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바람 불면 꺼진다는 ‘촛불’이 만들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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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바람 불면 꺼진다는 ‘촛불’이 만들 기적
  • 홍승우 기자
  • 승인 2016.11.29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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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우 경제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홍승우 기자] “작은 촛불 하나 켜보면 달라지는 게 너무나도 많아…불을 밝히니 촛불이 두 개가 되고…세 개가 되고 네 개가 되고 어둠은 사라져가고.”

최근 재결합한 ‘god’ 3집 앨범에 실린 ‘촛불 하나’라는 노래 가사 일부다.

지난 주말 190만 국민들이 광화문 일대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제5차 촛불 집회’에 참가한 일부 시민들은 주말에 일부러 약속을 잡지 않고 자신들의 뜻을 피력하기 위해 매주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은 영하의 추위와 함께 눈까지 잠시 내렸지만 190만 국민들이 손에 들고 있던 촛불은 꺼지지 않고 그저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17일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최순실 특검법’ 처리를 두고 했던 망언에 가까운 발언이 생각났다.

당시 김 의원은 “‘촛불’에 밀려 ‘원칙을 저버린 법사위 오욕의 역사’로 남게 될 것”이라며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원의 발언을 듣고 ‘지금 이걸 말이라고 한건가’하고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김진태 의원이 ‘최순실 특검법’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 자체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지만 원칙에 가려 민심은 뒷전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얼마나 국민을 위한 일을 할지 의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총선에서 김진태 의원 선거구 한 시민단체에 따르면 김 의원 공약 이행률은 5%가 채 되지 않았다.

오히려 김 의원 측에서는 70%가 넘게 공약을 이행했다는 허위사실을 9만 명에게 문자로 유포해 선거관리위원회가 김 의원을 허위사실 공표로 고발했다.

당시 검찰은 김진태 의원이 ‘허위인식이 없었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리하며 정계 안팎에서는 친박을 의식한 편파적 결정이라고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원칙과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에 김진태 의원의 ‘촛불 발언’이 ‘절대적 원칙’에 입각한 소신이라기 보다는 특권의식에 기반을 둔 ‘상대적 원칙’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민중은 개, 돼지’라고 표현했던 나향욱 전 교육부 국장의 발언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앞으로의 촛불 집회 행보가 궁금해진다. 과연 바람이 불면 그저 꺼져버릴 ‘풍전등화’인지 우리나라의 어두운 부분을 밝혀줄 ‘기적의 빛’이 될지는 이제 국민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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