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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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치인의 말
  • 조아라 기자
  • 승인 2017.02.0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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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정치부 기자

[매일일보 조아라 기자] 정치인의 말 한 마디는 국민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한 마디의 말이 씨앗이 되어 중요 개혁이 이뤄질 수도 있고, 그가 대선주자라면 차기 정부의 앞날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부 기자들은 정치인들의 말에 매우 민감하다.

반기문 전 총장이 대선 전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더니 어느날 입장을 바꿔 대선 전 개헌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사실상 개헌에 부정적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정파를 모으겠다는 속내가 숨겨진 말 바꾸기였다.

문 전 대표는 어떤가. 지난 4.13총선에서 호남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했다. 이후 민주당은 호남에서 참패라는 뼈아픈 경험을 맞이했지만 문 전 대표는 현재 대선주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는 당시 그 발언이 “광주와 호남에서 민주당이 지지받기 위한 전략적인 판단”이라고 스스로의 발언이 거짓말이었다고 털어놨다.

말을 지극히 아끼는 정치인도 문제다.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내놓지 않고 이리저리 기자들의 답변을 피해가는 거다.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한 정치인은 기자들의 질문을 늘상 피하거나 웃음으로 대처, 동문서답으로 답하는 바람에 기자들의 기피대상이 됐다.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텅 빈’ 말들도 많다. 대선주자들이 최근 속속 대선공약을 내놓고 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복지와 경제성장, 신산업동력을 위해 대통령 직속 기구를 만들고 기존의 기구를 확대한다는 등 미사여구로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 지금은 시들해져버린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같은 길을 걷진 않을까 우려된다.

기자는 이같은 정치인들의 말들을 쫓으면서도 그들이 입장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지, 일관성이 있는지를 늘 따져보기 마련이다. 반 전 총장이 언론의 ‘가짜보도’를 거론하며 흠집내기에 상처받았다고 하지만 철저하게 검증이 되지 않은 정치인의 최후를 우리는 지금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안다면, 자신이 내뱉는 말에 얼마나 무게가 실리는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과거에 한 발언이, 입장이 어떻게 바뀌었고 왜 그런 말을 했는가에 대한 설명도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국민을 대표하겠나. 자신이 한 말에 책임지지 못한다면 아무리 유력한 대권후보라도 하루 아침에 정치무대의 뒤편으로 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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