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작가의 상이한 공간 인식과 재현 <이삿날>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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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가의 상이한 공간 인식과 재현 <이삿날> 전시
  • 김종혁 기자
  • 승인 2016.12.16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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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시각예술분야(작가) 김다움, 김민정의 2인전
김다움, 맹지(盲地)Blind Land, 4채널 HD비디오, 8 서라운드 사운드, 2016<한국문화예술위원회>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16년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성과보고전 《이삿날》을 원서동 인사미술공간에서 개최한다.

오는 12월 23일부터 2017년 1월 21일까지 진행되는 《이삿날》은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의 시각예술(작가) 과정에 참여한 김다움, 김민정 작가의 2인전이다. 두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올해 초부터 진행한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이사를 오거나 떠난 공간(집)을 소재로 작업을 시작하지만, 그것을 인식하고 재현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 두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공간의 사전적 의미 중 하나인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범위'에 빗대어 말하자면, 김민정은 물리적인 범위의 공간, 김다움은 심리적인 범위의 공간을 인식한다. 김민정은 자신이 살았던 집에 대한 기억과 탐구를 바탕으로 한 그림자 작업을, 김다움은 현지 촬영과 리서치를 바탕으로 하는 영상 작업을 통해 공간을 재현한다.

맹지(盲地)의 개념을 물리적 측면에서 심리적 측면으로 확장

김다움은 자신이 이사 온 집이 맹지(盲地)에 지어진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이를 작업의 소재로 삼았다. 맹지는 도로와 맞닿는 부분이 없는 토지로서, 사방이 타인의 토지와 맞물려 있는 땅이다. 작가는 맹지를 단순히 물리적인 토지로 보지 않고, 개인의 상태와 심리를 설명할 수 있는 개념으로 그 의미를 확장해 신작을 제작했다.

김다움의 작품 <맹지(盲地)Blind Land>는 홍콩, 타이페이,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자신의 처지를 편지로 이야기하는 내용의 영상이다. 각 화자는 동거, 이사, 재산 분할 등 개인적으로 겪은 사건을 이야기하며 스스로 타개할 수 없는 고립된 상황을 고백한다.

작가는 맹지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화자의 심리를 통해, 각 도시를 아우르고 있는 특수한 감정을 표현했다. 

인지 불가능한 공간을 재현하는 시각적 방식 탐구

김민정은 어린 시절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이사를 떠나며 가구와 집기가 빠져나간 텅 빈 공간이나, 건물의 내부 콘크리트 철근 등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공간을 목격하게 된다.

작가는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실재하지만 일상에서는 인지할 수 없는 공간을 상상하거나, 기억 속의 공간, 혹은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창조하며 이를 재현하는 다양한 방법을 실험했다.

김민정은 빛과 그림자를 통해 작품을 제작했다. 거울이나 투명 아크릴 판 위에 집과 관련된 다양한 공간을 그린 뒤, 빛을 비추어 그림자를 만들었다.

빛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변하는 그림자는 물리적인 공간을 고정된 상태에서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게 하고, 새로운 형태의 가능성과 인지의 지평을 넓혀주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이러한 시각적 효과로 작가는 자신이 공간(집)의 물리적 측면을 새롭게 인지했던 경험을 표현했다.

흥미로운 대조를 보이는 두 작가의 시선을 통해 《이삿날》에서는 공간의 양면성을 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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