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근로자를 위한 기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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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근로자를 위한 기업은 없다
  • 홍승우 기자
  • 승인 2017.01.1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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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우 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홍승우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대가를 바라고 금전적 지원을 했다고 판단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부의 세습’을 위해 권력과 유착한 대기업의 ‘어둡고 극단적인 편법’에 세간에서는 ‘대기업 불신’ 여론이 또다시 확산 중이다.

특검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최씨에게 제공한 뇌물의 규모는 총 430억원이다.

앞서 지난 2007년 삼성전자는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진 故 황유미 씨의 유족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500만원을 건넨 바 있다. 사람의 목숨이 돈으로 재단될 수는 없다지만 430억원에 비해서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금액이다.

당시 삼성 측이 유족에게 찾아가 한 말은 더 가관이다. 황유미 씨가 처음 병에 걸렸을 때 아버지 황상기 씨가 딸의 산재를 요청하자 삼성직원이 유족에게 찾아와 100만원 수표 5장을 건네며 “삼성을 상대로 이기려고 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 14일 또 다른 반도체 공장 근로자 김기철 씨가 직업병으로 추정되는 급성골수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그는 2006년부터 6년간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일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에 제보된 삼성반도체 및 LCD 직업병 피해자 중 79번째 사망사례로, 백혈병 사망으로는 32번째다.

이미 피해자 측은 소송을 통해 발병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 화학약품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해당 소송에서 삼성 측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 역시 마찬가지다. ‘최순실 사태’에도 정경유착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더불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김천1공장에서 5년간 발생한 산재에 대해 근로자의 전화기까지 뺏으며 은폐하려고 한 사례 역시 근로자의 권리를 무시한 사측의 전형적인 ‘모르쇠’ 태도로 볼 수 있다.

사법권이 경제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제대로 된 조사로 기업들이 한국판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주길 바란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진정으로 근로자를 위한 기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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