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채권자 ‘공장 떠안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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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채권자 ‘공장 떠안기’ 급증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6.10.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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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공장 낙찰액 1991억원 중 21.6% 429억원 채권신청자가 낙찰
제조업 경지지표 하락 의미…장기화 땐 산업·금융 부실 심화 우려
경기 침체로 인해 경매에 부쳐진 한 철강 공장의 모습. 연합뉴스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지난달 30일 전남 순천시 율촌 제1산업단지 3블록에 위치한 대지 6693㎡, 건물 3209㎡의 공장이 2번의 유찰 끝에 3회차 경매에서 감정가의 56%인 26억5744만원에 낙찰됐다. 낙찰자는 모 유동화 전문유한회사로 이 공장의 채권자였다.

같은 달 5일에는 인천 검단일반산업단지 내 위치한 5층 규모(토지 3300㎡·건물 1만1713㎡) 제조 공장도 역시 2번의 유찰 끝에 이 공장을 경매에 내놓은 유동화 전문유한회사가 감정가의 59.7%인 72억원에 낙찰 받았다.

오랜 경기침체와 제조업계 불황 속에 많은 양의 제조업 공장들이 법원 경매로 나와 경매 처분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공장 경매 물건들이 새 주인을 찾기 어려워 경매를 신청한 유동화 회사들이 스스로 낙찰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들이 찾는 사람 없는 공장을 별 수 없이 떠안고 있는 것이다.

20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9월 한달 간 전국에서 공장 시설물은 총 338건이 경매에 나왔는데 이중 114건만 낙찰됐다. 전체 3건 중 1건만 낙찰되고 있는 셈.

이는 주거시설 경매 낙찰률 48.6%에 비하면 15%p 정도 낮은 수치다. 낙찰된 물건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달 기준 낙찰된 공장의 약 20%가 채권자인 유동화 회사들이 스스로 낙찰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9월 낙찰된 114건을 전수조사 한 결과 이중 19건(낙찰물건 중 16.7%)이 채권을 보유한 유동화 회사에서 낙찰 받았다. 낙찰된 114건의 총 낙찰가는 1991억원이며 이중 유동화 회사 낙찰분은 429억원으로 전체의 21.6%에 달했다.

금융권에서 공장을 담보로 진행한 대출에 부실이 발생하면 법원경매에 넘기거나 유동화 회사에 부실채권(NPL)을 매각하는 형태로 넘기게 된다.

부실채권을 매입한 유동화 회사에서는 경매를 진행시켜 채권 회수에 들어간다. 하지만 마땅한 입찰자들이 없어 수차례 유찰되는 경우 낙찰가 하락으로 인한 자산가치의 추락을 막기 위해 유동화 회사가 스스로 낙찰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만 이럴 경우 서류상으로는 부실채권이 처리가 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채권 유동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유동화 회사에서 해당 공장을 매입해 정상화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 경우 해당 공장 시설을 장기 보유하거나 방치하면서 일반시장에서 매수자를 찾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결국 경매 낙찰은 이뤄졌어도 실질적인 부실은 해결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유동화 회사의 낙찰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공장 수요의 감소를 뜻하며 이는 제조업 경기 지표의 하락을 의미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이처럼 경매로 나온 공장이 정상적인 낙찰에 성공하지 못하면 여전히 부실채권은 해소되지 않은 채로 시장에 남아있는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이는 산업계와 금융업계의 경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현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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