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날선 화두, 동시대 연극으로 다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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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날선 화두, 동시대 연극으로 다뤄
  • 김종혁 기자
  • 승인 2017.02.0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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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2시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린 '2017드라마센터 시즌프로그램' 설명회에서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가 발언하는 장면.<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서울문화재단제공>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남산예술센터는 오는 3월부터 12월까지 드라마센터 무대에 오르는 시즌 프로그램 10편의 작품을 7일(화) 발표했다. 올해도 변함없이 동시대성을 담은 이번 작품들은 예술 검열, 블랙리스트, 예술계 내 성폭력, 사회적 소수자, 전체주의, 박정희 등 한국사회와 문화예술계를 둘러싼 날선 사회적 화두를 포함한다.

남산예술센터, 동시대성을 표현하는 올해의 시즌 프로그램 10편 공개

검열, 예술계 성폭력, 소수자, 전체주의 등 한국사회의 화두 정면으로 다뤄

민간극단과 공동제작, 협업 시스템 강화... 국내외 유통 네트워킹 확대까지

<서치 라이트>, <남산 아고라> 등 2개의 공모 프로그램이 극장 문턱 낮춰

2017년 시즌 프로그램에 선보이는 10편의 작품들

우선 지난해 선보인 초연작 2편이 올해의 시즌 프로그램에서 재공연 형태로 참여한다.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작․연출 박근형, 5월 13일~6월 4일)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다시 오른다.

이 작품은 월간 한국연극 ‘2016 연극 베스트 7’,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제53회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시청각디자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고수희와 초연 무대에 섰던 강지은, 이원재, 서동갑, 김동원 등을 비롯해 손진환, 이기현이 가세해 새로움을 더한다. 또한 실제 고등학생이 참여해 현대사회의 강요된 질서와 집단주의의 모순에 돌직구를 날린 ‘파란나라’(작․연출 김수정, 11월 2일~12일)도 다시 관람할 수 있다.

공공극장의 침체 속에서 ‘검열각하’ 프로젝트와 같은 민간극단의 자발적 네트워크와 현장 예술가들의 자생적인 작품 생산이 두드러졌던 지난해 연극계를 반영해, 남산예술센터는 현장 연극인들의 활동과 발언을 존중하며 협업과 연대를 강화하기로 했다.

두 편의 대학로 소극장 작품을 남산예술센터로 옮겨오는 것을 시작해 젊은 창작자들의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다. 올 시즌 프로그램의 문을 여는 ‘2017 이반검열’(구성·연출 이연주, 4월 6일~16일)은 지난해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에서 선보인 ‘이반검열’을 확대한 작품이며, ‘창조경제_공공극장편’(공동창작·연출 전윤환, 7월 6일~16일)은 2015년 혜화동1번지 6기동인 가을페스티벌 ‘상업극’에서 주목받았던 작품을 확대한 버전이다.

시즌프로그램에 창작초연으로 선보이는 작품 또한 주제와 형식 측면에서 ‘동시대성’에 집중했다. 지난해 12월 2일(금)에 발표된 정기공모 선정 작품은 ‘가해자 탐구_부록:사과문작성가이드’(구자혜 작·연출, 4월 21일~30일), ‘국부 國父’(공동창작·연출 전인철, 6월 10일~18일), ‘에어콘 없는 방’(작 고영범/연출 이성열, 9월 14일~10월 1일) 등 세 편이다.

각각은 최근에 문학, 미술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화두에 올랐던 성폭력 문제와 우리 사회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남북의 국가적 우상, 질곡의 한국 현대사 속에서 난파된 디아스포라 인생을 다루고 있다. 세 작품 모두 우리 사회를 옥죄는 국가 시스템과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거대한 폭력에 시선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기존 서사구조를 벗어나 동시대 현대연극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천사(가제)’(구성․연출 서현석, 8월 30일~9월 3일)는 다수의 관객이 아닌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한 일대일 공연으로, 극의 운영시간, 관람방식 등 기존의 극장 메커니즘을 뒤집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다.

‘십년만 부탁합니다’(구성․연출 이주요, 김현진, 10월 18일~22일)는 배우가 단 한 명도 출연하지 않는 이례적인 ‘오브제 시어터’ 공연이다. 십 년 동안 유랑생활을 하던 사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극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내용이다.

이 밖에도 남산예술센터는 한국 소설의 지면을 무대 위에 극화하는 새로운 작업을 시도한다.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원작 권여선/각색․연출 박해성, 11월 23일~12월 3일)는 ‘안녕 주정뱅이’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권여선 작가가 지난해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발표한 동명의 중편소설을 무대화한다.

제작과 유통을 연계한 국내외 협력 네트워크 확장에 나서

성남문화재단 ‘시리즈-연극만원滿員’에 공식 초청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오는 6월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무대에 오르며, ‘2017년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우수공연 프로그램에도 선정돼 지역 순회공연을 준비 중이다.

남산예술센터는 벽산문화재단의 제작지원을 받아 제6회 벽산희곡상 수상작인 고영범 작가의 ‘에어콘 없는 방’(원제: 유신호텔 503호)을 극단 백수광부와 공동제작하며, 서현석 작가의 신작 ‘천사(가제)’는 ‘제1회 국제건축비엔날레’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아트선재센터와 공동제작한다.

또한 지난해 10월 서울아트마켓(PAMS) 팸스링크(PAMS Link) 쇼케이스로 선보인 해외공동제작 ‘십년만 부탁합니다’는 문래예술공장에서 프리-프러덕션 단계를 거쳐 올해의 프로그램으로 참여한다. 이 밖에도 <파란나라>는 동기간에 개최되는 ‘세계문화도시포럼(WCCF)’에서 공연과 함께 청소년 시민이 참여한 작품의 제작과정을 소개할 예정이다.

제작극장으로서 논쟁과 참여를 확대하는 두 개의 공모 프로그램

남산예술센터가 올해 새롭게 기획한 공모 프로그램 <서치 라이트 2017 (Search Wright)>은 제작 전 단계의 작품 콘텐츠를 사전 공유하는 자리다. 신작을 준비 중이라면 개인, 단체 누구나 오는 12일(일)까지 지원할 수 있으며, 선정된 작품은 제작비 지원을 비롯해 오는 3월에 극장, 관객, 기획자, 예술가 앞에서 형식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작품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또한 열띤 논쟁이 벌어지는 공간으로서의 극장의 의미와 공공성을 회복하고자 지난해 처음으로 선보인 특별 공모 <남산 아고라>도 오는 8월에 다시 개최된다. 첫해에는 ‘페미그라운드-여기도 저기도 히익 거기도?(남산예술센터,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진동젤리 공동제작)’가 현대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여성혐오 이슈를 조명한 바 있다.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은 “연극이라는 장르를 통해 한국 사회가 직면한 여러 화두를 다룸으로써 동시대 공공극장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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