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특법 시행이후 성매매는 오히려 더 음지화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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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특법 시행이후 성매매는 오히려 더 음지화 됐다”
  • 이재필
  • 승인 2006.11.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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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여성단체 ‘민성노련’ 이희영 위원장 단독 인터뷰

성특법 시행이후 계속해서 자신들의 ‘일’을 직업으로 인정해 달라고 외치고 있는 성매매여성들. 그들이 주장하는 ‘성매매’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성을 이용한 하나의 ‘일자리’다.

성특법 시행 이후 성매매여성들의 직업은 불법이 됐다. 성매매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불법영업을 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성매매여성들은 법망을 피해 음지로 사라져갔다.

성매매는 불법이 아니라고 외치고 있는 성매매여성들. <매일일보>이 성매매여성단체 ‘민성노련’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민성노련이 만들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약 2년여의 시간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나.
-민성노련은 2005. 6. 29 출범한 전국성노동자연대(전성노련)에서 발전적으로 만들어진 평택지역 성노동자 단체로, 2005년 9월 6일 노조(법외)를 결성하고 사측인 민주성산업인연대와 단체협약을 체결해 임금 및 건강권 등 성노동자들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확보했다. 또한 오늘까지 여성가족부와 관련 여성단체들을 상대로 70여건에 달하는 성명 및 논평으로 이론 투쟁을 계속해 오고 있다.

▲단체를 통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성특법은 성매매피해여성을 구제해준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도덕적인 잣대 하나로 중세기적 마녀사냥을 하는 것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에 입각해 美(미)부시 행정부가 강요한 성매매 금지주의를 수입한 것이다. 민성노련은 한국사회에서 성담론이 유럽수준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성노동은 해당여성이 속한 가정의 가난에서 출발한‘빈부양극화의 문제를 기본으로, 역사적으로 직업화 되어 왔다. 이는 숨길 수 없는 사실이며 유럽 각국들이 합법주의나 비범죄주의를 채택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어떤 사람들이 민성노련에 가입한 사람들은 성매매여성들이 대다수인가.
-민성노련은 성노동자들의 단체다. 현재 민성노련 지역내 회원은 200여명이고 카페회원들은1천명이 조금 넘는다. 카페회원으로는 성노동자뿐만 아니라 성노동운동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다양한 직종의 시민 및 활동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희영 위원장은 어떤 계기로 성매매 업종에 몸을 담게 됐는가. 또한 다른 민성노련 성노동자들은 어떤 계기로 이쪽 업종에 몸을 담게 됐는가.
-나 같은 경우는 미성년자 시절부터 단란주점같은 유흥업소에서 일을 했다. 어머니는 계시지 않고 아픈 아버지의 병원비와 동생의 학비, 생활비 등으로 유흥업소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족모두 내가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생활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처음부터 유흥업소로 가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나도 처음에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을 해보고 식당에서 배달일도 해 보았다. 그러나 시간당 몇 천원의 돈으로는 생활비는커녕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유흥업소의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대다수 성노동자들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생계부양을 해야 하는 실제 가장들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집창촌에서는 명품에 미쳐서 쉽게 돈을 벌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성노동자들은 우리 가족들과 자신의 긴급한 생계를 해결하기 전업형 성노동을 하는 것이다.

▲성특법 시행 이후 법망을 피해 음지에서 유사신변종 성매매업소가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인가.
-내가 알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연락이 끊어진 동료들까지 생각을 한다면 엄청난 숫자가 될 것이다. 성매매특별법으로 단속하기 좋은 집창촌은 하루가 멀다하고 무자비한 단속 때문에 간간히 끼니를 해결하는 정도가 됐다. 성노동자들은 하나둘씩 이곳을 떠나 음성적인 곳으로 옮겨 갔다. 안마시술소로, 그리고 보도방으로, 대딸방으로 해외로 가는 동료들도 많이 있다. 안마시술소나 룸싸롱 대딸방 같은 곳은 먼저 간 동료들 또는 예전에 일을 한 친구들의 소개로 쉽게 들어갈 수가 있다. 그러나 해외로 갈 때에는 돈이 필요하다. 브로커를 통해 위조한 비자를 발급받아 호주, 일본 등 여러 곳으로 나누어 간다.

▲집창촌에서 활동하던 업소 여성들이 어느 정도 유사·신·변종 성매매 업소로 자리를 옮겼나.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전국 집창촌에서 외부로 나간 종사자 중 해외 부문을 제외하면 국내 종사자 수치가 대강의 윤곽이 나올 것이다. 성특법 이전 전국 집창촌 성노동자들은 1만명 설이 유력하다. 성특법 시행 2년, 현재 경찰청 조사로는 2천763명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략 7천명 가량의 업소여성들이 국내외 음성 부문으로 이동했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에 국내경기 불안으로 여성들이 성산업에 추가로 유입된 수를 감안하면 될 것이다. 

▲성특법 시행 이후 음지화 되어 가는 국내 성매매문화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음성적인 노동현장에서는 성노동자들과 고객들의 건강이 안전하게 보호되지 않으며, 제3의 지역에서 모르는 사람과 1:1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노동자들의 위험한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특히 음성적인 곳은 무분별하게 확산이 되어 보건관리조차 하기 힘들다. 하지만 집창촌은 단속이 쉬웠던 것처럼 지역별로 모여 있기 때문에 보건관리를 잘 할 수가 있다. 단속을 피해 돈을 벌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성노동자들은 위험한줄 알면서도 음성적인 곳에서 불안에 떨며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여성단체와 여성가족부는 성매매여성들에게 "성특법이 시행됐으니 이제 그만 성매매를 그만두라"고 말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성매매특별법은 반인권 악법이다. 현행법상 불법으로 규정이 되어 있지만 성노동은 불법이 아니다. 또한 범죄가 아니다. 제3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남의 돈을 갈취하는 것도 아니다. 정당하게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의 합당한 댓가를 지불받는 것이다. 자신의 판단과 의지로 합당하게 노동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특법을 만들어 직업을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성노동자들의 주거와 직장을 빼앗아 가는 것이다. 성노동자들의 대다수가 생계부양을 하는 가장들이다. 직업의 선택권은 본인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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