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여성들 호주, 일본은 ‘기회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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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여성들 호주, 일본은 ‘기회의 땅(?)’
  • 이재필
  • 승인 2006.12.04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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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은 ‘기본’… 한류스타와 비슷한 외모면 몸값은 ‘두 배’

해외 원정 성매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특히 최근엔 성매매 여성들을 성형수술까지 시켜 가며 해외 성매매업소에 보낸 유흥업소 업주가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이하 성특법)시행 이후 눈에 가장 쉽게 띄는 집창촌은 법의 철퇴를 맞고 하나 둘 사라져갔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양지’의 성매매만이 사라졌을 뿐 ‘음지’의 성매매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갈 곳을 잃은 성매매여성들이 법망을 피해 유사 · 신 · 변종성행위업소로, 그리고 해외 원정 성매매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원정 성매매는 한류열풍을 타고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와 같은 아시아권 지역은 물론이고 호주와 캐나다, 미국 등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추세다.

당국의 눈을 피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성매매여성들. 그들의 해외 진출(?)은 ‘한국은 성매매 여성 수출국’이라는 오명으로 돌아오고 있다.

성형 수술도 마다하지 않는 해외 원정 성매매여성들. 그들은 왜 외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을까. <매일일보>이 취재해 봤다.

얼굴 고치고 해외로 원정 성매매

지난 21일 서울시 송파경찰서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성매매여성들을 모집, 호주 시드니의 성매매업소에 소개해 주고 업소 수익의 10%를 받아온 김모(36.여)씨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모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호주호주’라는 취업 카페를 개설, “한 달에 1천만원을 벌수 있다”며 20대 여성들에게 스팸 메일을 뿌렸다.

특히 김씨는 광고를 보고 연락한 여성들을 만나 자신이 생각하는 미모의 기준에 모자랄 경우 자신의 돈으로 성형수술과 몸매관리를 받도록 한 뒤 나중에 성매매로 번 돈으로 돌려받기로 약속, 호주로 보낸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김씨가 이 같은 방법으로 2년 동안 호주 성매매업소에 취직시킨 여성은 50여 명, 소개비 명목으로 챙긴 액수만도 2억 5천만원에 이른다.

성특법시행 이후 성매매여성들과 성매매 브로커들(성매매여성과 업소를 연결시켜주는 사람)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 그러나 국내 성매매여성들이 성형 수술까지 해가며 해외로 나간다는 것은 유흥업소 관계자들을 통해 소문으로만 들려왔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해외 원정 성매매를 위해 성형수술까지 마다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

지난 10월 김씨를 통해 성형수술비 명목으로 400만원을 빌린 정모(25.여)씨는 “(김씨가)쌍꺼풀 수술을하고 볼에 보톡스 맞고 해야 취직된다고 했다”며 “성형외과와 다이어트 하는 병원 전화번호도 알려줬다”고 말했다.

성형수술까지 마다하지 않고 해외로 나가는 성매매여성들. 그럼 그들은 왜 외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을까. 그들이 밝히는 이유는 성특법과 돈이었다.

성특법 피해 해외로 나가는 성매매 여성들

지난 27일, 기자는 현재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한 유사성행위 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27)양을 만날 수 있었다.

김양은 성특법 시행이후 직업을 잃어버린 성매매여성들이 법망을 피해 먹고 살 궁리를 하다 해외로 까지 나가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해외로 나가는 성매매여성들 대부분이 성특법으로 인해 줄어든 수익을 되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성특법 시행과 동시에 법망을 피하기 위해 생겨난 ‘대딸방’과 같은 유사성행위 업소로 성매매여성들이 몰려들었고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과 같은 이유다.

김양은 원정성매매에 대해 “때마침 한류때문인지, 한국여성의 인기가 높아졌고 브로커 역시 많아졌다”며 “특히 한류 스타와 비슷한 외모를 지니고 있으면 몸값이 두 배 정도는 뛴다”고 밝혔다.

김양은 “내가 알기로는 미국, 호주, 일본 쪽으로 (성매매여성들이)많이 나간다. 특히 이 지역들은 환율이득이 커 (성매매여성들이)선호하는 편”이라며 “성형수술까지 해서 인기만 얻으면 이익이 제법 크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도 성형하고 외국 나간 사람이 꽤 된다”고 말했다.

성매매여성들의 성형수술이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으며 이 때문에 많은 성매매여성들이 성형수술을 받고 외국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날 만난 이모(29)양 역시 성특법 시행으로 불안이은 커진 반면 수익은 감소해 외국으로 나가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모 유사성행위업소에서 근무하는 이양은 “주위에도 브로커를 통해 위조 비자를 발급 받아 호주, 일본으로 나가 있는 친구들이 여럿 있다”며 “성특법 시행 이후 마땅한 돈벌이가 없기 때문”이라고 원정성매매에 나서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양은 이어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행한 성매매 역시도 성특법에 걸려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국적이 한국이기 때문에 속인주의에 따라 죄가 성립)”며 “하지만 짧은 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많은 성매매여성들이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성형수술과 관련해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술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업주와 브로커쪽에서 성형수술을 권하는 경우도 많다. 필요한 경우 자금까지 빌려준다”고 설명했다. 

해외로 나갈 생각을 갖고 있는 성매매여성 임모(26)양 역시 “국내에서 안 되면 해외로 나가는 것 아니냐”며 “해외 업주들이 원하면 성형수술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민주성노동자연대(이하 민성노련)의 이희영 위원장은 “성특법 시행이후 집창촌에 하루가 멀다하고 단속이 이루어져 성매매여성들이 간간히 끼니를 해결하는 정도가 되었다”며 “성노동자들이 하나둘씩 음성적인 곳으로 떠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특히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많은데 해외로 나갈 경우 브로커를 통해 위조한 비자를 발급 받아 나간다”며 “해외로 나갈 경우 많은 돈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성매매여성들이 빚을 내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해외로 나가는 성매매여성들의 가장 큰 이유는 성특법으로 인한 수익저하이다.

성특법을 피해 외국에 나가 성매매를 하면 짧은 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여성들을 성형수술은 물론, 해외 원정 성매매로까지 이끌고 있었다. 

성매매여성들에게 외국은 기회의 땅이 아니다

많은 성매매여성들이 성특법을 피해, 그리고 수익을 위해 선택하는 해외 원정 성매매. 하지만 성형수술까지 해가며 찾은 외국은 그들이 바라는 ‘기회의 땅(?)’이 아니었다.

불법체류를 근거로 자행되는 현지 성매매여성들의 인권유린과 착취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모 언론사를 통해 알려진 정모(28.여)씨의 사연은 파란만장하다. LA, 노스캐롤라이나, 샌프란시스코 등지를 돌며 성매매를 했던 정씨는 업주의 감금, 폭행, 착취에 시달리다 탈출해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국내보다 2배 이상의 돈을 준다는 업주의 말에 원정길에 올랐다”며 “실제로는 4~5명과 동침을 해도 벌 수 있는 돈은 고작 20만원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정씨는 이어 “실제로는 밖에 나가는 것조차 단속 받고 어디를 가든 업주와 동행해야 했다”며 “몸이 힘들거나 아프다고 하면 구타가 쏟아졌고 어마어마한 벌금도 물어야 했다”고 악몽 같은 해외 원정 성매매 생활을 털어놓았다. 

정씨와 같이 언론에 알려진 김모(27.여)씨는 “난 동물 아니면 기계였다”며 원정 성매매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 10월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이 발표한 ‘해외 성매매 · 유흥업소에 한국인 취업알선 카페 극성’이라는 보도자료에 의하면 많은 원정 성매매여성들이 위와 같이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이 제시한 이 자료에 따르면 일부 포털 싸이트를 통해 활동 중인 해외 성매매 알선 카페들은 미국 · 일본 등의 성매매 · 유흥업소 등에 취업하면 연간 3억원 내외의 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유혹, 모집하여 여성들을 성노예로 전락시키고, 불법체류자로 만들어 개인의 인생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멸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이 자료를 통해 젊은 성매매여성들 상당수는 출국하면서 국내 빚 정리와 항공료 · 현지 임대료 등 때문에 고리의 ‘마이킹(선지급금)’을 이용하고, 성매매 대가인 화대도 업체와 일정 비율 나누기 때문에 브로커와 업주가 주장하는 고소득은 올리기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 결과 관광비자 체류기간을 어기고 불법체류자 신세로 성매매에 종사하게 되고, 불법체류자가 되면 다시 그 나라에 입국하기 어렵고, 적발되면 한국으로 추방되므로 거주 이전이 어려워 신체 학대나 임금 체불도 감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미국 · 일본 호주 · 괌 등 한국 여성들의 성매매가 많은 국가에 대해 정부 차원의 조사단을 구성하여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며 “조직적으로 해외 성매매 · 유흥업소 취업을 알선하는 포털사이트의 불법카페를 집중 단속하고 해당국의 경찰 등과 공조수사를 하여 범죄사실을 규명, 범죄조직을 색출 · 검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특법 시행 이후 빠르게 늘어난 해외 원정 성매매. 여성가족부는 지난 해 9월 성매매여성들의 원정 성매매를 막고자 해외원정성매매 여성들의 여권 발급을 제안하는 방안을 추진한바 있다. 이 방안은 현재 외교부에서 검토중에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이 시행된다 해도 해외 원정 성매매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성매매 여성들 대부분이 불법으로 브로커를 통해 외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아동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한국이 이제는 ‘세계 최대 성매매여성 수출국’이라는 불명예까지 떠안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정부의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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