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 기술금융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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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경제, 기술금융이 미래다
  • 김현정 기자
  • 승인 2016.10.2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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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 특별기획 ④ 위기의 한국경제 진단한다]
핀테크지원센터가 지난 9월 26일 개최한 ‘제11차 핀테크 데모 데이’에서 스타트업 관계자가 음파를 이용한 모바일 지갑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정부는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2019년까지 각종 기금과 펀드를 통해 3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우수한 기술력에도 은행 대출 외면받는 중소·스타트업에 ‘마중물’

[매일일보 김현정 기자] 1895년 프랑스 파리 그랑카페에서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영화가 상영되자 관객들은 놀라서 카페 밖으로 달려나갔다. 스크린 속 달려오는 기차가 관객석을 덮칠 것으로 착각해 벌어진 혼란이다. 증기기관차로 촉발된 1차 산업혁명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곧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소비자들은 또 다른 충격을 마주했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의 신기술을 통해 실제와 가상의 경계가 모호한 새로운 시공간 속에서 스크린 속 기차의 속도감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물건을 사고파는 상거래서비스에도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해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나 중앙은행 권역에서 벗어난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이 등장하고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핀테크와 블록체인처럼 기존에 없던 형태의 금융서비스도 빠르게 등장해 기존 금융산업을 대체해가고 있다.

숨 가쁘게 질주하는 글로벌 산업동향에 뒤처지지 않고 선도하는 입지를 굳히려면 2차 산업혁명의 전기, 3차 산업혁명의 컴퓨터 정보기술(IT)을 넘어 ICT기술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게 산업계 전반의 인식이 됐다.

그럴려면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도 담보 부족 등으로 자금조달에 곤란을 겪는 중소·벤처와 창업 단계의 스타트업 기업을 집중 육성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의 시장 조성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시의적절하게 지원정책을 펼쳐 ICT산업 활성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5000억원 규모의 핀테크 산업 지원금을 풀었고 내년부터 2019년까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성장사다리펀드 등을 토대로 3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장밋빛 정책이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현실은 아직 상당한 괴리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한국은행으로부터 금융중개지원대출을 받은 13개 시중은행 중에서 중소기업대출 비율을 지킨 곳은 4곳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에 저렴하게 대출해줄 수 있도록 한은이 은행에 제공하는 대출금리를 연 0.5~0.75% 초저금리 수준으로 제공하고 지난 4월 지원대출 한도를 5조원 늘렸는데도 상당수 은행들이 지원만 받고 중소기업 대출을 회피한 모럴해저드가 나타났다.

중소 지원을 활성화하려면 정보불균형 문제가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 꼽힌다.

일반 투자자들이 모여 스타트업이나 중소·벤처 기업에 투자할 때엔 추후 어느 정도의 알파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모험자본 회수에 급급한 끼리끼리 투자문화로 인해 뒤늦게 뛰어든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보고 팔리지 않는 주식을 들고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에게 정보비대칭 문제를 완화해줌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금이 불충분한 초기 기업이 정보제공 의무를 다하기 어렵다면 브로커나 시장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기술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가령 핀테크의 경우, 국내 금융권은 자본시장의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정보 공유 등에 소극적으로 임해 글로벌 흐름과 비교할 때 지급결제와 같은 극히 일부분에서만 서비스를 선보이는 실정이다.

외국의 핀테크 활용 금융서비스들의 경우, 금융과 기술을 합친 새로운 형태의 금융 영역을 무수히 개척하고 있다.

2012년 설립돼 작년 11월 말 130만명의 고객을 확보한 미국 투자자문·중개업체인 에이콘(Acorns)의 경우,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 물건을 구매한 뒤 1달러 미만의 잔돈이 발생하면 상장지수펀드(ETF)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에 자동으로 투자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2012년 설립된 장외채권중개업체 영국 알고미(Algomi)는 장외 채권시장에서 매매자가 필요한 정보를 모아 매수자와 매도자에게 뿌려주는 플랫폼으로 주식투자시 정보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형은행과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반응이 좋다.

자산운용 부문에서는 고액자산가 위주로 제공되던 투자자문 서비스를 인공지능을 통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개인투자자에게도 저렴하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국내 역시 정부의 핀테크 육성 정책에 따라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자산배분 전략을 구사하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점차 확산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례에서 보듯 핀테크의 등장으로 금융소비자가 더 쉽게 투자하고 훨씬 저렴한 수수료로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갖춰질 수 있다”며 “그러나 국내 자본시장의 핀테크 혁신은 글로벌 수준에 비해 한참 뒤쳐져 있어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고 지적했다.

 

용어 정리

□핀테크(Fintech): 예금, 대출, 자산관리, 결제, 송금 등의 기존 금융서비스를 모바일 IT와 결합해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보던 업무를 디지털 디바이스로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

□블록체인(Blockchain): 비트코인의 모든 거래내역이 기록된 공개장부로서 가상화폐 거래시 해킹방지기술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Financial Adviser)의 합성어로 로봇이 고도화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 대신 모바일기기나 컴퓨터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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