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가 26일 “(국무위원들이) 저를 비롯해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날 “취임 첫 날부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야당의 ‘최순실 국정농단’ 책임을 물어 요구한 ‘내각 총사퇴’에 대한 답변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국무위원들에 대한 질타와 사퇴요구가 이어지면서 엄중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황 총리는 이날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을 두고 “국민들에게 걱정, 염려,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 대단히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이 사안 자체는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도 거취에 대해 “지금도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경질을 두고도 “고심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 분위기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집중공세가 이어진 만큼 전운이 감돌았다. 회의시작부터 여야 간 대통령 비서실장의 이석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태년 더민주 예결위 간사는 “듣도 보도 못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국정붕괴 사태때문에 국민들의 걱정이 많다”며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과 각 기관장들은 성실하게 회의에 참석해 국민을 대신하는 질의에 솔직하게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국가적 위기를 초래한 비선실세 국정농단 관련있는 기관장들의 출석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청와대 발로 이뤄진 일이 많으므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특별히 회의장을 지켜달라. 이석허용 요청도 수용되지 않도록 위원장이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주광덕 새누리당 예결위 간사는 “기본적인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고 공감되는 부분도 상당하지만 예산안 관련된 정책질의라면 출석을 해 성실히 답변을 하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최순실 파문’에 진상규명이 되는데도 하루종일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건 기존 예결위 회의 관례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오히려 비서실장은 거의 ‘패닉’ 상태에 있다고도 보이는 청와대에 가서 사태수습을 진두지휘하고 진상에 대한 청와대 내부조사, 또 검찰수사에 성실히 임할 준비, 국정 운영 전반 점검 등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동철 국민의당 예결위 간사이 “정상적인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면 주 의원의 의견에 동의해주고 싶으나 지난 운영위 답변을 보면 비서실장으로서의 현황에 대한 파악이 전혀 되지 않은 분”이라며 “청와대 내에서도 겉돌고 있다는 얘기고 가봐야 할 일이 없을 것 같다”고 재반박했다.
결국 김현미 예결위원장은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김 위원장은 “예결위 예산안 심사 때 출석하는 것은 의무이고 국민에 대한 당연한 도리인만큼 자리를 이석할 때는 반드시 3당 간사와 위원장의 양해를 얻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이날 출석현황 자료를 보니 유일하게 간사들 양해를 얻지 않고 이석하겠다고 한 기관은 청와대 비서실장뿐이다. 오전만 출석한다면 질의에 성실히 응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