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이 우려했던 총수의 경영 리더십 공백이 현실화됐다.
법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이 부회장에게 두 번째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17일 발부했다.
이 부회장을 심문한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라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전 5시35분께 이 부회장을 구속했다. 삼성 창립 이래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함께 청구된 박상진 사장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삼성은 큰 충격에 빠진 상태다. 지난 1차 구속영장 청구때와 이 부회장에게 제기된 혐의가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법원이 구속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당분간 삼성의 주요 경영현안 추진은 올스톱 될 전망이다. 특히 상반기 내로 협의하겠다던 지주사 체제 전환 논의도 사실상 중단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에서 17일(현지시간) 열릴 하만 주주총회에서도 삼성에 대한 매각 동의를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당분간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사장단 중심으로 경영을 꾸려갈 전망이다.
그러나 대형 M&A 계획을 비롯한 투자계획 역시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 부회장의 이사회 참석이 어려워진데다가, 총수의 빠른 결단력과 판단을 중심으로 추진되어야 할 대규모 경영 계획들을 권한과 책임에 한계가 있는 CEO들에게 전적으로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구속이 가져올 한국 경제계의 악영향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 부회장 구속 소식이 정해진 직후 입장 발표를 통해 “경영계는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경총은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매출액의 11.7%, 영업이익의 30%를차지하는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경영공백으로 인한불확실성 증대와 국제신인도 하락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3년째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더해 삼성그룹의 사업계획 차질뿐만 아니라 25만 임직원과 협력업체, 그 가족들까지도 불안감이 가중되는 등 그 충격이 매우 클 것”이라며 “삼성그룹과 관련해 제기된 많은 의혹과 오해는 향후 사법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해소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도 “지금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 부진 속에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안보 위기 고조 등 크나큰 대내외 악재에 가로막혀 있다”며 “이런 악조건 속에서 우리나라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 구속이 한국경제에 미치게 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무협은 “이 여파는 한 기업인의 구속과 기업 이미지 훼손에 그치지 않고, 전체 기업인에 대한 우리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확대하고 기업가정신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라며 우려했다.
한편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과 관련해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제가 힘들어진다고 다시 대기업 봐주기 이제 그만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