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때時깔色, 우리 삶에 스민 색깔'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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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때時깔色, 우리 삶에 스민 색깔' 특별전
  • 김종혁 기자
  • 승인 2016.12.1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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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창연(古色蒼然)한 한국의 옛 색(色)을 탐색하다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겨울이 다되어야 솔이 푸른줄 안다(靑色). 흰 떡에도 고물이 든다(白色). 십 년 세도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赤色). 윤달 든 해는 노란곡식이 풍년 든다(黃色).

속담에 스며 있는 색깔. 시대마다 숭상하는 색(色)이 다른 이유를 한 눈에 살펴보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특별전 '때時깔色, 우리 삶에 스민 색깔‘을 12월 14일부터 2017년 2월 26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인의 삶에 투영된 다채로운 색의 상징과 색감을 경험하는 자리로, ‘흥선대원군 초상(興宣大院君 肖像, 보물 제1499호), ‘흑초의(黑綃衣, 중요민속문화재 제13호), 일월오봉도, 색동두루마기 등의 전통 생활품과 오색광율(공예품, 정해조 작), 백자 달항아리(사진, 구본창 작) 등의 현대 작품에 이르기까지 총 350여 점의 자료와 영상물이 전시된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색이다.”

윤기(尹愭, 1741-1826)의『무명자집문고(無名子集文稿)』에서는 “색(色)”에 관해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색이다. 하늘과 땅, 사람과 만물, 자연의 색이 있고 복식과 기용(器用)과 회화의 색이 있다. 그런데 숭상하는 색이 시대마다 다른 것은 무슨 까닭인가”라고 묻고 있다.

효명세자 책봉 교명 <국립고궁박물관>

이렇듯 색은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면서 시대에 따라 의미와 상징이 달라진다. 최근 색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반영하여 색을 주제로 한 전시와 행사가 활발하게 열리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 유물을 통해 우리 색의 생성과 변화를 보여주고자 했다.

1부 ‘단색(單色)’에서는 한국적인 정서와 가치관이 담긴 대표적인 다섯 가지 색 청-적-황-백-흑색을 소개한다.

흑백 관모와 신발<국립민속박물관>

'하양=백(白)’에서는 ‘백의민족(白衣民族)’과 관련해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흰옷을 즐겨 입었음을 알려주는 외국 기록 및 흰색 두루마기와 저고리, 조선시대 선비들의 소박하고 절제된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백자 등을 전시한다.

“일본 남자들의 탁한 회색 옷들 사이로 한국 촌로들의 눈부신 흰옷이 섞여들기 시작했다. 이 흰옷은 먼지나 오물이 묻어도 햇빛처럼 밝아서 어디서나 특이한 친근함을 자아낸다.”
- 노르베르트 베버, 『고요한 아침의 나라』, 1915.
 
‘검정=흑(黑)’에서는 조선시대 검은색 관모(冠帽)와 관복(官服) 등이 ‘격식’과 ‘위엄’을 상징했으나, 일제강점기 이후에 ‘통제’와 ‘억압’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변화한 검은색의 의미와 맥락을 짚어본다.

‘빨강=적(赤)’에서는 동짓날의 붉은 팥죽과 고사를 지낼 때 시루떡을 올리는 등 구복벽사(求福辟邪)의 의미를 담은 붉은색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권위’의 상징을 보여주는 적초의를 입은 ‘흥선대원군 초상(보물 제1499호), 한국전쟁 이후 붉은색을 공산주의의 상징으로 인식했던 반공 영화 똘이장군 포스터,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인을 결속시켰던 ’붉은악마 응원도구'등 시대에 따라 변화된 붉은색과 관련된 자료들을 살펴볼 수 있다.

오색광율. 정해조 作<국립민속박물관>

‘파랑=청(靑)’은 예로부터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색으로, 푸른색을 가까이 하며 자연을 이상향으로 삼았던 선인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청자와 청화백자, 그리고 ‘청춘’이라는 이미지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청바지’를 통해서 과거와 현재의 푸른색 이미지를 함께 선보인다.

‘노랑=황(黃)’은 ‘고귀’와 ‘위엄’, ‘신성’을 상징하는 색으로, 누구에게나 허용된 색이 아니었기에 일반인의 생활용품에서 좀처럼 찾기 어렵다. 황룡포를 입은 ‘고종황제 어진(전라북도 시도유형문화재 제220호), 고종황제 오조룡보(高宗皇帝 五爪龍補), ‘고종비 금책(高宗妃金冊)’ 등 황실 관련 자료를 소개한다.

2부 ‘배색(配色)’에서는 오행(五行)을 따른 음(陰)과 양(陽)의 조화,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의 어우러짐을 색으로 표현한 유물과 작품들이 전시된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음과 양의 균형을 추구하면 복(福)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고, 청홍(靑紅)-적흑(赤黑)-흑백(黑白) 등의 배색을 생활 전반에서 사용했다.

혼례용품인 신랑의 푸른색 ‘사선’과 신부의 붉은색 ‘혼선’, 적흑의 강렬한 대비를 보여주는 ‘이층주칠농(二層朱漆籠)’, 흑백의 조화로 학(鶴)과 같은 고귀한 기품을 보여주는 선비들의 옷 ‘학창의(鶴氅衣)’ 등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색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금기숙 작가의 작품 ‘장옷’, 사회적인 관습에 의해서 규정된 남녀의 색깔을 보여주는 윤정미 작가의 ‘핑크 & 블루 프로젝트 Ⅱ’도 함께 선보인다.
 
 3부 ‘다색(多色)’에서는 왕실에서 민간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뿐 아니라 중요한 의례에 나타나는 한국인의 전반적인 색채 감각을 다룬다.

일월오봉도병풍 <국립고궁박물관>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을 따른 다섯 가지 색의 어울림을 보여주는 궁중의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와 민간의 복개당(福介堂) ‘일월도(日月圖)’, 색의 조화로움을 보여주는 ‘색동두루마기’와 ‘조각보’, 영롱한 빛깔의 자개 장식으로 꾸민 ‘나전 칠 상자(螺鈿漆函)’ 등을 선보인다.

레인보우. 김유선 作<국립민속박물관>

이와 함께 오색의 강렬한 색감을 드러내는 정해조 작가의 ‘오색광율’과 전통 나전 기법을 적용하여 예술 작품화한 김유선 작가의 ‘레인보우’도 함께 전시되는 등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한국 색의 다채로운 향연이 펼쳐진다.

나전 칠 상자<국립중앙박물관>

당신이 생각하는 ‘색’은?

전시장 곳곳에는 ‘빨갛다, 새빨갛다, 발그스름하다, 발그레하다’와 같은 색깔별 색채형용사, 속담, 한시, 고사성어 등 다양한 색채의 표현이 함께 배치돼 있다. 또한, 천연 염료와 안료, 색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영상 자료, 색에 관한 전문가와 색을 향한 현대인의 시선을 다룬 인터뷰 영상도 선보인다.

저는 빨간색을 매우 좋아해요. 빨간색이 밝고 행운을 몰아온다고 그러더라고, 옛날부터. - 김민자 (여, 77세)

하늘색을 어렸을 때부터 계속 좋아했었는데, 바람에 날리는 바람개비나 연 날릴 때 파란 하늘 색깔을 많이 보잖아요. 그런 추억이 있어서 하늘색이 저한테 좀 많이 와 닿았던 색깔이고…… -강요셉 (남, 27세)

아울러, 관람객이 색동두루마기와 조각보의 색 조합을 마음대로 해볼 수 있는 미디어테이블을 개발해, 색을 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체험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선조들이 색에 담아낸 시대정신과 가치관을 확인하는 동시에 현재 우리의 색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가 그동안 잘 인식하지 못했던 우리 삶에 스민 색깔의 상징과 의미, 그리고 한국적인 색감을 찾고 느끼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백색은 태양을 상징하는 색깔

"백색(白色)은 원래 태양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절제와 청렴을 추구했던 선비들의 정신이 백색에 녹아 있지요. 백의민족이라 함은 신성을 추구하는 민족을 뜻하는 말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13일 오후, 전시회 개막식에 앞서 기자간담회자리에서 우리민족의 고결함과 시대마다 숭상하던 색깔의 의미를 하나하나 되짚으며 "전국 17개 기관에서 협조와 자문을 받아가며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면서 전시회 개최 배경에 대해 참석한 문화담당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때(時)깔(色)포스터 <국립민속박물관>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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