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 타임오프 갈등 확산…협회장은 뭐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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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협, 타임오프 갈등 확산…협회장은 뭐 했나?
  • 매일일보
  • 승인 2010.07.2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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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비즈] 지난 19일부터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 1층 로비에 투쟁가가 울려 퍼지고 있다.

금투협 노조는 지난 19일 사측을 상대로 투쟁 개시를 선언했다.

이연임 금투협 노조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타임오프제를 빌미로 노조탄압을 하지 말라는 정부의 입장과 달리 사용자가 온갖 치졸한 방법을 동원해 탄압하고 있다"며 "이는 현 정부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엄연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밝혔다.

이후 노조는 지난 20일 1층 로비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그동안 금투협 노사는 기존 증권업협회 단체협약 체제를 유지하며 비교적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현 단체협약은 증권업협회가 2006년 12월 만든 것으로서 원래 만료일은 2008년 12월이었다. 그러나 이연임 노조위원장이 2008년 12월 8일 선출됐고 사측도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 통합(2009년 2월 4일)을 앞두고 각종 복지규정을 만드는 중이었다. 이 때문에 노사는 새 단체협약 교섭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결국 쌍방은 단체협약 교섭 시기를 통합 이후로 미뤘다.

협회 통합 이후 수개월 간 증권업·자산운용·선물협회 노조 간 통합이 진행됐다. 단체협약은 어느새 주된 관심사에서 벗어나버렸다.

그러던 지난 4월 30일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무기명 비밀투표를 거쳐 유급근로시간면제 한도(타임오프)를 결정했다. 시행 시기는 2개월 뒤인 7월 1일로 결정됐다.

금투협 노사는 부랴부랴 타임오프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사측은 노무법인이 파견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협상에 임했다.

이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했다. 노조 측은 2년 자동갱신 조항에 따라 2010년 연말까지 기존 단체협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사측은 현 단체 협상은 무효이므로 새 단체협약을 맺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개정 노동법에 따라 노조 전임자 수를 1.5명(연 3000시간)으로 낮춰야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금투협 노조원 수는 약 150명으로 100~199명 구간에 속한다. 반면 노조 측은 기존 단체협약에 따라 전임자를 올 연말까지 2명으로 유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현 단체협약 상 노조전임자 수는 2명이다.

이견이 발생하자 사측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사측은 정부의 타임오프 이행 여부 조사에 앞서 노조 전임자에 관해 조기 합의를 이뤄야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측은 노조 측에 노동위원회 유권해석을 의뢰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급할 게 없다는 자세를 취했다. 노조 측은 2년 자동 갱신 조항이 있는 한 노조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본다. 또 노조 측 관계자는 "노동위원회가 사실상 정부 하위기관처럼 여겨지고 있는 마당에 노동위 유권해석을 기다리는 것은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고 귀띔했다.

나아가 노조 측은 타임오프 제도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점에 착안해 시간을 벌겠다는 입장이다. 금투협 노조는 상급 노조가 노동권 침해 등을 근거로 헌법소원 등을 진행할 경우 타임오프제 자체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음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자 사측이 최근 노조 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사측은 노조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무보조인력을 철수시켰다. 이어 사측은 서울 여의도 협회 지하 1층과 아산연수원에 있는 매점의 임대차계약권을 노조 측으로부터 가져갔다. 그동안 노조는 매점 사업자와 임대차계약을 통해 임대 수익을 얻어왔다. 사측은 개정 노동법 상 인력 제공과 임대수익 제공이 부당 노동 행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매점 임대 수익은 노조재정자립기금을 확보한다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며 "사측이 그들의 의도에 맞게 해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노조 측은 그동안 임대수익을 노조 비용으로 쓰지 않고 기금으로 쌓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노사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일각에서는 황건호 금투협 회장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황 회장은 타임오프와 관련해 문제의 소지가 있음에도 직접 나서지 않았다.

게다가 황 회장은 노조와 불협화음을 자초했다. 황 회장은 지난달 초 협회노조 사무실 옆에 위치한 흡연실을 다른 곳으로 옮겨버렸다. 당시 노조는 "노조 집행부와 직원들 간 교류를 차단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황 회장의 행보는 같은 증권유관기관의 대표인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행보와 판이하다.

김봉수 이사장은 지난 14일 한국거래소의 숙원이었던 노조 통합을 달성했다. 한국거래소 양대 노동조합인 단일노동조합과 통합노동조합은 5년 만에 '노조통합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양 노조는 올 연말까지 통합을 이루자고 합의했다.

앞서 김 이사장은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우수사례 워크숍'에서 노조 통합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이후 김 이사장은 박종길 경영지원본부장 등 본부장들과 함께 각 노조위원장과 만나 통합 의사를 타진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김 이사장의 노력 끝에 양 노조는 결국 통합을 결의했다. 양 노조는 그동안 출신기관에 따른 편 가르기, 신용협동조합 가입 관련 의견 충돌, 신입 노조원 쟁탈전 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해왔다는 점에서 통합 결의는 더 극적이었다.

업계에서는 황 회장도 김 이사장처럼 사내 화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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