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율에 놀란 MB, "재벌사가 이자를 일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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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이자율에 놀란 MB, "재벌사가 이자를 일수처럼?"
  • 매일일보
  • 승인 2010.07.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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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비즈] 서민경제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22일 미소금융 지점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캐피탈회사의 대출이자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에 이 대통령은 "큰 재벌에서 이자를 일수이자 받듯이 이렇게 받는 것은 사회정의상 안 맞지 않느냐"며 연신 높은 이자율을 지적하면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강서구 화곡동의 포스코 미소금융지점을 방문해 대출신청자와 미소금융 근무자 등을 만나고 현장을 둘러봤다.

이 대통령은 먼저 정육점을 운영하면서 대출 연체로 인해 신용등급이 7등급으로 악화돼 미소금융에서 운영자금 1000만원을 신청하러 왔다는 최모씨(50)와 인사하면서 "어떤 것 때문에 왔느냐"고 물은 뒤 "날 만났으니까 잘 될 것이다. 나를 만났던 사람이 돈 못 빌렸다고 하면 소문나니까"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여성의류를 판매하면서 신용불량자 신세까지 겪고 운영자금 1000만원을 신청하기 위해 들른 정모씨(42·여)에게 대출신청 이유 등을 물은 뒤, 과거 캐피탈회사로부터 대출받은 이력을 보고 진동수 금융위원장 등에게 캐피탈회사의 이자율을 물었다.

이에 캐피탈회사 이자율이 40∼50%라는 대답을 들은 이 대통령은 "이자 많이 받는 것 아니냐, 사채하고 똑같잖아"라며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또 '신용이 좀 좋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불법사채는 이보다 훨씬 비싸다'는 진 위원장의 말에 "신용이 좋으면 여기서 돈 빌리느냐"며 "간판도 없는 사채업자나 많이 받는 줄 알았더니 캐피탈 같은 데서 이렇게 이자 많이 받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아울러 "큰 재벌에서 이자를 일수이자 받듯이 이렇게 받는 것은 사회정의상 안 맞지 않느냐"며 "이렇게 높은 이자를 받고 캐피탈이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내가 현장을 제대로 몰랐다는 것과 똑같다. 대기업이 하는 캐피탈에서 40∼50% 이자 받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채권 이자로 조달하기 때문에 조달금리가 높다'는 진 위원장의 말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큰 회사들이 채권 발행하는데 뭐 그렇게 이자가 비싸냐"며 "대기업이 하는 캐피탈이 이렇게 이자를 많이 받으면 나쁘다고 나는 본다. 대출 못 받는 불쌍한 사람들에게 이자를 이렇게 많이 받으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씨에게는 과거 대출받았던 캐피탈이 소속된 그룹사가 미소금융도 운영한다는 점을 들면서 "이 그룹에 가서 미소금융에서 돈 빌려서 이 그룹 소속 캐피탈에 갚는 걸로 해봐라. 미소금융 이자는 은행이랑 비슷하니까"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어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이 "기대를 많이 하는데 실적이 잘 오르지 않는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이게 대기업이 하는 일 중에 작은 일이어서 소홀히 할 수 있다고 본다"며 "대기업들이 애정을 갖고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자원봉사자 모집 계획에 대한 김 이사장의 말에 이 대통령은 "없는 사람들이 은행가서 정식으로 대출받을 수 없다. 어려운 사람들 찾아왔을 때 잘 해주면 좋겠다"면서 "일도 아시고, 봉사정신도 높고 그런 분들을 잘 찾아보라"고 주문했다.

이날 동행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대통령이 중산층·서민과의 소통과 지원책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대기업들도 앞장서서 미소금융을 더 열심히 하겠다"며 "하반기 조금 더 기준을 조정해서 미소금융이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도록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이 대통령에게 언급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미소금융이라는 것이)이자를 좀 낮춰서 빌려주는 것일 뿐 아니냐"며 "대기업도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인식만 하면 미소금융이 참 잘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예전에 시장에서 장사하면 유일하게 빌릴 수 있는 게 일수다. 그게 유일한 수단이었다"며 "그런데 장사하다 보면 안 될 때도 있고 해서 일수하는 사람 얼굴 보기가 겁이 나고 불안하다. 국가가 이런 것에 대해 애정을 갖고 해야 한다. 정부가 하라고 해서 하면 절대 성공 못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회 격차가 점점 심해지지 않나. 대기업은 몇천억원 이익 났다고 하는데, 없는 사람들은 죽겠다고 하니까 심리적 부담이 되잖느냐"며 "대기업들도 (정부가)하라니까 하는 게 아니고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장 방문에 이어 이 대통령은 이날 한 칼국수집에 들러 미소금융 수혜자인 문모씨(48), 정모씨(63·여), 최모씨(51·여) 등 3명과 함께 오찬을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 오찬 장소로 이동하는 도중에는 상인들과 악수하고 인사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으면서 "내가 돈 많이 빌려주라고 하려고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청년들이 운영하는 만두가게에서 "만두 하나 드시고 가시라"고 권하자 나무젓가락으로 만두를 맛보고 지나가던 행인들에게도 만두를 직접 먹여주기도 한 뒤 만두값 2000원을 직접 계산했으며, 과일가게에 들러 수박 1통을 구입해 맛을 보고 1만2000원을 지불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방문 현장에서 이 대통령은 "전체적으로 서민을 위한다는 것이 형식에 치우치지 말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게 하라"고 동행한 참모진들에게 당부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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