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권력은 왜 실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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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권력은 왜 실패하는가?
  • 조아라 기자
  • 승인 2016.10.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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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정치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조아라 기자] 정치권이 이른바 정권의 비선실세로 지목되는 최순실 씨로 출렁이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청와대와 최 씨가 관여했다는 보도가 터져나왔을 때만 해도 박 대통령은 “비상시국에 폭로성 발언은 사회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의혹제기를 일축했다. 그러나 재단을 고리로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까지 사전에 열람했다는 증거가 나오자 어쩔 수 없이 박 대통령은 25일 2분여의 짧은 대국민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에 국민반응은 싸늘했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사과 후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은 채로 자리를 빠져나갔다. 결국 국민들이 궁금해했던 점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것이다. 이날 저녁 언론은 최 씨가 청와대 민정수석 인사에 관여하고 특히 보안에 극도로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을 ‘보고’받은 사실을 추가로 보도했다. 의혹만 더 늘어난 셈이 됐다.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측근이라서 이번 사태가 문제가 된 게 아니다. 흔히들 최 씨를 정권의 비선실세라고 칭하고 있다. 비선실세란 정식적인 라인이 아닌 몰래 유지되는 관계가 실세를 잡았다는 의미다. 국가적 사안을 다루고 국정을 진두지휘하는 청와대의 정상적인 라인을 내버려두고 사적인 친분의 인물과 몰래 접촉해 일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과정과 절차를 중시하는 민주사회에서는 이같은 비선이 발을 붙이기 힘들다. 내부의 감사와 사정 등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결국 최 씨의 국정개입 의혹은 대한민국이 민주사회임을 부인하는 꼴이다.

더욱이 연설문과 청와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한 개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국정운영을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이를테면 ‘통일대박론’을 박 대통령이 대북정책의 기조로 내걸기 전 이를 알고 통일과 관련된 주식이나 사업에 투자했다면 이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명백한 법 위반이 된다.

이번 사건은 임기 4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권이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그동안의 공과는 모두 이번 의혹에 가려졌다. 권력은 왜 실패하는가. 문제는 불투명성에서 기인했다. 숨기고 가려왔던 것들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의혹들이 사실이 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국민들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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