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LS’ 손실 국내 증권사, 달러 강세 대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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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LS’ 손실 국내 증권사, 달러 강세 대비됐나
  • 김현정 기자
  • 승인 2017.01.18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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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부 김현정 기자

[매일일보 김현정 기자] 미국 달러화가 글로벌 경기지표 호조에 초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금융투자업계에 끼칠 여파에 관심이 쏠린다.

달러가 급속히 강세가 보이면 달러 표시가격으로 상품을 수출하는 신흥국 기업은 물론, 달러 부채가 많은 정부와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다. 중국 등 신흥국으로부터의 자본유출이 가속화될 우려도 있다.

증권업계에 미치는 타격도 크다.

작년 초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급락으로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손실을 봤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만 해도 달러 환율 여파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금융당국도 새해를 맞아 예년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내놨다.

지난 17일 금융위원회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신규발행을 증권사 자율에서 금융당국의 규제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되면 해당 상품에 대해 당국의 ‘조치명령권’을 발동해 판매나 영업을 중단시키게 된다.

당국의 제재도 중요하겠지만 업계 자체적으로 환손실을 최소화하는 쪽이 더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H지수로 인한 ELS 사태만 해도 중국 본토와 홍콩의 환율제도 차이가 손실을 더 키웠다는 분석이다. H지수는 중국 본토증시 주가를 기본적으로 따르면서도 홍콩 달러 페그제에 따라 미국 환율이 적용돼, 본토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본토주가에 비해 H주 하락폭이 더 커진다.

게다가 당시 홍콩에서 30여년간 시행해 온 달러 페그제 폐지 우려가 더해지면서 홍콩시장에서 자본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를 빚었다.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았다가 대거 손실을 본 국내 증권사들도 ELS 자체헤지 비중이 커서 타격이 더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국내 증권사들은 자체헤지로 인한 부담을 덜기 위해 외국계 증권사에 해당 물량을 백투백(back-to-back·위험회피 목적으로 일임) 헤지로 넘기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수수료 부담에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의 환율 동향이 국내 굴지의 증권사들도 전전긍긍할 만큼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외환시장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함을 강조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작년 말 칼럼에서 아예 “외환시장이 무위험금리평형이론(CIP)을 따르는 것은 금융시장의 관습적인 사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CIP에 따르면 가령 미국 금리가 계속 급등하고 유럽이 시중에 돈을 계속 풀면 금리차가 벌어져 미국에 대거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달러 강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과 연내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예측이 선반영된 것이므로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3~4월 이후 점진적인 약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1985년 G5 재무장관들이 달러화 강세를 완화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결의한 플라자합의까지 언급하면서 최근 달러 강세 현상에 우려를 나타냈다.

당국의 규제처럼 문제의 발단을 근원에 방지하는 것도 좋은 대응 방안이겠으나 금융회사의 영업활동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복잡한 외환시장을 이해하는 전문인력을 대거 육성해 시장 혼란 속에서도 수익을 추구하고 금융시장 발전도 꾀하는 대응도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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