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광화문광장의 촛불과 대학 연구실의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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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광화문광장의 촛불과 대학 연구실의 촛불
  • 한양소방방제 류종길 기술사
  • 승인 2016.12.1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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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소방방제 류종길 기술사

[매일일보] 몇 주 연속 광화문 광장과 전국 각지의 도시의 광장에서 정의롭지 못한 현재에 대한 저항과 정의로운 앞날의 열망을 담은 촛불이 타올랐다. 이 촛불은 크게 타오르면 타오를수록 촛불을 든 자와 이를 멀리서 지지하는 사람들의 지금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커진다.

반면 대학 연구실의 촛불은 그렇지 않다. 필자의 회사가 소방안전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모 대학의 연구실에서 화재가 난 적이 있다. 연구실 관계자가 초기에 발견하여 소화기로 진압하였기에 다행히 큰 화재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초를 올려놓은 책꽂이의 일부만 태우는데 그쳤고, 늦게 발견하였다면 큰 사고가 날 뻔 했다.

같은 촛불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결과가 다르다. 화재가 난 곳의 연소과정을 살펴보면, 화염이 직접 닿지 않아도 축적된 복사열에 의해서 열이 상단부에 축적되고, 일정 시간 지나서 자연발화 온도에 도달하고 불이 붙는다. 마치 태양이 지구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그 열을 느끼고 이용하고 있는 것과 같다.

이러한 사고는 일반인의 인식에, 책꽂이 같은 곳에 초를 놓아도 화염이 책꽂이 윗단의 아랫부분에 직접 닿지 않으면 화재가 나지 않는다는 잘못된 상식과 믿음에서 유래한다.

화재에 의한 재난에 대한 일반 시민의 인식수준이 이 정도다 보니까 크고 작은 사고가 잇달아 일어나고, 미연에 방지 할 수 있거나 작은 수준에서 그칠 것을 크게 키우는 우를 범한다. 이러한 잘못된 믿음과 상식은 재난과 그 예방에 대한 인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소방법에 따른 소방시설 등의 자체점검 때 전문 지식이 없는 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이 전문 점검 업체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십여 년 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대상물이 많은지라 그때 당시의 법규에 따라, 작동되지 않거나 화재예방에 방해되는 시설 등은 고치라고 지적을 낸다.

이러한 지적은 해당 건축물 허가 시점의 소방법 기준을 적용한다. 하지만 대부분 관계인은 비용을 들여 자기 건축물에 대한 소방시설을 보수하기를 꺼린다.

소방법에 따라서 하라고 하니까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심리상태의 내면을 들여 보면 자기 건축물에는 화재가 나지 않는 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자칭 타칭 소방의 최고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소방기술사의 관점에서 보면, 비록 법규에는 없더라도 화재 시 건축물 거주 인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예방, 피난에 관한 몇 가지 것들을 추가해서 조언을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보통의 시민들은 혹시나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나 질병에 대하여 많은 비용을 들여 사 보험(私保險)이나 강제조항인 자동차 보험에 가입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보험의 혜택을 보지 못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보험가입을 한다. 그러나 실제로 보험혜택을 보는 사람은 드물다.

마찬가지로 평상시 비용을 들여 소방시설을 철저하게 유지관리해도 이것을 평생 한 두 번 써 먹을 수도 있고 건축물의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써먹지 못하는 것도 있다.

통계를 보면 일 년에 약 4만 건의 화재가 발생한다. 이 4만 건은 소방서에서 집계한 화재 건수이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건수의 화재가 발생한다. 결코 화재가 남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가 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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