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권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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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권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사무총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16.12.06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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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유산은 지역에 기반을 둔 사람 중심의 보존 철학이 중요"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지난 12월 1일(한국시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무형유산 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대한민국 해녀문화가 19번째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에티오피아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날인 12월 6일 낮, 서울 '한국의집'에서 출범 5주년을 맞는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허권사무총장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허권 사무총장<ICHCAP>

Q : 먼저 장거리 출장길에서 귀국하시자 마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올해로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가 설립 5주년을 맞았습니다.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가 아직 생소한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센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먼저 센터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자산이자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전제가 되는 무형유산을 보호하는 일을 하는 대한민국 문화 분야 최초의 국제기구입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형유산 보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09년 유네스코 제35차 총회에서 유네스코 카테고리 2기구로 승인되어 2011년 7월 1일에 정식 설립됐습니다. 

센터는 우선 정보 및 네트워킹이라는 중점 기능을 통해 무형유산에 대한 이해 및 인식 제고를 위해 정보를 수집‧공유하고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아태지역 내 무형유산 보호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국내에서는 생소한 국제기구 입니다만 인류문화유산 보호에 아주 중요한 활동을 담당하는 국제기구입니다.

Q : 센터가 설립된 이후 지난 5년간 특히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사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센터는 크게 양자 그리고 다자협력 사업을 추진하는데, 그중 다자협력 사업의 경우, 역사와 문화적 배경이 크게 다른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효율적 협력을 위해 다섯 개 소지역으로 구분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섯 개 소지역은 중앙아시아, 태평양, 동남아, 동북아, 남아시아입니다.

주요 사업은 크게 다섯 가지로 앞서 언급한 △ 무형유산 소지역 네트워크 사업 △ 무형유산 영상기록 △ 무형유산 자료 복원 및 디지털화 △ 무형유산 보호 현황 조사 △ 무형유산 관련 출판사업으로 나눠집니다.

먼저 센터의 중점기능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소지역 네트워크 사업의 경우 센터가 2010년부터 추진해온 중앙아시아와 태평양 그리고 현재는 동남아, 동북아, 남아시아까지 총 다섯 개 소지역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나누고 지역별 니즈를 반영한 공동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가 발간한 중앙아시아 무형유산 해설집

이번에 출판된 중앙아시아 4개국의 무형유산 해설집의 경우, 여러 중앙아시아 협력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소지역 협력사업의 특이점은 소지역별 협력체를 통해 각 소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사업을 선정해 진행함으로써 각 소지역별 필요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선 무형유산 영상기록 사업의 경우, 센터가 영상 매체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오랜 파일럿 사업 기간을 거쳐, 2015년 센터의 플래그쉽 사업으로 시작했습니다.

 먼저 중앙아시아와 몽골을 시작으로 향후 10년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태평양 지역까지 범위를 넓혀 무형유산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해 향후 방송과 교육 콘텐츠로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무형유산 자료 복원 및 디지털화 사업의 경우 회원국으로부터 특별히 많은 관심과 지원요청이 있는 사업입니다.

각국에서 보유한 아날로그 자료들을 디지털화해 자료의 보존 및 접근성을 강화한 뒤 연구자, 학생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아태지역 내 5개국 몽골, 솔로몬제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필리핀의 무형유산 자료 복원과 디지털화 사업을 지원했습니다.

무형유산 보호 현황조사 사업의 경우, 다양한 무형유산 보호 활동을 수행하기 전에 꼭 필요한 각국의 무형유산 보호 현황 조사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현재까지 총 30여 개국의 보호 현황조사 사업을 실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형유산 관련 도서 출판 사업이 있는데, 센터에서는 2009년부터 계간지 형식의 국‧영문판 'ICH 꾸리에'를 발간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29호를 발간했습니다.

2016년 4월부터는 센터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무형유산 소식지인 e-뉴스레터를 매월 2회 국‧영문으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각 사업에서 나온 성과물은 각 사업 파트너들과의 협력으로 센터 홈페이지의 e-지식관을 통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Q : 그럼 이번에 출판되는 중앙아시아 4개국 무형유산 해설집은 2010년 센터 설립 이전부터 추진한 ‘중앙아시아 소지역 협력사업’의 결과물 중 하나인데, 중앙아시아라고 하면 아직 한국에서는 많이 생소합니다. 중앙아시아 협력 사업에 대해 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먼저 중앙아시아 소지역 협력 사업에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몽골등 총 다섯개 나라가 이 참여합니다.  이번에 출판되는 중앙아시아 무형유산 해설집에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이 참여했습니다.그중에 몽골은  2010년에 해설집을 출간 완료했고 현재  e-지식관을 통해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이번 출판사업 이전에도 센터는 2010년부터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무형유산 보호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아시아 소지역 네트워크 협력 회의를 매년 개최해왔습니다. 이 회의를 통해 그간  무형유산 정보수집, 무형유산 웹사이트 제작 그리고  무형유산 영상기록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설집 발간은 각국의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무형유산 뿐 아니라 해당 국가에서 인지도가 낮고 사라질 위험에 처해 보호목록으로 등재된 무형유산도 실려 있어 그 의미가 깊습니다. 각국의 국어와 영어 그리고 일부 러시아로 출간돼 널리 활용이 가능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 마나스에서 영상기록 작업중인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직원들 모습<ⓒICHCAP>

Q :  처음에 소개해 주신 사업 중에 무형유산 영상기록 사업이 있었는데, 영상기록 사업 그리고 디지털화 사업 같은 경우 대중에게 무형유산의 가시성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사업 같습니다. 사업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두 사업은 현재 사라져 가고 있는 무형유산을 기록화해 보존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된 사업입니다.

실체가 없는 무형유산의 경우 기록이 곧 유산인데, 현재 많은 국가에서 아날로그 자료로 기록되어 있는 유산이 자료의 노후화로 사라지고 있지요. 이에 센터에서는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원국들이 소장한 노후화되거나 훼손된 아날로그 시청각 자료를 디지털로 전환해 보존하고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몽골,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솔로몬제도, 필리핀 등의 자료 복원을 지원했습니다.

영상기록 사업의 경우, 2015년 본격적으로 본 사업을 시작하기 이전 시범사업으로 베트남과 몽골 그리고 키르기스의 무형유산의 기록화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이러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10개년 프로젝트인 ‘아태지역 무형유산 영상기록’ 프로젝트를 작년,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습니다.

참여한 5개 국가에서 각 10개의 무형유산 기록 영상을 내년 중순 제작 완료할 예정이며, 작게나마 각 국가에서 순회 영상전을 개최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향후 각 국가에서 교육용으로 본 영상사업의 결과물을 널리 활용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미 국내의 한국교육방송공사(EBS)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중앙아시아 무형유산에 대한 2017년에 방송물 방영이 결정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Q :영상기록 사업이나 디지털화 사업을 추진하실 때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영상기록은 누군가의 관점으로 무형유산을 기록하는 것으로, 어떠한 관점으로 유산을 기록하느냐에 따라서 보는 이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아주 큰 양날의 칼과도 같은 매체입니다.

특히 태평양 지역의 경우 다양한 유산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 있는데, 대부분 영상은 자국인이 아닌, 서양 특히 유럽인을 통해 기록된 영상들로 태평양의 무형유산을 외국인이 기록한 작업물이지요.

센터에서는 이러한 관점의 문제를 최소화하고자 영상기록을 수행할 무형유산의 선정부터 촬영 그리고 편집 등 제작 과정들을 회원국에 일임하고 있습니다. 자기들 눈에 익은 유산을 자기들 손으로 기록하는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 입니다. 우리 센터는 기록 과정의 중요성에 대한 각국의 공감대 형성 및 기록 과정 중 필요한 기술적 자문 등을 지원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 자국에서도 결과물들을 연구와 교육 등의 목적으로 널리 활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을 참여기관들과 모두 공유하고 있습니다.

2012 남아시아 소지역 협력 회의 장면

Q :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 오신 것 같습니다. 혹시 국내 활동 계획이 있으신지요? 국내 사업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센터는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정부와 유네스코 간 협정에 의해 설립된 문화 분야의 국제기구로 대부분의 활동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국제 행사 개최 등을 통해 다양한 무형유산 분야 이해관계자들의 국내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및 교류를 지원하고 무형유산 분야의 국제적 동향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에는 아시아태평양 약 30개국 50여 명의 국제 NGO 및 국내 NGO와 관계기관 200여 명이 참석한 ‘2016 아태지역 무형유산 NGO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지속가능함 발전’과 무형유산과의 관계를 조망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매일일보 2016년 11월 3일자 기사:  '2016 아태지역 무형유산 NGO 컨퍼런스' 개최  참조 >

이외에도 센터에서는 유네스코 본부와 협력해 국내 무형유산 보호 역량강화 워크숍을 기획하고 있으나 한국이 워낙 무형유산 분야에서는 제도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으므로, 새로운 커리큘럼의 개발 등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2016 NGO 컨퍼런스 단체사진<ⓒICHCAP>

Q : 유네스코 카테고리 2센터로서 유네스코 이야기를 뺄 수가 없습니다. 내년에 제12차 정부간위원회가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들었습니다.혹시 센터에서 정부간위원회 관련 별도로 추진하시는 사업과 센터의 역할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에티오피아에서 개최된 제11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제12차 정부간위원회 개최지로 한국이 최종 결정됐습니다.

[2016년 11월 30일 에티오피아에서 한국의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편집자 주]

센터에서는 행사 기간 중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형유산의 가시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으며 아마도 센터 영상기록 사업의 결과물들이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Q : 올해 센터 설립 5주년을 맞았습니다. 향후 5년 그리고 10년간 중점으로 추진하고 싶으신 사업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난 5년은 센터 설립 초기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소지역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시기였습니다.

향후 10년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새로운 정보공유 메커니즘이 요구되는데, 센터에서는 2015년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형유산 통신원을 모집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다양한 층위로 구축해, 네트워크 안에서 정보의 생산 및 교류와 공유를 활성화 시켜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온라인 정보공유의 활성화를 위해서, 센터에서는 2016년 아시아태평양지역 무형유산 단체들의 온라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총 4종의 템플렛 개발을 완료해, 2017년부터 점진적으로 배포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밖에 홈페이지, 아카이브, 블로그 형태 등의 템플렛 이용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무형유산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아직 국내외적으로 무형유산이라는 분야에 대한 학문적 체계가 부족한 측면이 있어, 무형유산 분야의 고등교육 과정 개발과 관련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무형유산 고등교육 네트워크 구축 사업 지원 등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Q :문화유산 특히 무형문화유산 전문가로서의 철학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요.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강조한 바 있는데, 유형유산과 달리 무형유산은 지역에 기반을 둔 사람 중심의 보존 철학이 강조돼야 하고, 무형유산을 전승하고 교육하는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네트워크 구축을 돕고, 연구자 그리고 교육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무형유산의 기록 작업 또한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국제문화기구의 책임자로서 너른시각과 활동력이 뒷바침돼야 하는 이일에 함께 하고있는 센터직원들과 전문가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Q : 장시간 아태무형유산센터 사업에 대해 말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날 인터뷰는 아태센터 박원모 홍보출판팀장과 유선영 담당관이 자리를 함께해 에티오피아 인류유산등재관련 에피소드를 나누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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