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경제 '냄비 속 개구리'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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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경제 '냄비 속 개구리' 신세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6.12.0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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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준 생활경제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벌써 12월이다. 다들 매년 이 때쯤이면 송년회 일정을 잡느라 바쁠 시기지만 올해는 모든 것이 다 예년과 다르다.

매주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촛불을 들게 된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은 객관적인 통계치만 놓고 봐도 위태롭다.

산업부 기자들에게 12월 5일은 유난히 바쁜 날이다. 각 업체들이 ‘무역의 날’을 맞아 저마다 ‘수출의 탑’ 수상 자료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물론 정국 영향도 있지만 규모가 눈에 띄게 위축됐다. 실제로 이번 무역의 날에서 100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한 기업이 나오지 않았다. 이는 2002년 이후 14년만에 처음이다.

100만달러 이상을 수출해 수출의 탑을 받은 업체 수도 1209개에 그쳐 2004년 1191개 이후 가장 적었다. 2011년 1929개로 2000개에 육박하던 것이 불과 5년여 만에 절반 가량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올해 전체 한국 수출도 지난해 -8%에 이어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된다. 수출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1957~1958년 이후 60여년 만이다.

수출과 함께 경제의 나머지 한 축인 내수 역시 잔뜩 위축됐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달보다 6.1 포인트 줄어든 95.8을 기록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94.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심리 위축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실물경제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6년 10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음식점·주점업 종사자가 전년 동월에 비해 3만67명이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 10월 3만921명이 감소한 이후로 6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현실은 이런데 정작 정부 당국자들은 혼란스런 정국에 매몰돼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하고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다. 이러다 한국 경제가 ‘냄비 속 개구리’가 될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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