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0년 시대유감, 서태지가 자꾸만 생각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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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0년 시대유감, 서태지가 자꾸만 생각나는 까닭은?"
  • 최봉석 기자
  • 승인 2010.07.19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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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최봉석 기자] 가끔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니”라는 뜬금없는 질문을 하면 나는 주저 없이 이렇게 말한다. “당연히 서태지입니다.”

서태지를 좋아한다고 단호하게 외치는 것은 내가 단순히 서태지 세대이기 때문에, 서태지의 그 잘난 외모 때문에 그러는 게 결코 아니다.

내가 서태지를 좋아하는 까닭은 그의 음악이 나의 정신건강상태를 굉장히 맑게 해주기 때문이다.

굉장히 불량해질 것 같은 나의 마음가짐을 순식간에 건전하게 만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요즘 사회가 돌아가는 꼴을 보면 한마디로 미쳐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좀 더 솔직한 언어로 말하자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서태지는 - 나에게 만큼은 - 지도자다. 솔직히 나의 주제 혹은 목적의식은 하나의 깔때기로 모아진다. “난 서태지밖에 없고 그의 음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나는 서태지가 너무나 좋다. ‘피와 땀을 흘려 만든’ 최고의 노래로서 매일 나를 흥겹게 만드는 서태지가 좋다. 말도 안되는 가사와 멜로디로 장식된 노래가 대중음악이랍시고 판치는 세상에서 서태지 음악은 보물이다.

“내 꼴리는 대로 주의”라는 타인의 어처구니 없는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서태지는 나에게 행복권을 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서태지의 음악은, 그의 메시지는 망원렌즈가 되어 원경을 좀 더 당겨주기도 하고, 현미경이 되어 사물의 세세함를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게 한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붕’뜬 기분으로 살고 있다. 비판적 사고는 존재하지만 표현할 수 없다. 나도 그냥 이상한 분위기에 그냥그냥 묻어가고 있는 중이다. 내 눈 앞에 펼쳐지는 기괴한 삶을 어쩌면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게 맞는 표현같다.

‘자본’으로 장악된 사회, 스스로가 애국자로 떠벌리는 사회, 억압과 모순에 눈감는 사회를 나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망원렌즈를 통해 분석하는 능력도 사라졌다. 나에게 대한민국은 솔직히 부끄러운 대한민국일 뿐이라고 욕을 하면서도 나는 침묵하고 있다. 바보처럼.

매일같이 우울한 풍경이 내 앞에 지나가고 있을 때 나에게 활력소가 되는 것은 기만과는 어울리지 않는 서태지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서태지다. 그는 92년 데뷔 때부터 그렇게 살아왔다. 모르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겠지만.

뫼비우스 앨범 속에 들어간 ‘2009 시대유감’을 들으며 이 살 떨리게 무서운 사회를, 이 장난스런 사회를, 사람을 아주 피곤하게 만드는 이 사회를, 어떻게 내가 맞서야 할 지 또다시 고민을 시작한다.

해답은 물론 하나다. 지금까지 내가 그렇게 살아왔듯, 서태지답게 정공법으로 세상과 맞서는거다. 음악이라는 게 상태가 안좋은, 정신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약이 되는 것처럼, 나에겐 서태지 음악이 여전히 교과서로서 확실한 가치가 있고, 세상의 무식한 바보들에게도 서태지의 노래는 훌륭한 치료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부 나한테 덤비라고, 누가 이긴지 해보자고? 불만있냐? 내 맘이다.” 참 멋진 표현구다.

서태지는 아쉽게도 지금 활동하지 않는다. 멋진 음악을 만들고 있을 게 분명하다. 보고 싶다. 제발 빨리 좀 돌아와라. 정치적인 글 아니니 딴지 걸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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