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에는 “미래만 보고 뚜벅뚜벅 걷겠다”
[매일일보 조아라 기자]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 고문이 20일 정계복귀를 공식 선언하며 더민주를 탈당했다.
이날 손 전 고문은 국회 정론관을 찾아 “저는 정치경제 새판짜기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이 일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당 대표를 하면서 얻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 당적도 버리겠다”고 했다.
손 전 고문은 다산선생의 말씀을 거론하며 “대한민국은 지금 무너져 내리고 있다. 87년 헌법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다. 지난 30년 동안 조금씩 수렁에 빠지기 시작한 리더십은 이제 완전히 실종됐다”며 “이제 7공화국을 열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로 정치권은 ‘제3지대론’과 동시에 정계개편의 가능성이 커졌다. 손 전 고문은 최근까지 지지자들 사이에서 “새 판을 짜겠다”고 공언하면서 개혁세력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행을 공공연하게 시사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까지 비박(비박근혜)계와 비문(비문재인)계 등 양 극단을 제외한 비주류 진영에서의 개헌론이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손 전 고문이 구심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새판짜기를 천명하며 더민주를 탈당한 상황에서 손 전 고문의 제3지대론 행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제 3지대에서 세력을 넓혀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개혁세력과 힘을 합칠 단계는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분간 손 전 고문은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을 중심으로 각종 행사와 출판회를 고리로 개편세력들과 접촉을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손 전 고문은 그동안 미뤄온 동아시아미래재단 10주년 행사를 내달 중 가질 예정이다. 또 손 전 대표의 저서 또한 집필이 거의 마무리된 ‘나의 목민심서-강진일기’의 출간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주요 인사들과의 만남도 주목되고 있다.
손 전 고문의 복귀로 그동안 굳어져 있던 문재인 전 대표의 ‘대권독주’ 구도에도 변화 조짐이 느껴진다. 야권의 ‘1등 대권후보’로 굳어진 문 전 대표가 최근 ‘송민순 회고록’으로 주춤한 상황과 맞물려 손 전 고문이 정계복귀를 한 점이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특히 손 전 고문은 지난 2년간 전남 강진에 기거하며 호남 민심과 가까워진데다 최근 이낙연 전남지사의 공개지지도 받으면서 야권의 주요 지지세력인 호남민심을 완전히 얻지 못한 문 전 대표의 복병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손 전 고문은 대권 도전과 관련해서는 “제가 꼭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도 없다. 명운이 다한 6공화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 저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라면서도 “모든 것을 내려놓아 텅 빈 제 등에 짐을 얹어달라. 제 7공화국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만 보고 소걸음으로 뚜벅뚜벅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