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정 민주당 의원 “朴대통령, 이렇게 부적절한 용어 쓴 답변서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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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재정 민주당 의원 “朴대통령, 이렇게 부적절한 용어 쓴 답변서 처음 봤다”
  • 조아라 기자, 이상래 기자
  • 승인 2017.01.05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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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국민여론으로 혐의…여전히 민심 제대로 읽지 못해”
“키친 케비넷, 연좌제 등 용어의 자의적사용…변호 대리인들 소양 부족”
이재정 더불어민

[매일일보 이상래·조아라 기자] 국회 대정부질문 때마다 이른바 ‘팩트폭행’으로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줘 화제가 된 의원이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오방색 실끈을 던지며 ‘최순실 국정농단’을 집요하게 꼬집었던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을 역임했던 법률전문가 이 의원은 <매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답변서를 두고 “이렇게 부적절한 용어를 쓴 답변서는 처음 봤다”며 “법률가로서 담당 변호 대리인들의 소양부족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고 시원하게 평가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황교안 권한대행 및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의 설전을 놓고 여론에선 '사이다' '팩트폭행' 등으로 불리고 있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

국민 여러분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지만 사실 낯설고 두렵다. 물론 원내 대변인 직을 맡고, 당에서 누구보다 많은 역할 주셔서 그래도 국민 여러분에게 노출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국민들에게 이렇게 즉각적인 반응들을 받게 된 것은 처음이다.

이같은 반응이 반길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두렵다. 이같은 모습은 나의 일면이기 때문이다. 국민 여러분이 분명히 실망하실 나의 일면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입체적으로 이재정이라는 정치인의 작지 않은 고민을 다 보여드릴 수 있을지 고민을 하게됐다. 국민 여러분의 호응에 도취되기 보다는 저의 또 다른 면들을 부지런히 보여드려서 입체적으로 인식하실 수 있게끔 하고싶다.

 

촛불민심이 이끌고 야권이 주도해서 탄핵정국에 들어서게 됐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같은 야권인 국민의당에선 민주당 측에서 요구한대로 11월2일 표결했다면 부결됐을 것이라 주장하면서 야권분열의 목소리가 있었다. 민주당 지도부에선 2일 표결 시 가결이라는 확신이 있었나.

당시 당 지도부에서 가결에 확신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사실 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탄핵이 가결된 이후 당 지도부에서 이런 소회를 많이 교환하신다. 결국 탄핵에 이르게된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의 결심은 야당의 설득이 아니라 국민의 설득이기 때문에 촛불민심이 커진 이후에는 그렇게(탄핵 가결) 귀결될 수밖에 없었던 기류였다는 것이다. 2일이든 9일이든 (결과가)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들을 많이 하신다.

 

2일과 9일 사이에 주말 촛불집회가 있었다. 국민의당은 최대 인원이 몰렸던 당시 촛불집회가 분수령이었다고 주장하는데.

그때 촛불이 230만이 됐지만 그 전 촛불도 사상최대라고 했었다. 그래서 그 기세를 비박계 의원들이 또는 친박계에서도 이 사태에 대해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찬성표를 던진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비박계든 친박계 일부든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당리당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게 지도부의 생각이었다.

 

박 대통령이 헌재에 내놓은 답변서가 화재였다. 키친 캐비닛, 연좌제 등으로 자신이 억울하다는 입장인데 법률가로서 평가한다면.

저도 다른 변호사들이 쓴 서면을 평가할 때 ‘이건 좀 더 잘 쓸 수 있었을 텐데’, ‘설득력이 부족하다’ 등의 평가는 해봤다. 근데 이렇게 부적절한 용어를 쓴 답변서는 처음 봤다. 단어의 의미 또는 법리상 용어, 통상적으로 대중이 공유한 언어에 대해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결국은 판사도 설득하지 못하고 국민도 설득하지 못한 답변서가 되지 않았나. 정말 이례적인 답변서다.

구체적으로 키친 캐비닛은 본래적 의미와는 전혀 다르게 사용한 것이다. 또 연좌제에 대한 개념도 통상 법률이 얘기하고 있는 연좌제 개념하고 다르다. 우리는 개인의 잘못을 가족 등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게하는 것을 연좌제라고 한다.

검찰이 내놓은 기소장에 따르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았을 뿐이지 박 대통령의 유죄혐의를 이미 입증한 상태다. 따라서 이것은 연좌제가 아닌 박 대통령 본인의 책임이다. 이것을 가지고 연좌제 논리를 가져오는 것은 법률가로서 담당 변호 대리인들의 소양부족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또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민여론으로 혐의를 몰아갔다고 하는 대목은 다시 한 번 박 대통령이 여전히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기대선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에서는 현재 많은 대권주자들을 갖고 있다. 반면 어쩔 수 없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경우 상당히 위협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데, 개인적인 입장에서 반 총장에 대한 평가와 검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희 당의 자산이 충분하다고 외부에서는 보고 있지만 저희로서는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사실 빠른 시간 내에 경선을 치르고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만한 후보를 내는 것이 사실 쉽지 않은 절차다.

과거 사례를 보면 후보들 간의 연합 등으로 후보에 대한 얘기나 정책에 대한 비전을 내놓지 못할 수 있는 분위기도 형성됐었다. 그 결과로 박근혜 정권이 탄생하지 않았나. 후보에 대한 검증을 할 시간이 부족한 것도 결국 후보의 자질 부족으로 판단할 수 있다. 때문에 민주당에서도 고민이 많다.

반 총장 역시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이제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후보에 대해서 무작정 반기지 않는다고 본다. 스스로 검증할 시간을 버는 것, 또 제기된 의혹을 명명백백히 해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임 당 지도부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가 최근 민주당을 향해 쓴소리를 던지고 있다. 총선 후 양극화 등에 대한 근본적인 로드맵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인데, 대선에선 어떤 전략으로 나갈 것인지.

타당한 지적이다. 당 내에선 우리당이 갖고 있는 비전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촛불민심 역시도 미래에 대한 구상을 탄핵과 함께 요구하고 있다. 여태까지 당 내에서 만들어진 여러 TF(태스크포스)와 각 상임위 별 현안들, 당 원내지도부에서 내놓은 여러 입장들을 정리해서 구체적인 공약으로 구체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 2월까지 이같은 정리작업을 계속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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