다. 그런데 정작 원주에 정착한 직원들이 많지 않아 주말과 밤만 되면 썰렁한 풍경이 반복되고 있다.

혁신도시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2시경. 손님들로 붐벼야 할 점심시간이지만 사장만이 가게를 지키고 있다.

B 가게 사장 정세연(35·여)씨는 “주말에는 다 나가고 없어요”라며 혀를 차면서 “밤에도 일찍 닫고요”라고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혁신도시에서도 나름 번화가에 위치한 상가인데도 번잡한 모습은 없다. 인근 편의점에 들어갔다. 24시간 운영해야 할 이 편의점의 영업시간은 오후 9시까지다.

C 편의점 점장 A씨는 “아예 사람이 없는데 뭐 할 수가 있나요”라면서 연신 고개를 젓는다. 아직도 서울과 원주를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많다보니 주말이나 야간에는 유동 인구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5년 12월부터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발 원주행 고속버스는 출퇴근 시간대에 혁신도시를 경유한다. 이때 서울-원주 간 버스는 매일 만원이다. 이를 깨끗하게 포기한 직원도 많다.

D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김 모 과장은 “평일에는 근처에 집을 얻어 통근하지만 주말마다 애들 학원도 데려다 줄 겸 남편 만나러 서울에 가요”라며 “회사에서는 여전히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아요”라고 설명한다.

E 공공기관 종사자 B씨는 “특히 주말이면 귀양 온 기분”이라면서 “최근에야 영화관이 들어서서 망정이지 없었을 때는 외딴 섬이나 다름없었어요”라고 전한다.

여파는 부동산 경기로도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공공기관 이전 소식에 한때 과열 양상까지 보인 임대 시장이나 상가 분양은 주춤거리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돼가는데도 방이나 점포가 나가지 않는, 이른바 공실이 속출하고 있다. 유동 인구가 받쳐주지 않으니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임대료를 파격적으로 깎는 계약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한때 과열 양상까지 보인 원주 혁신도시의 임대 시장이나 상가 분양은 주춤거리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돼가는데도 방이나 점포가 나가지 않는, 이른바 공실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이종무 기자
반곡동의 F 공인중개사 대표는 “전체 330가구의 이 오피스텔은 현재 절반도 안 찼어요”라면서 “원룸은 보통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5~50만원인데 월세를 35만원까지 해줄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인근의 G 공인중개사 대표는 “이전 직원 대상으로 특별 분양은 했지만 마감된 데가 없어요”라면서 “도시가 외곽에 위치한데다 교육 여건도 안 좋고 뭔가 차별화된 상관이 없잖아요. 게다가 교통까지 불편하니까…”라고 말을 아꼈다.

공인중개사가 추천한 혁신도시 전망대로 향했다. 폐역으로 예정된 중앙선 반곡역이다. 반곡역에서 내려다보니 인구 3만 명의 자족 도시를 표방한 원주 혁신도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고요한 혁신도시, 인기척 하나 없이 멀리 누런 둔덕의 공사장 소음만이 들릴 뿐이다. 공공기관 직원이 토로한 “혁신도시를 혁신해야 한다”는 말이 귓가를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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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wn 2022-04-17 10:15:49
정부에서 큰 돈으로 만들었는데 이렇게 디스하면 매국노지

푸른숨 2018-08-22 12:09:34
혁신도시 진짜 망했어요 ㅡ.ㅡ 아파트 거품 장난 아닙니다 기본 3억이에요 그리고 아파트들과 상가들이 서로 모여있지가 않아서 차가 없으면 먹고 놀기가 엄청 힘듭니다

별로 2017-07-04 07:08:30
좋아지긴개뿔... 적십자앞에 가게들 점심시간만 잠깐바쁘고.. 나머지는 파리만날리다가 갑자기 간판없어진다... 지금너무 혁신도시 상가건물주들...아파트나..... 거품이심함...

출퇴근해야지 2017-06-18 14:14:33
여기는 살곳이 안됨...ㅋㅋㅋㅋㅋ인근상가 다 텅텅비어있고..수도권쪽살다가 여기오면 진짜 적응안되고..여기 잠깐 살다가 출퇴근으로 결정함.. 혁신도시라고해서 기대했는데 전혀 모르겠음;;;유령도시 맞음

여의도 2017-03-07 10:14:30
혁신도시 망함 레알 ㅋㅋㅋㅋㅋㅋㅋㅋ 5년후면 좀 살만해질라나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