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헌하자고 400조 소홀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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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헌하자고 400조 소홀해선 안된다
  • 이상래 기자
  • 승인 2016.10.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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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래 정치부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2017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저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집권 이후 처음 밝힌 개헌추진 의지다.

정치권은 그야말로 ‘개헌정국’으로 바뀌었다. 만나는 국회의원마다 정치부 기자로서 ‘개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지 않으면 허전할 정도다. 이정도면 거의 안부인사다.

하지만 국회는 ‘개헌’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개헌에 몰두한 나머지 다른 중요한 민생현안들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자연스레 든다.

박 대통령도 “국민들의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이 더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개헌 논의 자체를 자제해주실 것을 부탁드려 왔다”고 말했다. 대통령 본인도 그동안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수 있다는 ‘블랙홀론’을 주장하며 반대해왔다.

이제 개헌을 추진하기로 이상 다시 접어 넣기보다는 잘하면 된다. 단, 다른 현안들도 챙기고 말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개헌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문제”라며 “정치적 사안과는 별개”라고 언급했다. 이어 “개헌이 논의된다고 해서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의 ‘대북 사전허락’ 의혹 등이 결코 묻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윤관석 더민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최순실, 우병우 등 측근비리를 덮으려는 정략적 개헌, 국면전환용 개헌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권력세력 중심이 아닌 국민 중심의 개헌논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누가봐도 국정농단을 덮기위한 개헌이 아닌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이라며 “국민의당은 개헌논의와는 별도로 최순실, 우병우 등 대통령 측근 권력형 비리를 끝까지 파헤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이러한 자세를 환영한다. 이제 이들이 이런 말을 잘 지키는지 우리 국민들이 지켜봐야 한다. 착각하지 말자. 박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개헌추진 입장 발표’가 아닌 ‘2017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이다. 우리들의 세금으로 모인 2017년 예산 무려 400조. 우리가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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