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특검수사로 경영 시름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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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특검수사로 경영 시름 깊어진다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7.01.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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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환경 불투명 상황서 경영활동 차질 심각
주요 기업들이 특검수사로 인해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6일 국조특위 청문회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조사 중인 특검이 재계를 향해 칼을 빼들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차질을 빚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특검으로 인해 정기 인사를 연기하는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의 경우 통상적으로 12월 첫주에 실시되던 정기인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대가성을 목적으로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를 지원한 혐의로 그룹 주요 수뇌부들이 사정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날 오전 특검에 출석해 집중 조사를 받고 있다.

삼성은 특검의 수사가 마무리되는 2월말~3월초께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었으나,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4~5월에나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특검이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을 했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질수 있어 자칫 잘못하면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경영공백이 심화될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특검의 출국금지 조치로 인해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 참석하지 못했다.

오는 17일 열리는 다보스포럼과 2월 예정된 엑소르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못할 전망이다. 세계 경제 흐름이 급변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경제 현황을 점검하고 전략을 세워야할 시점에서 대외 활동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는 셈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출국금지 조치로 인해 다보스 포럼 참석이 불투명하다. 이번 다보스 포럼은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인해 보호무역주의 대응을 위한 각국 참가자들의 정보 교환과 네트워크 구축 등이 전개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주요기업들은 특검 후폭풍으로 향후 정책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

현대차 역시 정기 임원인사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

2월 중순 경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으나, 특검의 수사 향방에 따라 더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그룹 역시 정기인사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의 경영심리도 얼어붙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2400백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17년 1분기 경기전망지수(BSI)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경기전망지수는 전분기(86) 대비 18포인트 급락한68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 체감경기가 낮았던 1998년도(61p~75p)와 비슷한 수치다.

체감경기가 악화된 이유에 대해 응답기업들은 가장 큰 대내적 요인으로‘정치갈등에 따른 사회혼란’(40.0%)을 꼽았다. 국정농단 사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경영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재계 관계자는 “전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및 사드 경제보복 등으로 기업들의 사업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정농단 사태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의 수사는 존중하지만, 경영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기업옥죄기식 수사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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