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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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7.01.11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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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붉은 닭’의 해 정유년 벽두부터 닭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병원 조류인플루엔자(AI)로 현재까지 살처분된 가금류는 3000만마리를 넘어섰다. 최단 기간 최악의 피해다. 이전 AI 피해가 가장 컸던 지난 2014~2015년의 경우 517일간 1937만마리가 도살됐다.

이번 AI로 산란계와 번식용 종계 할 것 없이 몰살돼 계란 값은 물론이고 닭고기 가격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계란 한 판 가격은 눈뜨면 오른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급등해 1만원에 육박했다. 이 때문에 계란 대신 금(金)란으로 불리고 있다. 당장 설날 명절을 준비해야 하는 서민들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계란 값이 오르면서 계란 대체재로 소고기를 권하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사회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정국을 핑계로 대책 수립은 손을 놓고 있다. 국내산 계란 값이 오르니 수입란을 권하는 미봉책을 내놨을 뿐이다. 수입란과 계란 가공품에 대한 관세를 당분간 없애고 운송료를 지원한다는 계획이지만 업계는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기 똑같은 AI가 발생한 일본은 한국과 상황이 대조적이다. AI 확진 판정 2시간 만에 아베 일본 총리가 직접 방역을 지시하고 구체적으로 대책 수립에 나섰다. 확진 반나절 만에 국가재난상황이 발령됐다.

이 같은 신속한 대응으로 일본에서 살처분된 가금류는 200만마리로 상황이 종료됐다.

AI 확산 책임을 일선 농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AI 주범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으로 골든타임을 놓친 한국 정부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매번 국가 재난 발생 때마다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초기 대응 실패 지적은 봇물처럼 쏟아지지만 그때뿐이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혼란스런 과도기가 지나가고 새로 구성될 정부는 부디 탁상행정으로 국민의 생활을 힘들지 않게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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