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콘텐츠가 먼저냐 플랫폼이 먼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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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콘텐츠가 먼저냐 플랫폼이 먼저냐
  • 이근우 기자
  • 승인 2016.12.08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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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근우 기자.

[매일일보 이근우 기자] 가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하는 답 없는 논쟁이 오갈 때가 있다. 닭이 있어야 알이 나올 수 있다는 이도 있고, 알이 있어야 닭으로 클 수 있다는 이도 있다.

콘텐츠와 플랫폼 역시 그렇다. 좋은 콘텐츠가 많이 모여야 플랫폼이 생겨날 수 있다는 사람도 있고, 거대 플랫폼이 있어야만 양질의 콘텐츠들이 생산될 수 있다는 사람도 있다.

한류열풍과 맞물려 콘텐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왔다. 이를 위해 콘텐츠를 연구개발(R&D)하는 것을 넘어, 창의개발(C&D)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인기·유명 지적재산권(IP) 하나만 있으면, 2·3차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고, 별다른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지속적으로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 즉 최소 노력으로 최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 더불어 사회·문화·경제적 파급력도 막강하다.

올해를 지나보며 다시금 콘텐츠 파워를 느낄 수 있었던 사례는 바로 ‘포켓몬 고’다. 폭발적인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그동안 휘청이던 닌텐도와 나이앤틱을 단숨에 일으켰고, 예상치 못하게(?) 포켓몬 출몰 주변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가져왔다.

업계에서는 포켓몬 고는 온전히 ‘콘텐츠 파워’로 읽힌다. 사실 증강·가상현실(AR·VR) 자체는 별로 새로울게 없는 기술이기 때문. 이미 수년전에 일본에서 가상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는 게임이 출시됐었고, 국내에서도 이미 KT가 프로모션용 AR 게임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불과 수년전만 해도 콘텐츠의 중요성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으나, 근래들어 일각에선 콘텐츠 보단 플랫폼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콘텐츠를 지배한다는 것인데, 맞는 말이다.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현재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강력한 파급력을 갖고 있는 것은 물론 이들 거대 플랫폼에 들어가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양질의 콘텐츠라고 해도,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그대로 묻혀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잘 생각해보면 기업들은 플랫폼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무료로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네이버윈도, 카카오택시,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O2O 서비스들이 수수료를 포기하면서까지 사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동통신 3사도 앞다퉈 동영상 플랫폼(SK텔레콤 옥수수, KT 두비두, LG유플러스 비디오포털)을 내놓으며 이 분야 경쟁에 혈안이 돼 있다.

조금 지난 사안이긴하나 이통 1위 SK텔레콤이 왜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M&A) 하려 했는지, 그리고 얼마전 미국 2위 이통사 AT&T는 왜 타임워너를 인수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만큼 플랫폼 파워를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콘텐츠가 먼저냐, 플랫폼이 먼저냐”. 뭣이 중헌지 결론을 내릴 순 없으나, 사업자나 이용자 모두 한번쯤은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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